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종로구의 한 서점 외벽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부인 김건희씨를 비방(誹謗)하는 벽화가 게시돼 세간에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30일 오전 해당 벽화를 의뢰한 건물주 겸 서점 주인 여모씨의 결정에 따라 ‘쥴리의 꿈! 영부인의 꿈! 쥴리의 남자들’ 등의 모욕 문구가 지워졌다. 이날 여씨가 참석한 가운데 서점 직원이 5분간 해당 벽화의 모욕 문구를 페인트로 덧칠해 지워냈다. 다만 여성과 하트 문양 등 벽화의 그림 부분은 지우지 않고 남긴 상태다. 벽화에 새겨진 ‘쥴리’라는 명칭은 김씨의 사생활 및 출신 성분을 비방하는 의도의 멸칭(蔑稱)이다. 윤 전 총장 캠프 법률팀은 지난 29일 해당 벽화 제거를 촉구하며 김씨를 비방한 인사 10명을 고발했다고 밝혔다.
한편 야권에서는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김씨 비방 벽화’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빗발쳤다. 국민의힘 소속 대선주자이자 윤 전 총장의 대권 경쟁자이기도 한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저질 비방이자 정치 폭력이며, 표현의 자유를 내세운 인격 살인”이라고 격분했다. 같은 당 하태경 의원은 “광장에 있어야 할 민주주의를 뒷골목으로 끌고 들어가 키득거리는 볼썽사나운 짓 당장 중단하라. 이른바 ‘친문’ 지지자들이 벌이고 있는 막가파식 인격 살인에 대통령이 제동을 걸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김미애 의원은 “유력 대권주자 배우자라는 이유로 이렇게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을 해도 되는가. 이런 저질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여야를 막론한 모든 정치인이 철퇴를 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근식 송파병 당협위원장은 “윤 전 총장 반대하는 가짜 진보의 수준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훌륭한 증거”라고 꼬집었고, 유상범 의원은 “추문을 기정사실화하고 사람을 조롱거리로 만드는 전형적인 ‘저쪽 수법’”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윤 전 총장과 대척점에 있는 더불어민주당·정의당 등 진보진영 일각에서도 비방 벽화가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상민 민주당 선관위원장은 “(대권후보) 가족에 대해서는 웬만하면 서로 신사협정을 준수하는 게 좋다”며 “지극히 사생활에 관련된 그런 문제는, 경쟁이 치열해도 정파를 달리해도 (비방을) 자중해야 한다”고 했다. 같은 당 전재수 의원은 “어떤 말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것이자 명백한 사회적 폭력”이라고 비판했다.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는 “여성혐오적 흑색선전이 계속되고 있다”며 “쥴리 의혹이 어떤 의미 있는 검증이라는 주장은 여성혐오와 성추문에 대한 호기심이 가득하다는 것을 증명해줄 뿐”이라고 지적했다.
해당 벽화가 김씨에 대한 명예훼손으로 형사처벌도 가능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30일 ‘YTN 라디오 –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한 박성배 변호사는 “다분히 명예훼손에 해당해 보인다”며 “벽화를 의뢰한 건물주이자 서점 주인 여씨는 개인의 자유를 표현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공개된 장소에 작성된 벽화는 공연성 요건을 충족하고 있다. 적혀 있는 이름과 내용이 널리 알려진 루머를 지칭함을 누구나 인식할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단순한 모욕을 넘어서 김건희씨의 과거 경력 관련 설명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변호사는 “더구나 윤 전 총장 측이 최근 김건희씨의 과거 경력 루머가 사실이 아니라고 적극적으로 반박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 상황에서 이 루머가 사실이라고 믿는 데 적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한다면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으로 처벌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