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로 꼽히는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10일 발인(發靷)을 끝으로 부친 고(故) 최영섭 해군 대령의 장례를 마친 가운데, 정가(政街)에서는 차기 대권을 향한 최 전 원장의 정치 행보가 빨라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최 전 원장은 상중(喪中)에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2017년 12월 감사원장에 임명되기 하루 전날 부친이 써준 '단기출진(單騎出陣), 불면고전(不免苦戰), 천우신조(天佑神助), 탕정구국(蕩定救國)'이라는 글귀를 언급했다. '홀로 진지를 박차고 나가니 고전을 면치 못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그럴 때 하늘에 도움을 구하면 나라를 안정시키고 구할 수 있다'는 의미다. 최 전 원장은 "당시에는 감사원장을 잘하라는 의미셨을 것이다. 나라의 공직질서를 바로잡으라는 뜻으로 써주신 것인데 그 이상은 모르겠다"면서도 "지금에 와선 제 처지와 오버랩되는 부분이 있긴 하다. 어떻게 보면 (정치 참여는) 아무도 예상하지 않았던 상황인데, 저에게 힘이 될 수 있는 해석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최 전 원장의 한 측근은 9일 '채널A'에 "부친 말대로 최 전 원장이 단기필마 아니냐. 혼자서는 전쟁에서 이기기 어려우니 함께할 사람을 모아야 한다"며 국민의힘 조기 입당(入黨) 가능성을 점쳤다. 또 다른 측근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보다 먼저 국민의힘에 입당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국민의힘의 한 부산·경남(PK) 지역 의원은 8일 《서울신문》에 "최 전 원장이 당 주자로 공식 등판하면 그를 도울 의원들이 적지 않을 것"이라며 "유력 주자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나아가 최 전 원장은 앞으로 자신을 보좌할 정치적 동지들을 규합, '대선 캠프'를 결성하고 지지세력 조직화에도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최 전 원장의 한 측근은 9일 '뉴스1'에 "최 전 원장이 큰 정치판에 들어가서 뜻을 이루려면 전문가들이 있어야 한다. 대선 캠프를 꾸리는 작업을 먼저 할 것 같다"며 "먼저 자기를 도와줄 스태프(참모진)부터 찾을 것 같다. 지금은 친구 한두 명이 그야말로 상담을 해주는 수준이기 때문에, 정치권 인사와 함께할 필요성이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측근은 8일 《중앙일보》에 "잘 아는 법조계 인사들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모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재 여의도 정가에서는 "최 전 원장 측이 공보팀과 정무팀 구성을 위해 젊은 정치인들과 접촉했고, 일부 인사의 경우 합류를 결정했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