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15일 서울 종로구 경희궁길 반기문재단에서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을 예방하고 있다. 사진=조선일보DB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반기문재단 사무실에서 1시간 남짓 비공개 회동을 가졌다. 충북 음성 출신인 반 전 총장은 2017년 ‘탄핵·대선’ 정국 당시 범여권(凡與圈) 성향의 제3지대에서 무소속으로 ‘대권 행보’를 이어가다 중도 사퇴했다. 충남 공주 출신인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를 부친(父親)으로 두고 있는 윤 전 총장에게는 반 전 총장이 ‘충청대망론 주자’ ‘제3지대 대권후보’ 선배(先輩)인 격이다.

반 전 총장은 윤 전 총장과 만난 자리에서 “오늘 처음 뵈었는데, 언론을 통해 많이 뵈었기 때문에 아주 오래 안 분 같다. 검찰총장으로 많은 노력을 하셨고, 공정과 질서를 지키기 위해 많이 노력한 것에 대해 치하한다”며 “대통령 예비후보로 등록하셨던데, 상당히 분망(奔忙)하셨을 텐데도 여기까지 찾아줘서 감사하다. 아마 앞으로 많은 어려움과 난관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은 “일단 예비후보로 등록하셨고, 국가를 위해서 헌신하겠다는 뜻을 발표하셨으니까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의 자세로 열심히 하시면 유종의 미를 거두지 않을까”라며 “국민 신뢰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계속 열심히 노력하시기를 바란다”고 덕담을 건넸다.

회동 후 윤 전 총장이 기자들에게 공개한 대화 내용에 따르면, 반 전 총장은 “국가 안보라는 것은 어느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고, 국민의 모든 것을 앗아갈 수 있기 때문에 한시라도 안보 태세를 잘 유지해야 한다. 한미(韓美) 간에 확고한 안보 동맹을 기축(基軸)으로 해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를 유지해야 한다”며 “일관성 있는 원칙과 예측 가능성을 갖고 남북관계를 추진해야 시간이 걸리더라도 효과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외교·안보 관련 조언을 건넸다. 

반 전 총장은 또 윤 전 총장에게 자신의 저서(著書) 《리졸브드(Resolved)》를 선물하면서 “글로벌 비전을 갖고 대한민국 발전을 위해 헌신하기를 기원한다”고 적어줬다. 현재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으로 재임하고 있는 반 전 총장은 “신속한 탄소중립 정책 추진에 한국 경제의 사활이 달렸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 전 총장은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내가 출마할 때) 페이크(가짜) 뉴스라든지 인신공격이 있었는데, 정치 경험이 없었던 사람으로서 실망스러웠고, 국내 정치에 기여할 만한 것이 없겠다 해서 포기했던 것”이라며 “지금 윤 전 총장의 입장과는 완전히 달랐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도 ‘반 전 총장의 대선 레이스 중도 하차와 관련한 대화를 했나’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갑작스러운 탄핵 결정이 있었던 당시 사정이 지금과는 매우 다르다는 말씀 외에 없었다”고 답했다. 반 전 총장은 “윤 전 총장이 안보와 남북관계의 중요성, 국제 정세에 대해 많이 알고 있다는 좋은 인상을 받아 마음 든든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