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인권정보센터(NKDB)가 올해 '북한인권백서'와 '북한종교자유백서'를 발간하지 못하게 됐다고 9일 밝혔다. 지난해까지 북한인권백서는 14년간, 북한종교자유백서는 13년간 매년 발간해왔는데 올해 처음으로 발간 중단 사태를 맞게 된 것이다.
이날 NKDB는 "지난해 통일부가 일방적으로 통보한 'NKDB 하나원 조사 불허' 방침이 백서 미발간의 주원인이 됐다"고 밝혔다. 탈북민 면담으로 확보한 증언을 토대로 국제 사회에 북한인권 실상을 알리는 것이 NKDB의 주무였는데 통일부의 조사 불허 조치로 두 백서 발간에 제동이 걸렸다는 것이다.
NKDB는 1999년 하나원 개원 이후 통일부와 협력해 하나원 입소자 대상 북한인권 실태 조사를 실시해왔다. 2004년 NKDB가 사단법인 인가를 받은 후로는 하나원 입소자 전수에 대한 조사로 확대했으며, 2008년부터는 통일부의 공식 위탁 사업으로 NKDB가 하나원 내 북한인권 실태 조사를 사실상 전담해왔다. 북한 정권이 민감하게 여기는 인권 문제를 남북관계 주무 부처인 통일부가 앞장서 다루기가 난감했던 만큼, 이 분야에 전문성을 가진 민간단체 NKDB가 통일부 대신 북한인권 실태를 기록해온 셈이다.
NKDB는 "2016년 북한인권법 제정 이후 통일부가 NKDB의 하나원 조사 규모와 질문 문항을 축소할 것을 지속 요구해왔다"며 "법안에 따라 통일부 산하 북한인권기록센터가 신설되면 정부와 민간 간 협력이 확대될 것이란 기대와 달리, 민간이 하던 일을 정부가 독점하려는 양상이 불거진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1월 통일부는 NKDB와 하나원 조사를 위한 사업 계약을 앞두고, 조사 대상자 규모를 매달 30% 추가 감축할 것을 요구했다. NKDB는 통일부에 조사 인원 추가 감축 요구를 재고해달라고 요청했으나, 두 달 후 통일부는 'NKDB 하나원 조사 중단'을 통보했다.
NKDB는 북한인권 피해자 구제와 과거 청산을 위해선 북한인권 기록의 교차 검증이 필수적이고, 이는 정부와 민간 간 협력을 통해 달성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특히 통일부 북한인권기록센터가 남북 관계를 의식해 2017년 설립 이래 단 한 차례도 북한인권 실태 보고서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었던 만큼, 민간에서라도 북한인권 실태를 알리려는 시도를 지속해야 한다는 것이다.
윤여상 북한인권정보센터 소장은 "북한인권법은 북한인권 개선을 위해 정부와 민간이 협력해야 한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다"며 "통일부가 민간 기관에도 하나원 입소자에 대한 북한인권 실태 조사 기회를 부여해 NKDB의 '2022 북한인권백서'와 '2022 북한종교자유백서' 발간이 재개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윤 소장은 특히 "통일부의 'NKDB 하나원 조사 중단' 방침은 국제 사회와 민간 단체들과 협력해 북한인권을 개선하겠다는 대선 공약은 물론, 국정 과제 92번(북한인권 개선과 이산가족 등 인도적 문제 해결)까지 위배하는 것"이라며 "한국 정부가 북한인권 문제에 있어서 정책상 후퇴하고 있다는 국제 사회의 비난을 불식시키려면 북한인권 기록에 있어서 정부-민간의 협력이 필수"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