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에 때아닌 도적떼가 기승을 부린다고 한다. 김씨 독재 왕조(王朝)에 반발한 민란(民亂)일까, 낙후된 사회에서 횡행하는 조직 폭력배들의 출현일까. 주민들은 이들을 보면 “마적단(馬賊團)”이라 부르며 치를 떤다는데, 과연 정체는?
26일(현지 시각) ‘자유아시아방송(rfa)’ 보도에 따르면, 최근 북한 주민들이 마적단이라 부르며 도적떼 취급을 하는 존재는 다름 아닌 북한군(北韓軍)이다. 근래 들어 주민들에 대한 군인들의 억압이 지속돼 왔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군인들의 약탈에 괴로워하면서도 ‘정권의 실정(失政)으로 인해 군인들이 제대로 된 처우를 받지 못해 이런 범행에 나서게 됐다’며 안타까워하고 있다.
황해북도의 한 주민은 이 매체에 “요즘 평산군 내에서는 군인들에 의한 약탈과 폭행이 도를 넘고 있어 주민들이 군대를 ‘마적단’이라 부르며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주민은 “길을 다니는 주민들은 멀리서 군인들이 보이면 두려운 마음에 다른 길로 피해 다니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해당 주민은 “요즘 군대에 대한 국가의 공급이 열악해지면서, 군인들이 주민들을 상대로 담배와 현금, 먹을거리, 물건 등을 닥치는 대로 빼앗고 약탈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지난주 평산군의 한 주민이 한적한 길을 가던 중 세 명의 군인이 불쑥 나타나 ‘갖고 있는 물건들을 모조리 내놓으라’고 협박한 사건이 있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주민의 말이다.
“세 명 중 한 명의 군인이 이 주민을 향해 ‘명절은 쇠야 할 것 아니냐’고 말하자, 나머지 두 명의 군인이 주민이 메고 있던 배낭을 강제로 빼앗아 달아났다. 예전에도 이런 일이 없진 않았지만, 요즘은 군인들이 주요 길목을 지키고 있다가 주민들을 협박하거나 물건을 약탈하는 일이 너무 자주 발생하고 있다. 주민들은 ‘나라에서 군인들을 충분히 먹여준다면 군인들이 이런 짓을 벌이지 않을 텐데, 국가가 군부대에 지원을 해주지 않아 군인들을 마적단으로 변하게 하고 있다’며 성토했다.”
함경북도의 한 군(軍) 관련 소식통도 “청진시 반죽동에 위치한 한 군부대의 군인들이 이달 들어서만 5차례나 주민 약탈 사건을 벌임으로써, 인근 주민들의 군인들에 대한 여론이 크게 악화했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상급병사들은 하전사들에게 식량과 생활용품, 주류와 담배 등 쓸만한 것은 무슨 방법을 쓰든지 확보하라고 압박했다. 이에 하전사들은 민간으로 나가 인적이 드문 골목 등지에서 배낭이나 가방을 든 행인들을 무작위로 세워 물건을 갈취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