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1년 7월 26일 오후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가 서울 종로구 주한 호주대사관에서 캐서린 레이퍼 주한 호주대사를 만나 대화하고 있다. 사진=조선일보DB

대권(大權) 잠룡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의 독자 행보가 계속되고 있다. 여야(與野) 모두에서 러브콜을 받지만 응답하지 않고, 중도진영으로 불리는 이른바 ‘제3지대’ 개척을 고수하며 신당(新黨) 창당(創黨)까지 시사한 상황. 소속이 없었던 최재형 전 감사원장에 이어 윤석열 전 검찰총장까지 국민의힘으로 입당(入黨)하면서 사실상 현재 제3지대는 무주공산(無主空山)이나 다름없게 됐다. ‘독자 출마(出馬)’까지 거론되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남아있지만, 국민의힘과 합당(合黨) 논의가 차후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따라 그의 대권 행보는 달라질 수 있다. 여야 양당(兩黨)의 구애에도 아랑곳없이 제3지대 밭 갈기에 나서는 김 전 부총리가 주목받는 이유다.

김 전 부총리는 지난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중소기업인들과의 간담회에서 ‘국민의힘 대외협력위원장인 권영세 의원에게 연락을 받았느냐’는 기자 질문에 “양당에서 모두 직간접적 연락이 오고 있다. (그러나) 한 번도 어느 당에 별도로 의사 표시를 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김 전 부총리는 지난 6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제3지대 행보를 고려할 것이냐’는 질문에 “기득권 정치권에 숟가락 얹을 생각이 전혀 없다”며 “정치 교체를 위해 세력을 모을 것이고 신당 창당과 같은 방안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경선에 참여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도 “현재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견고한 양당 구조 아래 투쟁의 정치를 하면서 문제 해결과 통합의 정치를 못 하고 있다. 저는 제 길을 가겠다”고 답했다.

김 전 부총리는 ‘안철수 대표와의 연대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새로운 정치 교체를 이야기하면서 세의 유불리나 정치공학에 따른 기존 정치권의 방식을 따라가면 그것은 틀린 것”이라며 “큰 관심이 없고, 그게 변수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여야 후보 단일화 및 연대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는 “지금의 여야 경선 과정에 실망한 분들이 저와 뜻을 같이하면서 정치 구도가 바뀌게 될 것”이라며 독자 노선 고수의 뜻을 밝혔다.

김 전 부총리는 같은 문재인 정부 출신인 윤석열·최재형 후보를 직격(直擊)하기도 했다. 그는 “이분들과 저는 정치하는 목적·과정·방법이 완전히 다르다. 저는 비전과 대안을 제시했다”며 “저와 동일 선상에 놓지 말라”고 단언했다. 이어 “두 분은 권력기관장과 헌법기관장을 하다가 중간에 사퇴해 정치를 했다. 자신의 비전 없이 정부에 대한 공격만으로 정치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전 부총리는 지난 9일 《이데일리》 인터뷰에서 “지금 (여야 양당) 구도하에서 대한민국의 변화를 전혀 만들 수 없다. 새로운 길이 필요하다”며 “변화하지 않으면 미래는 없다. 지금과 같은 구도로 가면 안 되겠다는 강한 신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신당 창당으로 대권을 거머쥔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모델을 꿈꾸느냐’는 질문에는 “안 나오란 법이 있느냐”고 답했다. 

김 전 부총리는 “지금도 (여야 양당에서) 직간접적으로 연락이 오지만 답을 하지 않거나 거절하고 있다”며 “연락 오는 분들조차 내 생각이 맞는 길이라고 동조한다. 그런 분들께 오히려 내 길에 동참하라고 설득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나는) 그동안 정치세력 교체를 이야기해왔다”며 “지금은 시작이기 때문에 미약하다. 새로운 세력을 모아서 제 길을 가겠다. 평소 주장한 것처럼 유쾌한 반란의 길을 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