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조선일보DB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이어 야권의 유력한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사표가 수리된 지 2시간 만에 감사원장 공관(公館)을 비운 것으로 전해졌다. 원장직 사퇴 결심을 한 직후부터 신속히 떠날 준비를 미리 하고 있었다는 뜻이 된다. 정가(政街)에서는 “최 전 원장이 대권(大權) 행보를 발 빠르게 시작하기 위해 이전부터 주도면밀하게 준비해온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9일 ‘채널A’ 보도에 따르면, 최 전 원장은 전날(28일) 청와대의 사표 수리가 발표된 지 2시간 만에 공관을 떠났다. 공관 앞에서 취재진과 만난 최 전 원장은 “일단 몸만 나가고 조만간 와서 짐 정리를 할 것”이라며 직접 차량 운전대를 잡고 자리를 떴다고 한다. 최 전 원장은 사퇴 전날 부친(父親) 최영섭 예비역 해군 대령을 만났다고도 했다. 그는 “(아버지께서) 여러 가지 말씀을 하셨다”며 “신중하게 판단하라는 말씀도 하셨다”고 전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최 전 원장의 사표를 수리하며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감사원장의 임기 보장은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기 위한 것으로, 최 전 원장은 바람직하지 않은 선례를 만들었다며 아쉬움과 유감을 표했다”고 비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최 전 원장은 “제가 거기에 드릴 말씀은 없다”고 말을 아끼면서도 “다양하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을 것”이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사표가 수리된 당일, 최 전 원장은 감사원 내부망에 글을 올려 “임기를 다하지 못해 미안하다. 남은 분들이 감사원을 더 발전시켜 달라”며 “(직원들이) 국가 최고 감사기구로서의 감사원을 더욱 발전시키리라 믿는다”고 고별사(告別辭)를 전했다. 다음날 서울 중구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자랑스러운 서울법대인’ 시상식에 수상자로 참석한 최 전 원장은 대권 도전 여부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사의를 표하면서) 제가 드릴 말씀은 다 드렸다. 조금 더 숙고의 시간을 갖겠다”고 답했다.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최 전 원장은 내달 중순 공식 출마 선언을 하고 8월 초에 국민의힘에 입당(入黨)할 것으로 전망된다. 《조선일보》는 관계기사에서 “최 원장을 대안 후보로 거론해온 야권 인사들은 ‘최 원장의 숙고가 아주 길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의 한 의원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정치 참여 선언 하루 전에 최 원장이 사퇴 의사를 밝힌 것은 정치 스케줄에 따른 것 아닌가 싶다’고 했다”며 “최 원장은 최근 과거 정부 고위직 출신 인사를 만나 정치 참여 문제를 자문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최 원장 측과 소통하는 한 인사는 《조선일보》에 “정치 참여를 선언한다면 다음 달 5일 이후가 되지 않겠느냐”며 “그렇다고 바로 국민의힘에 들어가지는 않을 것 같다. 바깥에서 사람도 만나고 준비를 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준석 대표가 ‘8월 말 경선 돌입’을 공언한 상황이라 최 원장이 늦지 않은 시기에 입당을 포함한 정치적 결단을 내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