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8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부친 故 최영섭 예비역 대령의 빈소에서 조문을 마친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조선일보DB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로 꼽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12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20대 대통령선거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아직 국민의힘 입당(入黨) 전이기 때문에 야당 소속이 아닌 무소속으로 등록이 진행됐다. 예비후보 등록 기간은 대선(大選) 240일 전인 이날부터 내년 2월 12일까지다. 시간적 여유가 있는 편인데도 윤 전 총장은 첫날 ‘캠프 좌장’격인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의 대리 접수를 통해 후보 등록을 했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이나 여권의 이낙연·정세균 전 총리도 이날 등록을 마쳤지만, 윤 전 총장은 당적(黨籍) 즉 사실상 소속이 없는 상태에서 단기필마(單騎匹馬)로 후보 등록을 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작지 않다. 대선 정국에서 야권 주도권을 놓고 국민의힘과 힘겨루기를 하며 ‘입당 회유 전술에 휘말리지 않겠다’는 시그널을 준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지금껏 장외에서 지지율 추이를 보며 다음 포석을 계산해온 윤 전 총장의 움직임으로 미뤄볼 때, 조기 입당을 통한 경선 참여 대신 ‘제3지대 세력화’로 진용을 꾸린 후 국민의힘 후보와 최종 단일화를 도모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윤 전 총장의 ‘제3지대 행’에는 같은 야권 성향의 장외후보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라는 경쟁자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최 전 원장은 일가(一家)의 미담(美談)과 감사원장 재직 당시 보여준 결기 등으로 윤 전 총장 못지않게 야권의 러브콜을 받고 있는 유력 잠룡이다. 특히 이명박·박근혜 등 전직 대통령들을 비롯해 전 정권 수사를 맡은 바 있는 윤 전 총장과 달리, 최 전 원장은 전통보수 진영과의 관계 설정이 비교적 원활하다는 점에서 소위 ‘윤석열 대체재’로 거론돼 왔다. 

윤 전 총장이 독자적 후보 등록을 진행한 이날, 최 전 원장도 국립대전현충원에서 부친 고(故) 최영섭 해군 대령의 삼우제(三虞祭)와 고(故) 백선엽 장군 묘역 참배를 마친 뒤 정치 참여를 공식화했다. 최 전 원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본인 자체로 평가받고 싶다’며 ‘윤석열 대체재’로 보는 정가(政街)의 시각을 받아쳤다. 

이처럼 권력 의지를 드러내며 독자적 존재감을 발휘하려 하는 최 전 원장이 국민의힘 입당을 조기에 선택, 후일 ‘경선 흥행’이라는 컨벤션 효과를 누리게 된다면 ‘정당급 이벤트’가 부족한 윤 전 총장의 제3지대가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 윤 전 총장이 ‘자체적 발광체’로서의 역량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대선의 분위기도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야권 후보 경선처럼 ‘국민의힘 소속 후보’의 도약으로 흘러갈 수 있다. 10년 전 고(故) 박원순 전 시장에게 후보를 양보했던 이력으로 ‘서울시장 대세론’을 타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의 약진(躍進) 기세에 밀려 결국 후보 단일화에서 패배한 일이 대선에서도 ‘데자뷔’로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최 전 원장의 합류 가능성을 차지하더라도, 홍준표·유승민·원희룡·김태호 등 당내 주자가 많은 국민의힘이 ‘이준석 체제의 흥행 바람’을 타고 자체적인 경선 부흥을 일으킬 공산도 충분하다. ‘이준석 체제’는 최근 ‘토론배틀’이라는 신선한 방식으로 ‘90년대생 대변인’ 등 참신한 인재들을 선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기성 후보들의 대권 등판에도 ‘리뉴얼의 힘’을 보여줄 수 있다. 

방향 설정이 쉽지 않은 대선 정국에서 ‘어대윤’(어차피 대통령은 윤석열) 대세론을 타고 있는 윤 전 총장이 어떤 차기 행보를 보여줄지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