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김정은. 사진=조선일보DB

북한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한미연합훈련 사전연습이 시작된 10일 담화를 내고 "미국이 남조선에 전개한 침략 무력과 전쟁 장비들부터 철거해야 한다"며 "미군이 남조선에 주둔하고 있는 한 화근은 절대로 제거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1일 한미연합훈련 중단 요구에 이어 이날 주한미군 철수까지 거론한 것이다. 김여정은 이날 담화가 '위임에 따른 것'이라고 했다. 김정은의 직접적 의중을 담았다는 의미다. 한미연합훈련을 트집 잡는 김정은 정권의 최종 목표가 주한미군 철수라는 속내를 드러낸 셈이다.

북한 정권은 이날 담화 발표 이후 남북 간 통신연락선에 답하지 않았다. 지난달 27일 남북 통신연락선이 복원된지 14일 만이다. 통신연락선 복원으로 잠시 유화 제스처를 보였던 북한이 발언의 수위를 높이며 다시 발톱을 드러내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주한미군 주둔은 김정은의 할아버지인 김일성과 아버지 김정일도 대외적으로 용인해 왔던 것이라 배경이 주목된다. 김정일은 2000년 남북 정상회담에서 주한미군 주둔에 동의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 미북 대화가 진행 중이던 2019년 초 "김정은이 주한미군 문제는 한미 양국의 문제임을 이해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도 2018년 9월 대북특사단장으로 방북한 뒤 "김 위원장은 종전선언이 한미동맹 약화나 주한미군 철수와 상관없다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전한 바 있다. 주한미군 철수를 강하게 주장할 생각이 없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하지만 김정은의 의중이 담긴 이번 담화로 현 정부의 기존 설명이 뒤집힌 셈이다.

김여정이 연합훈련 중단뿐 아니라 주한미군 철수까지 처음으로 요구하며 한미동맹 균열을 시도했는데도 청와대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지 않은 채 "예단하지 않고 북한의 태도를 면밀하게 주시하고 있다"고만 밝혀 안일하게 대처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훈련 중단을 넘어 주한미군 철수까지 요구한 것은 한마디로 한미 동맹을 해체하라는 얘기"라며 "김여정의 하명에 따라 전단금지법을 만들고, 개성 공동연락사무소 폭파의 책임조차 묻지 않으니 한국을 얕잡아 보고 안하무인 격으로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