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주시 중앙도서관에서 《반일종족주의》 책 표지에 '역사적 관점에 많은 논란이 있는 책'이라 설명문을 부착한 뒤, 대출 목록에서 제외해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페이스북 캡처

파주시 산하 '파주시중앙도서관'이 특정 도서 표지에 '역사적 관점에 많은 논란이 있는 책'이라 적힌 설명 딱지를 부착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도서는 현재 대출 목록에서까지 제외돼 도서관측의 다른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해당 도서는 이영훈 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 등이 쓴 《반일종족주의》. 저자들은 반일종족주의를 '친일은 악(惡)이고 반일은 선(善)이며, 이웃 나라 중 일본만 악의 종족으로 감각하는 종족주의'라 규정했다. 역사적 사실에 기반하지 않은 반일주의를 경계하는 책이다. 

파주시중앙도서관은 책 표지에 "본 도서의 역사적 관점에 대해 많은 논란이 일고 있는 책"이라며, "다음의 책도 참고하셔서 함께 보시길 권해드린다"는 설명 딱지를 붙여놨다. 도서관이 권한 책은 《개발 없는 개발(허수열 著)》, 《식민지근대화론 무엇이 문제인가(허수열 著)》, 《일제 식민지 정책과 식민지근대화론 비판(신용하 著)》, 《고쳐 쓴 한국현대사(강만길 著)》 등 총 4권이다. 설명 딱지가 붙은 시점은 확인되지 않았다.

2일 《조선펍》 취재 결과, 위 설명 딱지가 붙은 상태로 얼마 전까지 열람 및 대출이 가능했던 《반일종족주의》는 2일 오후 현재 도서관에서 검색 및 대출이 되지 않는 상태다.

이영훈 전 교수가 교장으로 있는 '이승만학당' 동문회 측은 해당 사실을 인지한 뒤 '공공도서관의 반일종족주의 도서 퇴출과 관련한 안내문'이란 제목의 글을 작성했다. 이 단체는 "얼마 전 이승만학당 한 동문의 제보로 파주 중앙도서관에서 벌어진 '반일종족주의' 퇴출 관련 사건에 대해 이승만학당과 동문회가 그 부당함을 세상에 알리고자 한다"며 사건의 발단 및 진행 과정을 설명했다.

동문회 측은 "이 도서를 빌린 분이 사서로부터 '이번 대출이 마지막이라며 책 대출이 금지될 것'이라고 안내받은 후 속상한 마음에 표지를 촬영해 지인에게 보내주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어떤 과정을 거쳐 이런 어이없는 사태가 벌어졌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이 일은 상당히 심각한 사안"이라며 "이는 공공기관이 드러내놓고 출판의 자유를 심각하게 훼손한 사례"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공공도서관은 공무원의 기호에 따라 책을 함부로 폐기할 수 없고, 도서에 대한 편견을 주입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동문회 측은 "이에 따라 학당과 동문회에서는 사건이 비단 파주 중앙도서관에 국한된 일인지 살펴보고 국내 공공도서관에서 현재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파악한 뒤 저들이 만약 위와 같은 일을 저지르고 있다면 저항운동을 통해 우리의 주장을 알리는 것이 옳을 것 같다고 의견을 모았다"고 알렸다.

이에 파주시 중앙도서관 장서개발정책 총괄정비 담당자는 책 표지에 설명 딱지가 붙게된 배경과 관련해 과거 JTBC 손석희 앵커의 보도를 거론하며 "책이 나왔을 당시 논란이 됐던 도서이기에 내부회의를 거쳐 부착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내부회의에는 문헌정보학과 교수, 관계 전문가, 지역 주민 등이 참석해 함께 논의했다"고 2일 《조선펍》과의 통화에서 밝혔다.

이 관계자는 《반일종족주의》가 대출 목록에서 제외된 경위에 관해선 "신규 도서가 들어오면 대출 빈도 등에 따라 기존 도서를 검색 및 대출 목록에서 제외한다"며 "파주 지역 다른 도서관에선 대출이 가능하다"고 답했다. 새 책이 들어오면 기존 책을 대출 목록에서 제외하는데 《반일종족주의》가 이에 해당한다는 식이다. 왜 하필 이 책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