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프가니스탄을 점령한 탈레반이 미국이 아프간 정부군에 제공했던 막대한 양의 무기를 손에 넣었다. 백악관 브리핑, 외신 등을 종합하면 97조원 상당의 무기로 항공기 210여 대, 탱크·장갑차 60여 대 등이 포함된 것으로 추정된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 17일 브리핑에서 "우리 군사 물품 상당수가 탈레반의 손에 넘어갔다"고 했다. 탈레반이 노획한 군사 물품은 미국이 아프간 정부군에 제공한 830억달러(약 97조원) 상당의 무기라고 AP통신이 전했다.
군사 전문 블로그 '오릭스'는 탈레반이 올해 6월 이후 이달 14일까지 아프간 정부군의 헬기 16대(미제 다목적 헬기 블랙호크 UH-60A 4대, 경공격헬기 MD-530F 2대 등)와 드론 6대, 탱크 12대, 장갑차 51대, 대공포 8문, 포 61문, 트럭과 차량 1980대를 노획했다고 밝혔다.
미 국방부에 따르면 지난달 아프간 정부군은 모두 211대의 항공기를 보유하고 있었는데, 이 중 대다수가 탈레반에 넘어간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탈레반은 원래 대원들이 주로 사용하는 AK-47 소총 대신 M4 카빈이나 M16 소총 등 미국제 화기를 든 모습을 SNS에 올리기도 했다. 앞서 탈레반이 미군의 주력 헬기인 블랙호크에 탈레반기를 꽂고 승리를 과시하는 사진도 SNS 등을 통해 퍼졌다.
탈레반이 미군이 남기고 간 군사 자산을 확보하면서 주변국 침략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8일 탈레반 극단주의 세력이 신장 위구르족의 독립운동을 돕기 위해 미국의 최신식 무기로 중국을 공격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와 인터뷰한 군사 전문가는 "미국이 아프간 정부군에 지원한 총, 탄약, 장갑차 같은 무기가 탈레반에 탈취된다면 이 지역의 모든 정부의 대테러 작전에 어려움을 가중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