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권의 대선주자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청년 표심(票心)’을 잡기 위한 대권 행보에 나서고 있다. 국민의힘에 종이 원서가 아닌 ‘모바일 방식’으로 입당하고 ‘청년 일자리’ 문제에 관심을 보이는 등 고령의 이미지에서 탈피해 ‘MZ 세대’와 친밀해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최 전 원장은 지난 15일 여의도 당사에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만나 입당 절차를 논의하던 중 ‘모바일 당원 가입’을 선택했다. 이 대표가 “모바일 당원 가입과 종이(입당원서) 가입 중 어떤 걸 선호하느냐”는 질문에 “모바일로 하자”고 답한 것이다. 이 대표가 본인 명함 뒷면에 적힌 QR 코드를 보여주자 최 전 원장은 이를 휴대폰으로 촬영해 온라인 입당을 완료했다. 이처럼 신속하고 파격적인 최 전 원장의 입당 행보에 대해 당내에서도 ‘놀랍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이날 국민의힘의 한 중진 의원은 《중앙일보》에 “범생이인 줄 알았던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야권 대선판을 흔들어 놨다”고 평가했다. 당 관계자도 “당 지도부도 놀랄 정도로 모든 게 속전속결의 연속이었다”고 했다.

“입당은 모바일로 하고, 경제는 청년 일자리 강조”
지난 13일 《머니투데이》 보도에 따르면, 최 전 원장은 향후 정치 행보에서 ‘경제’에 중점을 둘 것으로 관측됐다. 최 전 원장은 지난 11일 측근과 ‘국가의 미래 먹거리 부족’을 걱정하면서 향후 국가 경제·일자리와 관련한 행보를 우선순위에 둘 것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 전 원장 측근은 이 매체와의 통화에서 “향후 외부 행보를 할 때 나라의 청년 세대를 위한 미래 먹거리와 일자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낼 수 있는 방향을 고민하자는 얘기를 나눴다. 정치적인 것보다 경제와 관련된 행보를 먼저 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해당 측근에 따르면, 최 전 원장은 “국방과 안보는 생존의 필수 조건이지만 그것만으론 살 수 없고 먹고사는 문제가 중요하다. 아버님(고 최영섭 대령) 말씀처럼 대한민국의 잘못된 부분을 고쳐야 하는 것은 기본”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전언 정치’ 배격 최재형, 《조선펍》 취재진과도 ‘직접 소통’
한편 최 전 원장은 한때 ‘전언(傳言) 정치’ 논란에 휩싸였던 야권의 대선 경쟁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달리, 별도의 대변인을 두지 않고 직접 대(對)언론 소통에 나설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행보 역시 권위적인 ‘간접 소통’이 아닌, 실용적인 ‘직접 소통’을 중시하는 요즘 젊은 세대들의 성향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 전 원장은 지난 15일 국민의힘 입당 기자회견에서 ‘따로 대변인을 두지 않는 게 전언 정치를 하지 않겠다는 뜻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그런 의미가 있다”고 고개를 끄덕인 바 있다.

최 전 원장의 ‘직접 소통’ 의지는 16일 《조선펍》과의 조우(遭遇)에서도 느껴졌다. 최 전 원장은 이날 오후 1시 30분경 수행원과 함께 서울 광화문 ‘두산위브 파빌리온’ 빌딩을 빠져나오는 길에 《조선펍》 취재진과 마주쳤다. 기자가 소속을 밝히고 취재 차 몇 가지 질문을 건네려 하자, 곁에 있던 수행원이 “지금 이동 중이셔서...”라며 양해를 구했다. 그러자 최 전 원장은 잠시 걸음을 멈춘 뒤 취재진을 향해 살며시 고개를 숙여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했다. 최 전 원장이 해당 빌딩에 별도의 약속이 있어 머무른 것인지, 입주한 사무실이 있어 들른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최재형 친구’ ‘별품사 대표’ 조대환 전 청와대 민정수석 “부여되는 임무 있다면 최선 다할 것”
최 전 원장의 서울대 법대, 사법연수원 동기이자 동갑내기 친구로 알려진 조대환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16일 《조선펍》과의 통화에서 “우리가 (최 전 원장이 대선이라는) 바다에 뛰어들게 만들었다. 이제 ‘시험(당내 경선)을 잘 쳐서 목표지까지 갈 수 있도록 우리가 (다시금) 도와야 하지 않느냐’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 전 수석은 지난 5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 모여 최 전 원장의 대선 출마를 촉구한 지지모임 ‘별을 품은 사람들(이하 별품사)’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조 전 수석은 “원래 ‘별품사’를 시작할 때 ‘(최 전 원장이) 감사원장 사퇴하고 빨리 대선 출마하라’고 촉구하는 것을 행동 목표로 삼았다”며 “어제 (최 전 원장이) 입당을 함으로써 우리의 행동 목적은 달성됐다. 이제 다시 (조직 운영의) 방향을 새로 설정할 시간이 됐다”고 말했다.
조 전 수석은 ‘별품사가 최 전 원장을 지지하는 최초의 조직적 시민그룹으로서 차기 대선 정국에서 공식캠프나 지원조직이 될 가능성이 있지 않겠나’라는 기자의 질문에 “캠프를 예정하고 결성한 조직은 아니다”라면서도 “부여되는 임무가 있다면 최선을 다해서 도와드릴 것”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