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조선일보DB

야권의 대선주자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큰아들 영진씨가 유학 가기 전 남긴 편지 이야기를 하다 눈시울을 붉혔다. 최 전 원장은 슬하의 두 아들을 입양해 키웠다.

최 전 원장은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의 초선 의원 모임 ‘명불허전 보수다 시즌 5’ 강연에서 “청년들에게 공감해줄 때 그 아이들이 ‘나의 어려움을 알아주는구나’하고 힘을 얻는 것”이라며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보다 공감해주면서 ‘힘들지’라는 말을 건네는 게 더 중요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들들이 힘들어할 때 했던 말’을 묻는 질문에 “입양되고 자라면서 아이들이 굉장히 힘들어했던 경험이 있다”고 답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어 “하지만 잘 견뎌내 줬고, 잘 자라줬다”며 아들이 얼마 전에 써줬다는 편지 내용을 전했다.

최 전 원장은 “(아들이 편지를 통해) ‘자기 주변에 고아원에서 같이 자란 친구들이나 학교 친구들을 바라보면 정말 앞이 깜깜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빠는 할 수 있잖아, 그 일을 좀 해달라’고 했다”고 전했다. 그는 “(아들의) 편지를 보고 마음이 참 아팠다. 제가 앞으로 이런 청년들의 아픔을, 저희 아들 같은 세대의 아픔을, 저희 아이들로부터 제가 듣고 느꼈던 부분을 공감하면서 문제를 해결해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최 전 원장 캠프 측은 이날 영진씨의 편지 내용을 공개했다. 이하 편지의 전문(全文)이다.

〈사랑하는 아빠에게

드디어 제가 저의 꿈을 위해 한 발짝 더 나아가게 되었습니다. 너무나도 행복하고 조금 더 성장할 수 있는 길이 열려 너무나도 감사합니다. 쉽지는 않겠지만 제 걱정은 하지마세요! 그동안 저를 강하게 정직하게 성실하게 키워주시고 올바른 길과 그렇지 못한 길을 구분할 수 있게 키워주셨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꿈을 이룰 수 있는 용기와 기회, 결코 헛되게 살지 않고 항상 시간과 순간을 소중하게 생각하며 더 열심히 성장하겠습니다.

‘꿈‘ 솔직히 어렸을 때, 고아원에서 막연하게 하루살이처럼 하루만 잘 먹고 잘살고자 꿈과 생각보다는 음식, 놀기 등 욕구에 눈이 멀어 살았고, 하루하루 고통과 아픔에 제 생각과 꿈에 대해서는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었습니다.

저의 감정 욕구에 솔직했고 그 누구도 저의 아픔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리고 너무나도 먼 남 이야기라고 생각했었습니다. 왜냐하면 어렸을 때 버려짐은 그 무엇보다도 상처고 아픔이라고 생각하여 그 누구도 믿지 않았고 상처는 더 깊어져만 갔었습니다. 그래서 무엇을 꿈꾸기보다, 제가 스스로 생각하기보다, 하루를 살기 위해 치열했었습니다.

처음 가정체험으로 부모님을 만났을 때에도 저는 신뢰하지 못했고 상처는 아물지않아 언제 버려질지 모른다는 생각에 저를 보호하기 위해 화를 내고 말을 듣지 않았었고, 해외여행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습니다. 솔직히 생각해보니 부끄러워 숨고 싶습니다. 하지만 상처는 사라지지는 않지만 아버지의 사랑으로 너무나도 말끔하게 치유되었습니다.

10살 때 저는 꿈도 없었고 완전히 바뀐 삶에 적응하기도 힘들어서 저 스스로에게 집중하기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아빠는 저를 믿어주고 항상 묵묵히 저의 방향키가 되어주고 파도도 막아주셨습니다. 이것저것 다양한 삶을 경험을 통해 생각과 꿈을 심어주었고, 아버지의 행동으로 어떻게 사는 것인지 보여주셨습니다.

편지를 쓰며 과거 아버지의 행동들이 눈앞을 스쳐 가네요. 그리고 다시 한번 감사함을 느꼈어요. 항상 제가 잘못하고 엇나갈 때, 항상 아버지가 곁에 있었다는 것, 항상 저에게 용기와 방법을 알려 주시고 방향을 고쳐 주셨던 것, 이러한 하나하나가 모여 제가 꿈을 가질 수 있는 용기와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저의 생각과 꿈이 모여 저의 자아를 형성해가고 무엇이 먼저이고 무엇이 옳은 것인지에 대해 너무나도 많이 배웠습니다. 그래서 저는 하고자 하는 꿈이 그 누구보다 깔끔하고 명확하게 길이 보이고 이루고 싶은 마음으로 앞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제 또래 혹은 어린 친구들이 저의 이러한 모습을 부러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많은 친구들이 지쳐있고 앞이 깜깜하다고 말합니다. 많은 고아원에 사는 아이들과 입양 받은 친구들이 힘들어 합니다. 점점 젊고 어린 친구들이 사회에 설 수 있는 자리는 줄어들고 없어지고 있습니다.

저를 키우고 지켜보시고 방향을 잡아 주셨던 아빠! 아빠는 아시죠?? 어떻게 해야 하고 무엇이 문제인지. 저는 아빠 밑에서 꿈을 꾸고 이루려고 노력하며 살고 있습니다. 많은 친구들도 그렇게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어주세요! 저는 아빠를 믿어요! 왜냐하면 저는 힘들었던 과거가 아빠의 사랑으로 자랑이 되었고, 아픈 과거를 돌아보니 결코 나쁘지는 않은것 같아요.

이제 제 걱정 마세요. 저는 꿈을 향해 한걸음 행복하게 나아가고 있습니다. 아버지 덕분에 저 많이 강해졌고 단단해졌습니다. 솔직히 고아원에 10년 살아서 군대 안 가도 괜찮지만 당당히 갔다 왔고, 제 할 일 열심히 하고 힘들지만 행복해 한다는 거!! 아빠는 대한민국에 빛을 비춰주세요!! 진짜 많이 많이 많이 많이 많이 사랑합니다! 제 요리가 그리우실 것 같은데ㅎㅎ 참아요!! 평생 해드릴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