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권 비판 전단’을 뿌린 청년들이 고초를 겪고 있다. 최근 한 대학원생은 문재인 정부를 ‘독재정권’으로 칭한 전단을 뿌린 죄로 항소심에서 벌금형을 받았다. 얼마 전에는 현 정권을 ‘북조선의 개’라고 비판한 전단을 살포한 30대 남성이 ‘모욕죄’로 고소를 당하기도 했다. 모욕죄는 형법상 친고죄(親告罪)로, 해당 건의 경우 문 대통령 또는 문 대통령이 위임한 사람이 직접 고소해야 기소할 수 있다. 대통령이 해당 청년을 직접 고소한 것으로 해석되는 부분이다. 논란이 불거지자 청와대는 이후 고소를 철회했다.
지난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9부(부장판사 장재윤)는 정권 비판 전단 400여 장을 살포한 대학원생 A씨에게 벌금 50만 원을 선고한 1심 판결을 유지했다. A씨는 작년 1월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20층 비상계단에서 ‘문재인 독재정권은 민주화 탄압을 즉각 중단하라’는 문구가 적힌 전단 462장을 살포한 혐의로 현행범 체포됐다. A씨는 정권 비판 성향의 청년 단체 ‘신(新)전대협(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서울대 지부 회원이다. A씨는 같은 단체 회원이 2019년 한 대학교 캠퍼스 게시판에 정권 비판 대자보를 붙였다가 경찰 수사를 받은 사실에 분노해 이 같은 일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전단을 뿌린 행위가 “경찰행정권의 부당한 남용을 비판하는 정치적 의사표현 행위”라며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에 기초해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지만 1심과 항소심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이 정한 벌금 50만 원은 (벌금) 상한액의 9.8% 수준이다. 벌금 액수가 대학원생인 피고인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억압해 해치는 수준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정권 비판 전단을 뿌렸다가 문 대통령 측으로부터 모욕죄 고소를 당했던 30대 청년 김정식씨는 《월간조선》 2021년 6월호 인터뷰에서 ‘대통령 모욕죄 사건이 현 시대에 던진 메시지는 뭘까’라는 기자의 질문에 “‘86’으로 대표되는 집권세력, 자칭 민주화세력들은 ‘2021년 판’ 국민들의 민주주의를 못 따라가고 있다. 이상·이념 속에서만 존재하는 민주주의를 공허하게 좇으며, 이미 훨씬 다양하고 자유로운 현세의 민주주의를 자신들의 구태의연한, 구호뿐인 민주주의의 틀에 가두려고만 한다”고 지적했다.
김씨는 전단 살포 당일인 ‘2019년 7월 16일로 돌아간다면, 그 다음 날 다시 전단을 뿌릴 건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아무리 생각해도 전단은 부족했다. 돌아간다면, 애드벌룬을 띄우겠다”며 “아니면 현수막을 걸던가. 이 일이 ‘대통령이 국민을 모욕한 사건’으로 끝나버려서 심히 유감이다”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