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선 출마를 선언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부인 김건희 코바나콘텐츠 대표의 미술계 핵심 지인 A씨가 1일 《조선펍》 인터뷰에서 김 대표의 이른바 ‘쥴리 인터뷰’가 적절하지 못했다며 안타까운 심경을 드러냈다. 국내 미술 전시의 거장(巨匠)으로 꼽히는 A씨는 김 대표가 미술품 전시·기획 사업을 초기에 운영할 때부터 자문을 구하고 배움을 청한 인사로 서로 교류가 깊은 사이다.
김 대표는 지난 6월 30일 한 인터넷 매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자신이 ‘쥴리라는 예명을 쓰는 술집 접객원 출신’이라는 세간의 의혹에 대해 “제가 쥴리니 어디 호텔에 호스티스니 별 얘기 다 나오는데 기가 막힌 얘기다. (소문에는) 제가 거기서 몇 년 동안 일을 했고 거기서 에이스(최고)였다고 하더라”며 “그런데 저는 그런 미인파가 아니다. 석사학위 두 개나 받고 박사학위까지 받고, 대학 강의 나가고 사업하느라 정말 쥴리를 하고 싶어도 제가 시간이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제가 쥴리였으면 거기서 일했던 쥴리를 기억하는 분이나 보셨다고 하는 분이 나올 것”이라며 “제가 그런 적이 없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모든 게 가려지게 돼 있다. 이건 그냥 누가 소설을 쓴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이 같은 의혹을 받는 당사자가 직접 민감한 내용을 언급하는 것 자체가 문제였다는 지적이 나왔다. 당사자로서는 확실하게 해명하기 위해 관련 언급을 한 것이겠지만, 사실 여부를 떠나 소문이 꼬리를 물고 확대 재생산되며 특히 정치적 반대편에 있는 인사들에 의해 악용될 소지도 있기 때문이다.
홍준표 “옐로페이퍼에서나 거론될 문제를 정식으로 지면에... 그건 대응할 만한 성질의 것 아니었다”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은 1일 ‘TBS 라디오 – 김어준의 뉴스공장’ 인터뷰에서 김 대표의 의혹 관련 언급에 대해 “그거 하는 거 아니다. 상대방이 누구라도 그런 이야기는 정치판에서 하기가 어렵다”며 “그런데 본인 입으로 물꼬를 터버렸으니까, 이제 그 진위 여부에 대해서 지금 국민들이 집요하게 검증을 하려고 들 것 아닌가. 그건 대응할 만한 성질의 것이 아닌데, 너무 일찍 그걸 갖다가 객관화시키고 일반화시켜서 과연 윤 전 총장한테 무슨 득이 되겠나”라고 지적했다. 이어 “상당히 어제 (김 대표 인터뷰가) 공개되는 것 보고 좀 잘못 판단했다(고 생각했다)”며 “그래서 나는 그걸 쳐다보면서 조금 성급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SNS나 옐로페이퍼나 이런 데서나 거론될 문제를 정식으로 지면에 거론되어 버렸으니까 상당히 극복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같은 당 정미경 최고위원도 ‘CBS 라디오 - 김종대의 뉴스업’ 인터뷰에서 “(윤 총장) 부인이 갑자기 인터뷰를 해서 깜짝 놀랐다. (관련 의혹 제기에) 응대하지 말아야 되는데 왜 응대를 했을까, 아마 엄청 억울했나 보다”라며 “그렇지만 앞으로는 진짜 이것도 조언인데, 응대를 하지 말아야 된다. 응대를 하면 할수록 이게 더 진짜 커져 버리잖나”라고 우려했다. 야권 잠룡인 윤 전 총장과 대척점에 있는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역시 같은 날 ‘TBS 라디오 – 김어준의 뉴스공장’ 인터뷰에서 “좀 듣기 싫은 이야기들이 많았을 것 같은데 오히려 직접 인터뷰를 하면서 전 국민이 알게 한, 이런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굉장히 불리한 판단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A씨 “‘해명하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이 올 때 준비해서 (대응)했어야... 자꾸 추측이 추측을 낳을 것”
김 대표의 미술계 핵심 지인 A씨도 같은 의견이었다. 그는 “그거(김 대표의 쥴리 인터뷰)는 제가 보기에는 치명적 실수인 거 같다. 사실 여부를 떠나 ‘쥴리 얘기’를 자기 입으로 말해버리니까”라며 “(남편) 윤 총장이 대선 출마 선언한 지 이틀인가밖에 안 됐는데, (지금이) 해명할 타임도 아니지 않나. (인터뷰에서) 말투도 전혀 걸러지지(정제되지) 않고 나갔더라”고 말했다.
A씨는 “(그런 의혹을 제기하는 쪽의) 논리가 통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논리로 설득하려는 건 의미가 없는 법이다. 다들 발톱을 켜고 할퀴려고 하는데, 왜 스스로 자신을 던지는지 참 (내가) 멀리서 지켜보는데도 안타깝더라”며 “기다리다 보면 (자연스럽게) 어느 시점에 가서 그걸 ‘해명하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이 올 것이고, 그때 준비를 해서 (대응)했어야 했다”고 탄식했다.
A씨는 “안 그래도 처가 문제가 (윤 전 총장 대권 행보에) 걸림돌이 되고, 또 처가 문제 말고는 크게 (윤 전 총장 관련 의혹을) 볼 것도 없는 상황이지 않나”라며 “윤 총장이 자기 부인을 쥐락펴락하는 스타일이 아니기도 하고, 본인(김 대표)도 거기(해명할 시점이 아니라는 판단)까지 못 미친 것 같다. 이제 인정을 하고 안 하고의 문제는 뒷전이 되고, 자꾸 추측이 추측을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