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0년 9월 24일 오후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속행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조선일보DB

입시 부정 및 사모펀드 비리 관련 혐의로 기소된 조국 전 법무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11일 2심 재판(서울고등법원 제1-2형사부, 재판장 엄상필)에서 징역 4년의 실형(벌금 5000만 원, 추징금 1061만여 원 포함)을 선고받은 가운데, ‘사기 및 보조금법 위반’ 혐의도 원심과 동일하게 유죄 판결을 받았다. 

해당 혐의는 정 교수가 2013년 12월 본인이 재직하는 동양대의 산학협력단에 연구보조원 수당 320만 원을 거짓 신청해 ‘간접보조금 수령 및 편취’를 한 행위를 말한다. 판결문은 이를 ‘사기 및 보조금관리에관한법률위반’으로 적시(摘示)했다. 

정 교수는 수당을 어떻게 편취(騙取)했을까. 정 교수는 2013년 12월 딸 조민씨가 연구보조원인 것처럼 허위로 신고해 동양대 연구보조원 수당 320만 원을 거짓으로 타냈다. 이에 대해 정 교수는 “연구보조원으로 등록된 다른 학생이 일을 제대로 하지 않아 딸을 등록한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이하 관련 내용을 정리한 작년 5월 14일 자 《조선일보》 보도 일부분을 옮긴다.

〈정 교수는 2013년 5월 20일부터 12월 20일까지 이뤄진 국비 지원 사업 수행을 위해 자신을 포함한 3명의 연구원과 2명의 연구보조원이 필요하다고 신청했다. 그러면서 신청서에 책임자를 자신으로 두고 공동연구원으로 당시 동양대 소속 외국인 교수 2명을 기재했다. 하지만 연구보조원이 누구인지는 기재하지 않았다. 지난달 4일 조국 당시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준비단은 연구보조원 2명이 동양대 학생 1명과 정 교수의 딸 조씨라고 밝혔다.

정 교수는 사업 공모 신청서에서 연구책임자인 자신 앞으로 250만 원, 공동연구원인 외국인 교수 2명에게 100만 원씩을 인건비로 잡았다. 연구보조원은 1명당 월 10만 원씩 8개월간 총 80만 원을 지급한다고 했다. 하지만 사업 정산이 이뤄질 때는 조사연구비 명목으로 잡혀 있던 예산을 연구보조원 2명에게 80만 원씩 지급했다. 인건비 80만 원을 더하면 조씨를 포함한 연구보조원은 8개월간 모두 160만 원씩을 받아 공동연구원으로 참여한 외국인 교수(100만 원)보다 60만 원을 더 받은 셈이다.

A씨(편집자註: 정 교수가 연구보조원으로 등록한 동양대의 ‘다른 학생’)는 “(2014년) 정 교수님이 조민씨의 계좌를 알려주시고, 그 계좌로 예전에 입금받았던 153만 원을 그대로 송금하라고 하셨다”고도 했다. 이어 “이 돈이 무슨 돈인지 몰랐다”고 했다. 검찰은 이 돈이 정 교수가 A씨를 동양대 영어프로그램의 보조연구원으로 올려 받은 허위 인건비라고 보고 있다. 그 돈이 조민씨 계좌로 들어갔다는 것이다.〉

《조선펍》이 입수한 정 교수 2심 판결문에 따르면, 재판부는 “이 사건에서는 피고인(정 교수)이 명백히 연구보조원 수당 명목의 보조금을 지급받기 위하여 허위로 B(조민)와 AP(다른 학생)을 연구보조원으로 신고한 것으로서, 그와 같은 허위 신고가 수당 지급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다”며 “최종적으로는 연구보조원으로 활동하지도 않은 B에게 두 명분의 수당이 입금되어 이를 B가 모두 사용한 것이므로, 비록 피고인이 진행한 사업 자체는 보조금을 교부받을 수 있는 자격이 있는 것이라 하더라도, 위와 같은 방법으로 지급받은 수당 명목의 돈이 그 사업에 교부되어야 할 ‘정당한 금액’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판시(判示)했다. 이하 판결문의 관련 내용 일부분을 옮긴다.

〈L대(동양대) 산학협력단이 협력사업의 책임자인 피고인에게 연구보조원 수당 명목의 돈을 지급함에 있어 그 수당 청구의 대상이 된 연구보조원이 실제로 존재하는지 여부는 연구보조원의 구체적인 성명과 역할 등에 관한 피해자 측의 확인 여부와 관계없이 그 자체로 중요 부분에 해당하고, 한편 연구(사업)책임자에게 연구참여자 선정 및 관리에 관한 포괄적 권한이 있다고 하여 ‘허위의 연구자를 포함시키고 그 수당을 청구할 권한’까지 있다고 볼 수는 없는 것이므로, 피고인이 사실과 다르게 B과 AP을 연구보조원으로 한 수당을 신청함으로써 상대방을 착오에 빠뜨리고 그 뜻대로 수당을 지급받은 이상 기망행위는 존재한다고 보아야 한다.

AP의 진술에 따르면 피고인이 AP에게 연구보조원 참여 의사를 물어본 적도 없다는 것이어서 피고인에게는 당초부터 AP 몫의 연구보조원 수당을 편취하려는 의사가 있었던 것으로 판단되고, 설령 당초 협력사업 지원신청서 작성 당시에는 B과 AP을 연구보조원으로 사업에 참여시킬 의사가 있었다 하더라도, 그 후 피고인이 실제로는 연구보조원으로 전혀 활동하지 않은 B과 AP을 연구보조원으로 신고하는 한편 수용비 및 수수료 항목 변경을 통하여 연구보조원 수당을 증액하고 AP으로 하여금 자신의 계좌로 입금된 돈을 B의 계좌로 이체하게까지 한 이상 피고인에게 편취의 고의가 있었다는 점 역시 넉넉히 인정할 수 있다.〉

재판부는 정 교수가 잘못을 시인하지 않고 남 탓을 하는 태도의 문제도 지적하고 있다. 판결문은 ‘선고형의 결정 – 고려할 양형 요소’ 대목에서 “대학교수인 피고인은 교육청으로부터 자금을 지원받는 협력사업으로 연구 과제를 수행하면서 그 연구에 실제로 참여하지 않은 자신의 딸 B 등을 연구보조원으로 신고하는 부정한 방법을 사용하여 수당 명목으로 보조금을 편취하였는데, 이 부분에 관한 피고인의 주장으로 미루어 보면 그 돈은 모두 B가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또 이 부분 범행에 관해서도 피고인은, 당초 연구보조원으로 신고하였던 다른 학생이 주어진 업무를 제대로 하지 않아서 생긴 일임에도 그 학생이 지금 와서는 피고인에게 불리한 허위 진술을 하고 있다면서 다른 사람을 탓하는 태도만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해당 혐의 유죄 부분에 대해 한 변호사 출신 국회 보좌진은 “이 정권 출신 인사 가족들의 ‘내로남불’을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비판했다.

“정 교수, 자백했다면 형량 1~2년 줄었겠지만... 명예 위해 지지층 눈치 보며 인정 안 한 것”

한편 정 교수의 2심 판결과 관련, 서정욱 변호사(법무법인 민주)는 13일 《조선펍》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정 교수가 자백했다면 형량이 1~2년은 줄었을 것”이라면서도 “지지층들이 다 무죄라고 외치는데, 자기가 구차하게 1~2년 줄이자고 (범행을) 인정할 수는 없지 않았겠나. 명예를 지키려고 지지층 눈치 보다가 결국 이렇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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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TV조선 캡처

서 변호사는 “이제는 (해당 사건이 정 교수 측 상고를 통해) 대법원으로 가봤자 의미가 없다. 대법원은 형량을 못 정하는 법률심”이라며 “법률적으로 다툴 문제는 없고 전부 사실 문제다. (인턴증명서 등) 위조했다는 사실관계가 바뀔 수는 없지 않나”라고 내다봤다. 

정 교수의 남편 조국 전 장관은 2심 판결이 난 11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가족으로(서) 참으로 고통스럽다”며 “벌금과 추징금은 대폭 감경되었지만, 징역형 4년은 유지되었다. 위법 수집 증거의 증거 능력, 업무방해죄 법리 등에 대해 대법원에 상고해 다투겠다”고 밝힌 바 있다.

《조선일보》는 11일 “이날 2심 재판부는 조 전 장관이 서울대 인턴확인서를 직접 위조했고, 부산 호텔 인턴확인서도 조 전 장관이 허위로 작성했다는 1심 판단을 그대로 유지했다. 법조인들은 ‘이는 서울대 인턴확인서 위조 혐의 등으로 기소돼 별도로 재판받는 조 전 장관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고 보도했다. 서 변호사 또한 정 교수의 이번 판결이 조 전 장관 재판에도 “영향을 줄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서 변호사는 인턴증명서 등 입시 서류 등이 허위로 판결됨에 따라 정 교수의 딸 조민의 대학·의전원 학위 등도 “항소심까지 난 만큼 바로 취소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조씨의 학위가 박탈되더라도, 별도 시험을 거친 의사 면허는 박탈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는 질문에는 “말도 안 되는 소리다. 로스쿨 합격 취소됐는데 변호사 계속한다는 소리랑 똑같지 않나”라며 “의사 시험을 봤다고 해도 그 기초, 자격이 무효가 되면 의사 자격도 무효가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