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조선일보DB

유력 장외(場外) 잠룡(潛龍)이었던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제1야당 국민의힘으로 흡수된 이후 사그라들었던 ‘제3지대 빅 텐트론(論)’에 다시 불씨가 붙고 있다. 국민의힘과의 합당(合黨) 부진이 계속되자 국민의당을 이끄는 안철수 대표 측이 ‘독자 출마(出馬)’ 가능성을 내비쳤고, 잠재적 대권 주자로 거론돼온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가 최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창당(創黨)을 통한 중도진영 개척 의지를 피력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정가(政街)에서는 양당 기득권 세력 교체 및 각자 출마 명분으로 정치적 이해관계가 일치되는 두 세력의 합작(合作)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중도 성향인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과의 연대 여부도 관심 대상이다.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지난 11일 ‘뉴스토마토 - 노영희의 뉴스인사이더’ 인터뷰에서 “국민의힘과 합당이 진행되지 않을 경우 제3지대 플랫폼을 여는 부분이 필요하기 때문에 당헌(黨憲) 개정 작업이 진행될 거 같다”고 말했다. 당헌 개정으로 안 대표의 독자 출마를 위한 밑바탕을 조성하겠다는 뜻이다. 권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이 대의명분이라는 부분에 대한 인식 자체가 없다. 미래통합당이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을 흡수하듯이 오로지 (국민의당을) 흡수하겠다는 생각만 갖고 있는데 국민의당은 정치적 방향성이 미래한국당과 전혀 같지 않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김 전 부총리가 기득권 정당에 순응하지 않고 정치 변화를 위한 새로운 세력에 대해 의미를 둔 것을 높이 평가한다. 합당 문제가 정리되면 한번 만나겠다”고 러브콜을 보냈다.

지난 7일 김 전 부총리와 중식당에서 점심 회동을 가진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지난 9일 ‘CBS 라디오 – 한판 승부’ 인터뷰에서 “(김 전 부총리가 식사 중에) 우리 사회가 총보수 대 총진보의 대결로 짜여가고 있다 보니, 이쪽도 저쪽도 만족하지 못하는 중도층이 마음을 둘 곳이 없다. 이분들을 붙잡아줄 어떤 틀이 필요하다는 얘기를 했다”고 전했다. 진 전 교수는 “그분이 제3의 길을 간다고 하는데 ‘그럼 캐스팅보트라도 행사할 수 있는 뭔가가 있어야 되지 않느냐’고 말하니, 본인도 ‘창당을 하겠다’는 얘기를 좀 했다”고 부연했다. ‘제3지대라면 안철수 대표의 국민의당과 함께 파이를 크게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는 “그 얘기도 아이디어 차원에서 나왔다”며 “(연합) 가능성 정도는 열어두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답했다.

한편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지난 11일 ‘뉴스1’ 인터뷰에서 “안 대표가 대선 출마를 완전히 접고 김 전 부총리와 함께 세력화에 나선다면 제3세력으로서의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며 “그러나 안 대표가 합당하지 않고, 대선도 출마한다고 하면 일말의 가능성도 없다”고 충고하기도 했다. 김성수 한양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난 8일 《디지털타임스》에 “현재 김 전 부총리가 윤 전 총장이나 최재형 전 원장에 비해서는 지지율이나 인지도가 낮은 게 사실”이라며 “현재까지 그의 정치 행보를 봤을 때, 자신의 인지도를 알릴 수 있는 게 제3지대밖에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거대 양당이 아닌 제3지대에서 어느 정도 지지율을 확보하면, 여당이 됐든 야당이 됐든 ‘캐스팅보트’ 역할은 가능할 것이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결합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