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주민들은 여전히 생명권, 평등권, 종교의 자유 등 인권을 침해받고 있으며, 탈북을 시도하거나 외부 문화와 접촉하는 주민 처벌 수위도 높아졌다는 내용의 북한인권백서가 나왔다.
23일 통일연구원은 '북한인권백서 2021'를 공개했다. 통일연구원은 북한인권 상황을 객관적으로 조사·분석함으로써 북한인권 문제에 대한 국내외 관심을 제고하고 관련 기초자료를 제공하려는 목적에서 1996년부터 북한인권백서를 발간해오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인권백서 2021'에는 국내에 입국한 탈북민 중 최근까지 북한에 머물렀던 50명에 대한 심층면접 결과를 반영했다.
통일연구원은 백서에서 "북한에서는 여전히 주민의 생명권이 위협받고 있다"며 "2020년 조사에서도 2019년 조사결과와 상반되는 증언은 수집되지 않았다"고 했다.
연구원은 "다만 과거에 비해 공개처형의 빈도가 줄어들고 있으며, 실제로 공개처형 현장에 주민이 동원되는 경우도 줄어들고 있다는 증언도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이것이 실제로 공개처형이 줄었기 때문인지, 아니면 비공개 사형집행이나 비밀 즉결처형이 늘어났기 때문인지는 분명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연구원은 "탈북 관련 강제추방은 줄어드는 것으로 보이는데, 추방자를 수용할 수 있는 당국의 여력이 부족하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이는 결국 탈북을 사전에 방지하고자 국경 통제를 강화하는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또한 "영장 없이 불시에 이뤄지는 불법 가택수사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거나 항의하는 사례가 종종 보고되고 있는데, 이는 비록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북한주민의 권리 의식 신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라며 "다수의 증언자들은 김정은 정권에서 불법적 가택수색이 공안기관 종사자들의 금품 편취의 수단으로 변질되고 있다고 인식하는 등 공권력에 대한 불신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구원은 "사상·양심 및 종교의 자유에 대한 권리 침해도 지속되고 있다"며 "기독교에 대한 탄압이 심해 성경을 소지하는 것만으로도 정치범수용소에 보내지거나 처형을 당하며, 점쟁이나 무당과 같은 미신행위자들에게 무거운 형벌이 내려졌다는 증언이 다수 수집되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다만 김정은의 통치규범이라고 할 수 있는 '당의 유일적령도체계 확립의 10대 원칙'에 대한 강조와 교육은 다소 약화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또한 "컴퓨터와 휴대전화 보급률이 현저히 높아짐에 따라 외부 문화 콘텐츠 또한 디지털 기기를 통해 유입되고 있다"며 "영상 및 음원, 국제전화 및 문자메시지에 대한 당국의 검열과 단속을 일상에서 광범위하게 벌어지고 있으며, 이에 대한 처벌도 강화되는 추세"라고 전했다.
연구원은 "평등권은 성분 및 계층 분류에 의한 차별을 통해 심각하게 침해받고 있다"며 "김정은 집권 이후 성분과 토대보다는 경제력으로 인해 차별 현상이 일부 완화되고 있으나, 이는 성분과 토대에 따른 기존의 차별이 개선됐다고 보기 어려우며, 오히려 경제적 요소에 의한 새로운 차별과 불평등이 중첩돼 차별구조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