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도쿄올림픽에서 양궁 3관왕을 달성한 안산 선수가 때아닌 ‘페미니즘 논쟁’에 휘말렸다. ‘쇼트 컷’ 헤어스타일과 ‘남성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일부 표현을 사용한 것이 논란의 단초가 됐다. 온라인 커뮤니티 중심으로 그가 ‘페미니즘’을 지향하는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돌았다. 이에 이른바 ‘친(親)페미’ 진영에서는 ‘남성 우월주의자’들로부터 안산 선수를 지켜야 한다며 전선(戰線)을 펼쳤다. 이어 국민의힘 신임 대변인이 해당 문제를 언급하면서 ‘남혐 표현’에 대해 지적하자 논쟁은 또다시 격화됐다. 2030 세대 사이에서 가장 큰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이른바 ‘젠더 갈등’으로 불씨가 옮아붙은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안산 선수 관련 논란이 ‘페미니즘 선전(宣傳)을 위한 친페미 진영의 의도적인 이슈화’라고 지적한다. 성별을 떠나 우리 국민 누구도 뛰어난 실력으로 국위선양을 한 안산 선수에게 ‘페미니즘 프레임’을 덧씌우지 않았는데, 친페미 진영이 의도적으로 ‘젠더 이슈의 시빗거리’로 만들었다는 분석이다.
반(反)페미니스트 학자로 알려진 오세라비 작가는 “양궁 선수 안산에 대한 여성혐오는 수세에 몰린 페미니스트 주류들이 판 함정”이라고 지적한다. 그는 “여가부 폐지론 확산으로 코너에 몰린 페미니스트들의 반격이 바로 안산 선수에 대한 혐오 확대재생산”이라며 “안산에 대한 페미 논쟁에 휘말리지 마라. 진짜 악랄한 여성혐오는 (야권 대선주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부인인) 김건희씨 벽화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안산 페미 논란은 한 외국인이 ‘머리가 왜 짧냐’고 댓글 단 것에서 촉발돼 ‘여혐’으로 확전”
오세라비 작가는 2일 《조선펍》과의 인터뷰에서 “안산 선수의 ‘페미 논란’은 국적 불명의 외국인이 안산 선수 인스타그램에 ‘왜 머리가 짧으냐’고 댓글을 단 것에서부터 촉발됐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자 페미들은 ‘저거 한남(편집자 註: 급진 페미 진영이 한국 남성을 비하하는 멸칭(蔑稱))들이 또 발작을 하는 구나’하고 엄청나게 댓글 공세를 했다”며 “그렇게 이 사건이 순식간에 ‘여혐’으로 확전이 됐다. 이게 사건의 본질”이라고 설명했다.

양준우 국민의힘 대변인도 지난달 30일 본인 페이스북에 쓴 글 ‘스스로 빛난 안산 선수와 신나서 갈고리 거는 자들’에서 ‘안산 페미 논란’이 “한 외국인이 안 선수에게 ‘왜 머리가 짧으냐’고 번역기 돌려서 물었는데, 이게 한국 남성의 여혐 사례로 둔갑되어 인터넷에서 확대 재생산된 결과”라고 지적한 바 있다.
오세라비 작가는 “내가 ‘이거는 제동을 걸어야 되겠다’ 싶어서 페이스북에 ‘이 사건은 (급진 페미 진영이 판) 또 하나의 함정’이라고 썼던 것”이라며 “우리가 진정으로 여성 인권을 생각한다면 ‘쥴리 벽화’에 대해 지적해야 한다. ‘쥴리 벽화’야말로 악질적인 여성 혐오”라고 강조했다. 그는 “실체도 없는 안산 쇼트 컷, 페미 논란에 흥분해야 할 거 같으면, 여기에도 흥분해야 맞는 것 아니냐”라면서 해당 벽화는 “명백한 정치 의도가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 종로구 한 서점 외벽에 그려진 ‘쥴리 벽화’와 관련, 해당 그림을 의뢰한 건물주는 ‘정치적 배경이나 의도가 없는 단순 풍자 작품’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에 대한 오세라비 작가의 말이다.
“쥴리 벽화, 그렇게 편향적인 게 무슨 풍자인가”
“우리가 어떤 작품을 풍자나 위트라고 말하려면, 특정 정치적 이념이나 자신의 진영논리는 배제해야 되는 거예요. 그래야만 우리가 그 작품을 ‘올바른 풍자’라고 볼 수 있는 거죠. (쥴리 벽화는) 명백하게 (야권 대선주자인 윤 전 총장 부인을 흠집 내려는) 정치 의도가 있잖아요. 이건 표현의 자유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풍자라니... 말이 되는 소립니까? 그렇게 편향적인 게 무슨 풍자인가요? ‘여성 인권’ 외치던 사람들이 자기모순에 빠지는 ‘선택적 여성 혐오’일 뿐이죠.”
한편 오세라비 작가는 안산 선수가 인스타그램에 쓴 일부 표현(웅앵웅, 오조오억년 등)이 남성 비하의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단, 안산 선수가 해당 표현의 비하적 의미를 알고 사용했는지는 알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앞서 양준우 국민의힘 대변인은 “(안산 페미) 논란의 시작은 허구였으나, 이후 안 선수가 남혐 단어로 지목된 여러 용어들을 사용했던 것이 드러나면서 실재하는 갈등으로 변했다”며 “이 논란의 핵심은 ‘남혐 용어 사용’에 있고, 레디컬 페미니즘에 대한 비판에 있다. 올림픽 영웅조차도 이 첨예한 갈등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변해버린 사회에 유감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웅앵웅, 오조오억년 표현은 남혐 용어 맞다... 언론들, 남혐 문제도 지적해야”
오세라비 작가는 “‘웅앵웅’은 남자들이 제대로 대답도 못하고 옹알이하듯 웅얼거리는 모습을 조롱한 단어”라며 “‘오조오억년’은 남성들이 여자들을 ‘5조5억 년’ 동안 억압하고 착취했다는 뜻의 단어다. 또 ‘쓸모없는 남성들의 정자(精子) 수를 모으면 5조5억 마리가 된다’는 식으로 의미가 변형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어른들은 이게 무슨 소린지 잘 모르지만, 젊은 친구들은 왜 ‘남성 혐오’ 표현인지 다 안다”며 “사실 이런 단어들은 젊은 여성들이 잘 모르고 쓰는 경우도 있다. ‘한남충’ 같은 표현도 ‘유행어인가 보다’ 생각하고 쓰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그의 말이다.
“그거는 분명히 남성 혐오 용어가 맞아요. 다만 안산 선수도 이를 알고 썼는지 모르고 썼는지는 (우리가) 알 수 없죠. 그러나 남자들은 기분이 나쁜 거예요. 그걸 지적한 거죠. (일부 급진 페미 진영에서는) 남성의 성기까지 비하하면서 무슨 ‘6.9’니 온갖 소리를 다 한단 말이에요. 그런데 어떻게 여성 혐오만 있나요? 남성 혐오도 (혐오 표현의) 원본이 다 있는데... 언론이 (젠더 갈등 이슈를 다룰 때 남녀 혐오 문제 등을) 형평성을 생각해서 똑같이 지적해야 해요. 남자들이 쓸데없이 흥분하지 않거든요. 다 이유가 있다고요.”
“진짜로 ‘여성 혐오’ 심한 쪽은 ‘여성 인권’ 외치는 좌파”
오세라비 작가는 ‘여성 혐오를 배척하며 인권을 주장하는 진보좌파 쪽에서 유독 미투 등 성추문이 많이 불거지는 이유가 뭔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원래 좌파들은 ‘리버럴 성향’이 강하다. (프랑스) 68혁명 일어날 때도 ‘성 혁명’ ‘성 해방’이 테제(정치적·사회적 운동의 기본 방침이 되는 강령)였다”며 “프리 섹스 등이 그쪽 사람들의 문화적 산물로서 아주 뿌리가 깊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그게 지금 시대를 만나니까 (문제로) 불거지고 있는 거다. 자기모순을 범해서 자기 발등을 찍고 있는 것”이라며 “진짜로 여성 혐오가 심한 쪽은 좌파다. 그들이야말로 여성 혐오를 밥 먹듯이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자기네들이 그러니까 남들도 다 그런 줄 안다. (여성 혐오) 그 자체가 문화가 되니까 문제인 것”이라며 “그러니까 그게(여성 인권 운동) 다 허위(虛僞)라는 거다. 진실성이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