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TV조선 캡처

최근 북한의 밀령(密令)에 따라 미국산 스텔스 전투기 도입을 반대하는 등 친북(親北)·반대한민국(反大韓民國) 활동을 지속해 간첩단 혐의를 받고 있는 이른바 ‘청주 일당’ 사건이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경찰과 국정원 수사 결과, 이들은 북한의 지령과 공작금을 받고 여권을 비롯한 국내 정치권부터 기업·단체 노조와 시민단체 등 사회 각 분야 중심세력을 포섭하기 위해 암약(暗躍)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북한으로부터 60여 명의 국내 인사를 포섭하라는 지령을 받았고, 북측과 84건에 달하는 문건을 주고받으며 내통(內通)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북측에 보낸 보고문에는 김정은에 대한 충성맹세(忠誠盟誓)를 뜻하는 혈서(血書)까지 담겨 있다고 한다. 

특히 북한의 대남 공작 정보기관인 문화교류국으로부터 지하당(地下黨)을 결성하라는 지시를 받고, ‘자주통일 충북동지회’라는 조직을 만든 혐의도 받고 있다. 북한의 문화교류국은 대남 지하당 건설을 통한 북한 체제 선전 및 국가 기밀 수집으로 대한민국 전복(顚覆)을 기도하는 공작 부서다. 국정원은 청주 일당이 만든 조직 강령(綱領)이 북한의 조선노동당(朝鮮勞動黨) 규약과 유사한 것으로 보고 있다. 

‘비합법적으로 숨어서 활동하는 정당’이라는 뜻의 지하당은 군사작전에 있어 ‘땅굴’과 비슷하다. 근접한 거리에서 상대의 진지(陣地)를 급습할 목적으로 은밀하게 조성하기 때문이다. 북한으로서는 대한민국을 전복시키기 위한 일종의 비밀 전진기지(前進基地)인 셈이다. 2011년 10월 20일 자 《문화일보》 보도에 따르면, 국내에서 암약 중인 대남 공작원들은 기본적인 정보수집과 요인 암살을 넘어 ‘지하조직’을 결성해 국내 급진 세력 포섭과 남남(南南) 갈등 조장 등 다양한 활동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한다. 소위 ‘지하당 공작’으로 불리는 이 활동은 향후 도래할 수 있는 ‘결정적 시기’를 대비해 사회 혼란 조성과 무장·폭력 투쟁을 벌이기 위해 지하조직을 만드는 일이다. 

이 신문은 “해방 이후 ‘연락부, 사회문화부, 대외연락부, 225국’ 식으로 이름을 바꿔가며 이어진 전형적인 대남공작 형태”라고 분석했다. 대북 당국 관계자는 당시 이 신문에 “민혁당(1999년), 일심회(2006년) 간첩 사건과 최근 검거된 ‘왕재산’ 사건은 386세대와 학원가 운동권 출신 등으로 지하조직을 결성했다”며 “이들은 주체사상을 지도이념으로 하면서 노동당 규약을 원용한 강령을 채택해 조직을 확대하는 등 ‘남한혁명’ 전위대로 암약한 것이 특징”이라고 전한 바 있다.

‘조갑제닷컴’은 2013년 8월 29일 자 ‘북한과 연계된 역대 지하당 연대기’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당시까지의 대한민국 내 지하당 활동 내역을 정리·분석한 바 있다. 기사의 핵심 내용을 요약해 옮기면 다음과 같다.

1. 1960년대: 지하당 인혁당-통혁당 사건

6·25전쟁 이후 남로당은 와해됐지만 그 잔존 세력은 인혁당-통혁당-남민전 등 북한 노동당의 지도성을 인정하는 ‘지하당’ 건설 사업을 꾸준히 전개해왔다. 패퇴한 남로당 세력의 첫 번째 공식적 재건은 1964년 검거된 인민혁명당(이하 인혁당)이다. 인혁당은 남파간첩 김영춘에 포섭된 도예종·이재문 등이 조선노동당 강령을 토대로 작성한 정강에 기초해 1962년 1월 결성된 조직이다. 통일혁명당(이하 통혁당) 사건 역시 중앙당(中央黨)인 조선노동당 지시를 받는 지하당이었다. 통혁당은 1961년 12월 전남 무안 임자도(荏子島) 주민 최영도가 남파(南派)공작원 김수영에 포섭되며 시작됐다. 최영도는 평양을 오가며 조선노동당에 입당했고 이후 김종태를 포섭했다. 김종태도 평양을 오가며 조선노동당에 입당했고 이후 김질락·이문규 등과 통혁당을 조직한다. 

2. 1970년대: 지하당 남민전 사건

통혁당의 이념적 흐름은 남조선민족해방전선준비위원회(이하 남민전)으로 이어진다. 1979년 10월 검거된 남민전은 1964년 인혁당 연루자 이재문 등이 감옥에 나와서 결성한 또 다른 지하(地下) 공산혁명조직이다. 남민전은 민중봉기로 공산혁명을 한다는 목표 아래 김일성에게 “피로써 충성을 맹세”하는 서신을 보냈고, 결정적 시기에 북한군 지원을 요청할 계획을 세웠다. 혜성대(彗星隊)라는 행동대를 조직, 기업인 자택·금은방에 침입해 금품을 강탈한 소위 ‘땅벌작전’도 벌였다. 남민전은 한국을 미국의 소위 “신(新)식민지 사회”로 보았고 소위 미국의 “토착지배 체제”인 박정희 정권을 타도대상으로 삼았다. 이 같은 인식은 1980년대 NL주사파로 구체화된다.

3. 1980년대: 反美-左派세력의 공개적 활동 시기

남한판 사회주의혁명론 정립을 위한 치열한 사상투쟁이 전개됐으며, 1980년 중반 이후 반미(反美)-좌파(左派)세력이 운동권의 주류로 등장했다. NL(민족해방) 계열은 전국반외세반독재 애국학생투쟁연합(애학투련), 서울지역대학생대표자협의회(서대협)을 거쳐, 1987년 8월 국내 대부분의 대학과 전문대학이 포함된 최대의 학생운동권 단체인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을 결성했다. ‘전대협’은 북한의 대남(對南)혁명노선을 수용해 한국사회변혁 운동론을 ‘자주·민주·통일’(일명 자민통) 운동노선으로 정립하고 친북(親北)편향의 각종 투쟁을 전개하며 1980년 후반 반미(反美)-좌파(左派)운동을 주도했다. 이 시기 운동권에서 활동하다 국보법 등 실정법 위반으로 사법처리 된 상당수의 인사들은 명확한 전향과정도 거치지 않고 사면-복권되어 이후 정치권으로 진입했다.

4. 1990년대: 지하당 중부지역당·구국전위·민혁당 사건

지하당의 흐름은 1980년대 NL주사파가 가세(加勢)하면서 1992년 남한 조선노동당 중부지역당(이하 중부지역당) 사건으로 재건된다. 중부지역당 사건은 북한이 조선노동당 서열 22위 간첩 이선실을 남파, 1995년 공산화 통일을 이루는 전략 하에 남한에 조선노동당 하부조직인 중부지역당을 건설한 사건이다. 구국전위는 주모자들이 북한에서 공작금 2억 900만 원을 받고 구축한 지하당으로 1994년 6월 14일 공안당국에 의해 검거됐다. 김영환은 1991년 강화도에서 북한 잠수함을 타고 황해도 해주에 도착한 뒤, 묘향산에서 김일성을 만났다. 이후 김영환은 1992년 3월 지하조직 민혁당을 결성했다. 민혁당의 지도이념은 김일성 주체사상이며 김영환과 하영옥을 중앙위원으로 하고 산하에 지역별 위원회를 두었다. 이후 민혁당의 리더였던 김영환은 김일성 사망 이후 북한 체제에 회의를 느껴 1997년 7월 민혁당을 해체하고 전향했다. 

5. 2000년대: 지하당 일심회 사건 / 2010년대: 지하당 왕재산 간첩단 사건

일심회는 2006년 10월 국가정보원이 적발한 조직이다. 당시 북한의 지령을 받은 장민호가 조직의 총책이었으며, 최기영 민주노동당(이하 민노당) 전(前) 사무부총장과 이정훈 전(前) 민노당 중앙위원 등이 이 사건에 연루됐었다. 2011년 적발된 왕재산 조직은 북한의 대남(對南)공작 조직인 ‘대외연락부’(現 225국)가 1993년 “남조선 혁명을 위한 지역 지도부를 구성하라”는 김일성의 지시를 받고, 남한에 조직한 지하당이다. 왕재산은 북한에서 ‘군(軍) 관계자를 포섭하고 주요 시설 폭파 준비를 하라’는 지령을 받았으며, 미군의 야전(野戰)교범과 군부대·방산(防産)업체의 위치 정보 등이 담긴 위성사진 등 군사정보도 북괴에 넘긴 것으로 조사됐다.〉

대한민국 내에 북한의 적화통일(赤化統一) 야욕(野慾)을 실현하려 했던 지하혁명조직을 연구한 책 《진보의 그늘(남한의 지하혁명조직과 북한)》(한기홍, 시대정신, 2012)에는 ‘북한의 지하당 조직론’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 저자는 “북한은 조선노동당 규약 2장 20조에 ‘당 중앙위원회는 특수한 환경에서의 당의 조직·형성과 당 단체들의 활동방법을 따로 결정할 수 있다’고 규정해놓고 있으며, 남한의 지하당에 대해서는 조선노동당 일반원칙과는 별도의 지하당 조직론을 전개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하 책에 실린 ‘지하당 조직 원칙’ 내용을 인용·게재한다.

지하당 조직 원칙

1) 정수조직

투쟁을 통하여 단련시킨 결과를 검열하여 우수한 분자만을 당원으로 선발하여야 한다. 지하당은 양보다는 질을 중요시하며 당원의 자격 요건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즉 정수분자의 조직으로서 질적 순결성을 고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수분자 이외의 인원은 엄호, 연락, 거점, 협조의 역할을 수행하도록 육성한다.

2) 중앙집권제

레닌의 조직원칙에 의하면 공산당은 민주주의중앙집권제 원칙으로 조직되어야 한다. 그러나 지하당의 경우에는 “하부로부터 상부에 이르기까지 당 지도기관은 민주주의적으로 선거한다”는 원칙이 실현 불가능하기 때문에 철저한 중앙집권제로 된다. 즉 지하당의 경우에는 모든 권력이 중앙에 집중되며 간부 임명과 파견 일체를 중앙이 담당한다. 지하당에 있어서는 상부가 설사 무능하다 하더라도 무조건 복종하게 되어 있다.

3) 장기 매복

남한에서의 혁명은 간고하며 장기성을 띨 뿐만 아니라 당은 혹심한 탄압조건 아래 놓인다. 따라서 지하당은 표면에 노출돼서는 안 되며 비밀리에 역량을 축적하고 탄력성 있게 조직을 발전시켜야 한다. 합법적 활동이 보장되더라도 당 역량은 표면에 나타나지 않고 프랙션 활동을 통해 영향력을 확대해야 한다. 결정적 시기가 오지 않는 한 지하당은 표면에 나타나지 않고 지하에 조직을 구축, 결정적 시기에도 당의 통제에 따라 공작한다.

4) 정간 은폐

정간(精幹)이란 정예 간부를 말한다. 정간 은폐란 우수한 지하당 간부가 지하 깊이 은신하는 것을 말한다. 즉 정예 간부가 직접 표면에 나서서는 안 되며 조직선을 통해서 지하 깊숙이에서 지도활동을 수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5) 단선연계

단선연계(單線聯繫)란 횡적 연계 없는 상하 연계를 말한다. 월선(越線)이나 혼선(混線)은 금지된다. 단선연계는 조직원 간 상호 노출을 방지하고 안전성을 보장하려는 목적에서 취해지는 원칙이다. 그러나 단선연계가 원칙이라 해서 모든 횡적 연계가 부정되는 것은 아니며, 조직 특성에 따라 1형태, 2형태, 3형태의 여러 방식을 적용하게 된다. 상세한 것은 뒤에 별도로 서술한다.

6) 복선포치

복선포치(複線布置)란 중요한 지역적 및 생산적 단위에 조직을 2개 이상 구축하는 것을 말한다. 이때에 한 조직은 정(正)조직으로서 활동조직으로 가동하고 다른 조직은 보조(補助)조직이자 후비(後備)조직으로서 깊이 은폐하여 활동조직(정조직)이 파괴되었을 때 즉시 활동을 승계할 수 있도록 태세를 갖춘다. 복선포치를 하는 이유는, 첫째 한 조직에 사고가 발생했을 때 피해를 최소화하고 즉각 해당 부분에서 다른 조직이 활동을 승계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 둘째 한 단위 내에 2개 이상의 조직을 구축함으로써 모든 정보를 정확히 파악하여 상부의 판단에 정확성을 기하고 편견을 방지하기 위하여, 셋째 어떤 투쟁과 행동을 전개할 때 상호 공동보조를 취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