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지라 카리미 아프간 아리아나TV 기자가 지난 16일(현지 시각) 미국 국방부 정례 브리핑에서 "그간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은 수많은 성취를 이뤘는데 이제 다시 원점"이라며 울먹였다. 사진=포브스 브레이킹 뉴스 유튜브 영상 캡처

아프가니스탄 여성 기자가 "그간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은 수많은 성취를 이뤘는데 이제 다시 원점"이라며 탈레반이 장악한 고국의 상황에 절망했다.

미 국방부 홈페이지에 따르면 지난 16일(현지 시각) 나지라 카리미 아프간 아리아나TV 기자는 미국 국방부 정례 브리핑에서 흐느끼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카리미 기자는 존 커비 국방부 대변인에게 질문하던 중 "나는 아프간 출신이다. 하룻밤에 탈레반이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마스크에 그려진 아프간 국기를 가리키며 "이게 나의 국기다. 탈레반이 나의 국기를 가져가고 자신들의 깃발을 내걸었다"고 했다.

그는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이 외국으로 도망간 것을 두고 "탈레반에 맞서 함께 싸우자던 우리 대통령은 대체 어디 있는가"라며 "국민은 대통령이 함께 싸울 줄 알았는데 도망쳤다"고 비판했다. 이어 "우리에게는 대통령이 없다"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가니 대통령이 자신 국민들을 위해 싸워야 한다는 사실을 알 거라고 말했었다. 그들은 모든 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커비 대변인은 "나도 가니 대통령이 어디 있는지, 그의 생각이 무엇인지 정확히 말할 수 없다"며 "다만 당신들의 불안, 공포, 고통을 이해한다. 그건 확실하고 명백하다"고 답했다. 또 "여기 펜타곤의 누구도 최근 며칠간의 상황을 편하게 지켜보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영국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카리미는 1990년 아프간에서 기자가 된 뒤, 탈레반을 비판하는 기사를 썼다. 탈레반은 수년간 그의 가족들을 죽이겠다고 협박했고, 위협을 느낀 카리미는 가족과 함께 파키스탄으로 도망쳤다. 그는 파키스탄에서 영국 BBC 특파원으로 일하며 탈레반의 잔학 행위를 보도했다. 이후 위협이 커지자 미국으로 망명하게 된다. 그가 떠난 후 탈레반은 아프간에 남은 카리미 오빠의 발목을 잘라 보복했다. 카리미 어머니와 여동생은 탈레반에게 폭행을 당했다. 이 사건 후 아프간에 있던 카리미의 가족 16명은 탈레반이 찾을 수 없는 곳으로 숨을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