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승 고려대 국제대학원장(장 모네 석좌교수)이 26일 《조선일보》 칼럼 〈美와 ‘기후 동맹’ 강화하며 中 견제... 유럽이 쏘아 올린 ‘탄소 전쟁’ 신호탄〉에서 오늘날 세계적인 무역 전쟁의 도화선(導火線)이 된 각국의 ‘탄소 패권’ 경쟁에 대해 분석했다. 이재승 원장은 해당 칼럼에서 기후 변화의 화두인 ‘저탄소’ 기조가 각국 산업에 반영됨에 따라 ‘무역 분쟁’이 발생할 것이라며, ‘수출 국가’인 우리나라의 대응책 수립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 원장은 “이제 탄소와 기후 변화의 문제는 환경의 차원을 넘어서 국제 경제와 외교를 아우르는 의제가 되었고, 유럽은 국제 규범과 표준의 선점을 통해 저탄소 패권 경쟁에서 주도권을 쥐고자 한다”며 “과거와 달리 더 많은 국가들이 기후 변화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명분의 차원에서 이를 강제할 수단도 증가했다. 탄소의 지정학은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원장은 “기후 변화 대응을 우선순위로 제시한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등장은 EU(유럽연합)로 하여금 탄소 이슈를 더욱 강력하게 추진할 환경을 제공해 주었다. 기후 변화 의제는 대서양 동맹 회복의 주요 기제로도 활용되었다”면서 “탄소 규제는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중국을 견제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EU의 강화된 탄소 규제는 중국산 제품의 유럽 수출에 있어 새로운 장벽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 원장은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한국이나 일본, 그리고 여러 신흥 경제국들 역시 철강, 조선, 해운 등 여러 산업 부문에서 탄소 장벽의 직접적인 도전에 놓일 것으로 전망된다. 탄소의 문제는 필연적으로 새로운 통상 분쟁을 가져오게 된다”며 “주요 온실가스 배출국이자 산업국인 한국은 동반자로서의 매력도 있지만, 동시에 규제의 일차적인 타깃이 되는 취약성을 함께 지닌다. 탄소 전쟁에 나갈 무기가 갖춰졌는지, 동맹을 충분히 만들었는지 되돌아보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원장은 “녹색으로의 전환은 아름답다. 그 누구도 방향성에 있어서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며 “하지만 녹색의 정당성 밑에 국제 규범과 산업 경쟁력을 놓고 거대한 경쟁이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을 읽어야 한다. 글로벌 탄소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치밀한 전략과 전투력의 보강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