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권의 대선주자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노무현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친노(親盧) 적통(嫡統)’임을 자처하는 정 전 총리는 같은 진영의 경쟁 후보들을 견제한다. 참여정부 탄핵 정국 당시 열린우리당 소속이었던 본인이 국회의 탄핵 가결을 막기 위해 의장석을 지켰다고 자부심을 드러내고 있다. 반면 새천년민주당 소속이었던 이낙연 전 대표는 탄핵에 대한 입장을 분명하게 드러내지 않았다고 비판한다. 정 전 총리는 ‘노무현 정신에 어긋난다’며 여권의 언론중재법 강행 처리를 비판하는 야당에도 공격을 가했다. 대권 후보로서 본인의 현재 상황을 2002년 대선 경선 당시 노 전 대통령의 ‘역전 드라마’에 투영하기도 했다.
정 전 총리는 지난달 23일 ‘MBC 라디오 -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제가 마지막까지 노무현 대통령을 지키기 위해서, 탄핵을 막기 위해서 의장석을 지킨 사람”이라며 “우리 당(당시 열린우리당)과 다른 정당(새천년민주당), 그쪽 사정은 저는 자세히 모른다”고 말했다. 지난달 28일 경선 TV 토론회에서는 이 전 대표를 향해 “(노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해) 입장을 분명히 하지 않고 무덤까지 가져가겠다고 했는데 최근 반대했다고 말했다. 태도가 바뀐 이유가 뭐냐”고 따지기도 했다.
이 전 대표가 “거듭 말하지만 반대했다. 그 당시 (새천년)민주당 내부의 고통을 잘 이해하실 것”이라고 답하자, 정 전 총리는 “좀 모호한 것 같다”고 받아쳤다. 이어 “탄핵안에 반대했다고 명시적으로 말했지만, 국민은 그 말을 믿어야 할까, 아니면 노 대통령을 지키고자 했던 의원들의 행동을 믿어야 할까 고민스러울 것”이라며 “그래서 (이 전 대표의) 말과 행동에 일관성이 없다고 느낀다. 무덤까지 가져간다고 하다가 태도를 바꾼 것이 이해관계 때문이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정 전 총리는 지난 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쓴 ‘국민의힘은 노무현 전 대통령님을 욕보이지 마라’는 제하의 글에서 “노 전 대통령 탄핵을 주도하고 차마 입에 담을 수도 없는 막말로 조롱했던 당신들의 과거를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며 “이제 와서 무슨 염치로 그 이름을 거론하냐. 당신들의 입길에 더 이상 노 전 대통령님을 올리지 말라”고 야당을 비판하기도 했다.
정 전 총리는 지난달 23일 ‘뉴스1’ 인터뷰에서 자신이 여권 대선주자들 가운데 1위 이재명, 2위 이낙연에 이어 3위에 머무르는 것에 대해 “처음에 노무현 전 대통령도 3등으로 시작했다. 그런데 제주도에서 3등 하긴 했는데 울산, 광주 가면서 1등 했다”며 “그러면서 이른바 ‘노풍(盧風)’이 불었다. (이번 경우에도) 노풍이 재현된다는 보장은 없지만 원래 경선이라는 것은 드라마가 펼쳐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선 이전에 여론조사 결과대로 간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았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앞으로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며 노 전 대통령의 ‘경선 역전’에 자신의 정치적 미래를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