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드루킹 몸통 배후 수사 및 대통령 진실 고백 촉구' 당 지도부 릴레이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조선일보DB

대망(大望)을 품은 야권(野圈)의 이무기들이 국민의힘에 모여들고 있다. 지난달 15일 최재형 전 감사원장에 이어 보름 후 윤석열 전 검찰총장, 지난 2일에는 호남계 ‘DJ 적자(嫡子)’로 불리는 장성민 전 국회의원까지 입당(入黨)했다. 현재 ‘제3지대’에 남아 있는 거물급 정치인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뿐이다. 

김 전 부총리의 경우 대권 도전 의지는 피력했으나 야권 합류 의사는 명확히 밝히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여권(與圈)의 후보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야권의 대권 경쟁을 주시하는 정가(政街)의 시선은 자연스레 안 대표의 다음 스텝에 모이고 있다. 안 대표는 현재 국민의힘과 ‘합당(合黨) 샅바 싸움’을 벌이면서 ‘드루킹 대선 여론조작’ 사건과 관련,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는 등 독자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안 대표는 2일 시위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나는 지금 모든 관심을 김경수·드루킹 여론조작 사건의 실체를 밝히고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그것이 우리 야권 모두에 필요한 일이고 야권 지지자들이 바라는 일”이라며 국민의힘 합류 문제와 관련해 말을 아꼈다. 그는 “디지털 부정선거를 뿌리 뽑지 못하면 이번 정권 교체는 불가능하다. 김경수의 여론조작 사건은 과거의 일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이라며 “그러한 문제의식으로 제1야당에서도 적극적으로 이 운동에 동참해달라”고 촉구했다.

국민의힘을 향한 안 대표의 이 같은 ‘여론조작 항의 시위 동참 권유’는 본인이 현 정권 심판의 주체가 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지난 19대 대선 당시 야권의 유력 대통령 후보였던 자신이 ‘집권세력의 여론조작에 당한 최대 피해자’라는 점을 내세우면서, 차기 대선 정국에서 정권 교체의 주역으로 나서겠다는 포석이다. ‘정권에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자신이야말로 정권 교체의 적임자’라는 명분 쌓기에 들어간 것이다.

안 대표의 국민의당도 합당 지연 작전으로 국민의힘 힘 빼기에 돌입한 모양새다. 당명(黨名) 변경 및 당직자·당협위원장 지위 인정 등 쟁점 협상에 있어 우위를 점하고자 일종의 줄다리기를 하는 것. 국민의당 관계자는 《조선일보》에 “안 대표는 흡수 합당이 아닌 야권 통합의 모양이 돼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합당 후 당명 변경, 대선 후보 선출 방식 등에 대한 견해 차가 좁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당장 답을 내기는 쉽지 않다”고 전했다.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3일 ‘MBC 라디오 -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지금 현재 대표 간 만남에 대해 어떤 의미나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안 대표 역시 이(준석) 대표와의 만남의 필요성을 잘 느끼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의 압박도 만만치 않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3일 ‘KBS 라디오 - 최경영의 최강시사’ 인터뷰에서 “참 이해하기가 어렵다. 안철수 대표가 왜 이 문제를 자꾸 지지부진 끌고 있는지를 잘 모르겠다”며 “지금 어차피 야권은 단일화가 될 수밖에 없는 큰 흐름을 타고 있다. 이 큰 흐름을 거스를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안 대표가) 하루빨리 야권 단일화에 참여하는 것이 맞지 11월에 가서 어떻게 하겠다고 한다면, 그거는 커다란 오판”이라고 지적했다. 

김철근 국민의힘 당 대표 정무실장도 2일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도 (안 대표가) 합당 또는 입당의 시기를 놓쳐서 결국 서울시장에 선택받지 못하는 결과를 받았다”며 “지금이라도 (시장 후보) 단일화 때 합당을 선언했던 초심으로 조건 없는 통 큰 합당이 빠른 시간 내에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당 밖 유력주자들이 국민의힘에 입당하면서 경선 버스의 출발을 앞두고 있다”며 “또다시 최악의 타이밍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