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조선일보DB

지난 보궐선거에서 ‘3선 서울시장’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오세훈 서울시장이 국민의힘의 ‘차기 대권 후보’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초 ‘안철수 대세론’을 꺾고 극적으로 야권 후보가 돼 보선을 압승한 오 시장은 정가(政街)에서 최근 체급이 커진 정치인으로 분류된다. 그간의 경력을 발휘, 시정(市政)을 안정적으로 운영해 상승세를 탄 오 시장은 야권에서 ‘차차기 대권 잠룡’으로 꼽혔다. 그런 그의 대권 도전 시점이 올 하반기 대선 정국 분위기에 따라 앞당겨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특히 윤석열·최재형 등 ‘장외 잠룡’들의 출신 성분에 반감을 드러내고, 홍준표·유승민 등 이른바 ‘대선 재수생’들을 못마땅해하는 당내(黨內) 핵심 세력의 의중이 관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경선 과정에서 후보 간 분열 양상이 지속되고 당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적합한 후보를 선출하지 못할 경우, 당 차원에서 오 시장을 차출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어차피 오 시장은 보선으로 당선돼 임기가 겨우 1년이다. 연임을 위해선 내년 대선 직후 열리는 지방선거에 다시 도전해야 한다. 

따라서 오 시장으로서도 요즘처럼 상승세를 타고 있을 때 ‘의정(議政)·시정 경험을 두루 갖춘 후보’임을 내세워, 내친김에 대권으로 직행하는 것이 정치 생명을 새롭게 이어나가는 변곡점이 될 수 있다. 다만 정식 출마를 위해선 후보 선출 일정을 고려, 시장직에서 중도 하차해야 하기 때문에 ‘시장으로 다시 뽑아준 민심을 배반하느냐’는 세간의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국민의힘의 한 관계자는 28일 《이데일리》에 “만약에 윤 전 총장이 중도에 낙마하면 여당 후보를 이길 수 있는 대안으로 오세훈 시장이 부상할 것”이라며 “오 시장이 직접 나서 표명할 수는 없겠지만, 당에서 자락을 깔아주면 오 시장도 대선 출마를 검토할 것”이라고 전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도 지난 26일 ‘CBS 라디오 – 한판승부’ 인터뷰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을 이준석 대표가 (차기 대선에) 띄우려고 한다는 음모론 기사를 봤다”고 말한 바 있다. 이하 JTBC가 지난 27일 보도한 〈야권 내 ‘오세훈 차출론’ 솔솔... 이준석 “나쁘지 않은 음모론”〉 기사의 한 대목을 옮긴다.

“야권에서 최근 수면 위로 올라온 시나리오, 바로 ‘오세훈 차출론’인데요. 대선 레이스에서 윤 전 총장이나 최재형 전 감사원장 등이 중도 탈락 위기에 몰렸을 경우 오 시장이 대체재가 될 수 있다는 시각입니다. 물론 오 시장은 현재까지 대선 불출마 의사를 명확히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는 의견도 있는데요. 오 시장, 윤 전 총장과의 만남 외에도 국민의힘 신임 대변인단과 비공개 오찬도 함께 했고요. 지난 재보궐선거 때 자신의 캠프에서 뉴미디어본부장을 지낸 이준석 대표와도 종종 소통하고 있죠. 여의도 정치에 꾸준히 관심을 드러내고 있는 건데요. 특히 이재명 경기지사의 '미군 점령군' 발언을 두고 SNS 설전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28일 ‘TBS 라디오 – 김어준의 뉴스공장’ 인터뷰에서 “(오 시장이) 9월 초에 경선에 뛰어들긴 현실적으로 어렵고, 예를 들어 11월 초에 우리 당 후보가 선출됐는데 지지율이 여당 후보에 비해 턱없이 부족할 경우 후보에 대한 교체론이 나올 것”이라며 “(그때가 되면) 오 시장은 나오려고 하지 않겠지만 당내에서 국민 명령이라면서 나오라고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 최고위원은 “오 시장이 (나오려면) 12월 9일까지 (시장직을) 사퇴해야 할 텐데 그 기간(11월부터 12월까지)이 (대권 후보들에게는) 황금기다. 새로운 장이 열릴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만약 예상한다면 그렇다. 어차피 후보 단일화를 하는데 마지막으로 (주자들을) 다 끌어 모아보자는 논리가 충분히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해당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방송인 김어준씨도 “특히 윤석열이 죽어야 오세훈이 나온다, 이 정도 관계”라며 “오세훈 서울시장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서로 정치적으로 제로섬 관계”라고 말했다. 김씨는 “8월 말 예비후보 등록인데 그때까지 등록은 불가능하다. 대전제가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이 대폭 하락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당분간 코로나 상황도 8월까지는 해결 안 된다. 그래서 11월 (차출설) 이야기가 나온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