▲ 탈북 국군포로 유영복씨 육필수기. 사진=북한인권시민연합 제공

25일 북한인권시민연합은 탈북 국군포로 유영복씨가 육필수기를 기증했다며 수기의 일부 내용을 공개했다. 국군포로 송환이 속히 이뤄지길 바라는 염원과 한국 정부에 대한 실망이 적혀 있다.

북한인권시민연합은 "지난 15일, 6·25 때 북한군 포로로 잡혀 북한에서 갖은 고생 끝에 2000년 자력으로 고향 땅을 밟으신 유영복 할아버님께서 육필수기를 시민연합 앞으로 보내오셨다"며 "한 글자, 한 글자 꾹꾹 눌러 써 내려가신 할아버님의 피맺힌 일생이 담긴 수기"라고 알렸다.

이 단체는 "할아버님의 수기는 '운명의 두 날'이라는 제목으로 2011년 5월에 출간됐으나, 관심 있는 분들 이외에는 잘 모르실 것 같다"며 "그 책 서문에 유영복 할아버님의 마음이 담겨 있어 몇 줄 올린다"고 했다. 이하는 서문 내용의 한 대목이다.

<나는 한국에 와서 행복하고 보람 있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국군포로인 그들이 이렇게 번영하고 발전되어가는 조국의 모습을 단 하루라도 볼 기회가 있다면, 자신들이 목숨 바쳐 대한민국을 지켜냈다는 것에 커다란 긍지를 느끼며 기뻐할 것이다… 지금 북한에는 과연 몇 명의 생존자가 남아 있을까?… 겨우 살아남은 몇몇 생존자들도 늙은 몸으로 환자나 다름없이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이제라도 정부에서 관심을 기울여 그들이 조국으로 돌아와 단 몇 달만이라도 자유의 몸으로 살다 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 것인가… 우리 정부가 이러한 사실을 심각하게 받아들여 하루바삐 국군포로의 송환에 힘써주기를 간곡히 바라는 마음이다.>

이어 유영복씨의 수기 중 희망이 실망이 된 구절이라며 한 대목을 더 소개했다. 유씨는 2000년 6월 김대중 전 대통령이 평양에서 김정일을 만났을 때 한국으로 돌아갈 것에 대한 희망을 가졌지만, 6·15 공동선언문에는 '국군 포로' 문제에 대한 한마디 언급이 없어 크게 실망했다고 적었다.

<2000년 봄이 되어가던 때, 들려오는 말은 멀지 않아서 남조선 대통령 김대중 씨가 위대한 김정일 장군을 존경해서 찾아보러 온다는 소문이 나돌기 시작했다… 실제로 김대중 대통령이 방북한다면 이제는 남북이 화해하게 될 것이라고 나는 큰 관심과 기대를 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우리 '국군포로' 문제도 반듯이 어떤 언급이 있을 것이라 고대했다… 드디어 6월 13일 김대중 대통령이 평양에 와서 김정일과 상봉하는 장면을 나는 마을 TV가 있는 집에 찾아가 보면서 절로 흐르는 눈물을 막지 못하고 감격적으로 시청했다. 이제는 희망이 보이는 듯했다. 그런데 6·15 공동선언문에 '국군포로' 문제는 한 구절도 언급이 없는 것을 보고 크게 실망했다.>

이 단체는 "끝으로 아직도 북한 땅에서 고국이 불러줄 날을 고대하는 국군포로가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고, 이분들이 하루빨리 한국에 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