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는 우리 정부가 유엔에 보낸 대북전단금지법 관련 서한에 관해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변명이라며 한국 정부의 반응이 솔직히 터무니없다고 비판했다.
이 단체는 "김정은 남매를 달래려는 정치적 목적이 한국인에 대한 인권 침해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휴먼라이츠워치의 필 로버트슨 아시아 담당 부국장은 12일(현지 시각) '미국의소리(VOA)'에 보낸 공식 성명에서 "문재인 행정부는 한국인의 기본 인권을 명백히 침해하는 법에 대한 철저한 검토를 피하고자 할 수 있는 말은 뭐든지 하면서 그때그때 핑곗거리를 만들고 있다"고 했다.
특히 "전직 인권변호사가 이끄는 한국 정부가 세계 최악의 인권 탄압 정권 중 하나인 북한 정부를 옹호하기 위해 자국민의 인권을 침해하고 있는 것은 모순적이고도 슬픈 일"이라고 우려했다.
앞서 지난 4월 토마스 오헤아 킨타나 북한인권특별보고관, 아이린 칸 유엔 의사·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 등은 한국 정부에 대북전단금지법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며 재검토를 권고하는 서한을 보냈었다.
그러자 우리 정부는 지난 8일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에 서한을 보내 대북전단금지법은 "접경 지역 주민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제한만 가하고 있고, 표현의 '수단'을 최소한으로 제한하는 것이지 표현의 자유와 관련한 본질적인 '내용'을 제한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휴먼라이츠워치는 "대북전단법처럼 특정 행동을 전면 금지하는 것은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표현의 자유에 대한 어떤 타당한 제약의 범위도 훨씬 넘어서게 된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이 법은 북한 주민들에게 그들의 권리에 대해 알려주려는 외부 단체들을 맹렬히 비난해온 김정은과 그의 여동생의 분노를 달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통과된, 본질적으로 정치적인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 정부가 국제 인권 기준을 준수하는데 진지했다면 그렇게 광범위한 금지책을 통과시키거나 집행하기보다 현행법을 활용해 사례별·사건별 기준으로 규제하는 접근법을 취했을 것"이라고 했다.
필 로버트슨 부국장은 지난달 25일 VOA에 보낸 성명에서도 "김정은은 북한 정부를 이끌기보다 국제형사재판소(ICC)에서 반인륜 범죄에 대한 재판을 받아야 한다"며 "하지만 어쩐 일인지 문재인 한국 대통령은 김정은을 무슨 가치 있는 지도자로 생각한다"고 비판한 바 있다. 그러면서 "다행히도 한국민들은 북한 정권에 대한 문 대통령의 망상(delusion)을 간파해 왔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