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간 신경전이 ‘당내(黨內) 분열’로 이어질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양측의 갈등은 이 대표 주재 대권주자 관련 행사에 윤 전 총장 측이 연속 불참하면서 불씨가 붙었고, 이후 양측 관계자들의 공박성(攻駁性) 전언(傳言)이 이어지면서 신경전으로 번졌다. 이어 소위 ‘유승민 대통령 만들기’로 상징되는 이 대표의 과거 유튜브 방송 발언이 도마에 오르면서 갈등은 격화됐고, 윤 전 총장 캠프의 신지호 총괄부실장의 이른바 ‘당 대표 탄핵(彈劾)’ 관련 발언이 다시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양측의 갈등은 12일 윤 전 총장과 이 대표의 통화로 진화(鎭火)되는 듯 보였으나, 13일 다시금 당의 대권주자들이 편을 갈라 지원사격에 나서면서 확전(擴戰) 양상을 띠게 됐다.
윤 전 총장은 12일 캠프가 있는 서울 종로구 이마빌딩에서 취재진과 만나 “당의 화합과 단결이 절실하다. 캠프 모든 분에게 당의 화합과 단결에 해가 될만한 언동은 절대로 하지 말라고 당부했다”고 말했다. 이후 ‘이 대표 탄핵 발언’을 한 신지호 총괄부실장은 “오해의 소지가 있는 발언으로 풀이되어 당과 당 대표께 부담을 드리게 된 점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했다. 이어 윤 전 총장이 직접 이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전후 사정을 설명하고 ‘신 실장을 많이 혼냈다. 당의 단합을 위해 노력하자’고 말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이 대표는 통화 직후 페이스북에 “캠프 구석구석까지 그런 윤석열 예비후보의 생각이 전달되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고, (윤 전 총장은) 알겠다는 취지로 말씀했다”며 “당 대표 입장에서 그 말을 신뢰하겠다”고 적었다. 그러나 윤 전 총장이 오는 18일 열리는 예비후보 토론회 참석에 대해서는 확답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져, 양측의 갈등이 완전히 봉합된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당내 잠룡들도 양측 갈등에 가세했다. 홍준표 의원은 13일 페이스북에 “이준석 대표를 유승민계라고 공격하고 윤석열 후보와의 갈등을 ‘계파 갈등’으로 몰아가면서 이 대표를 폄하하고 있는 것은 아주 못된 발상”이라며 “지금 그는 유승민 후보도 못해 본 당 대표를 하고 있다. 당 대표가 중심이 돼야 한다”고 이 대표를 두둔했다. 반면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같은 날 페이스북에 “이준석 대표가 강행하려는 토론회를 놓고 (홍준표, 유승민) 두 후보가 이 대표를 옹호하며 윤 전 총장을 조롱하는 것은 참으로 봐주기 어렵다”며 “토론회 백번이라도 하고 싶고, 토론회 통해 진면목을 보여줄 자신이 있다. 그러나 그 토론회가 당헌 당규상 아무런 근거도 없는데 그저 당 대표의 아이디어라고 밀어붙이는 독단에 대해선 절대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이날에는 친윤(親尹)으로 분류되는 재선(再選) 의원 16명의 합동 성명까지 나왔다. 강기윤·곽상도 의원 등(김성원·김정재·김희국·박성중·박완수·송석준·윤한홍·이달곤·이만희·이양수·이철규·임이자·정운천·정점식 의원 포함)은 “정권 교체를 목표로 하는 제1야당의 대표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으면서, 우리 당 대선주자들의 강점을 국민께 알리는 멋진 무대를 연출해줘야 한다”고 당 지도부에 대한 당부의 말을 건넸다. 이들은 “이 대표는 6·11 전당대회에서 이 대표를 선택한 당원과 국민의 뜻을 깊이 헤아려 정권 교체를 위한 단합, 외연 확장을 위해 노력해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 이를 위해서는 대선주자 모두가 공감하는 중립적이고 공정한 경선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며 사실상 이 대표를 압박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한편 윤 전 총장 측에서는 예비후보 토론회에 불참할 의사를 내비치고 있다. 장제원 국민캠프 총괄실장은 이날 ‘YTN 라디오 -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 인터뷰에서 “토론회를 둘러싸고, 우리 당의 주요 인사들께서 반대를 하고 있다. (토론회를 진행하려면) 당에서 어떤 컨센서스가 만들어져야 하지 않겠나”라며 “참석 범위도 모호하다. 과연 이런 토론회가 실효성 있느냐”라고 말했다. 김병민 국민캠프 대변인은 이날 오후 기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경선준비위원회 주관 토론회 개최 여부를 두고 지도부 간, 지도부와 경준위 간에 이견이 있다. 국민캠프는 지도부와 조율되지 않은 오늘의 경선준비위원회 주관 설명회에 참석하지 않음을 알려드린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