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콘돌리자 라이스 전 미국 국무장관이 미국이 아프간에서 너무 성급하게 철수했다고 비판했다. 라이스 전 장관은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시작한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국무장관을 역임한 바 있다.
라이스 전 장관은 17일(현지 시각) 워싱턴포스트(WP) 기고문에서 "미국이 가장 오래 전쟁한 곳은 엄밀히 말하면 아프간이 아니고 한국"이라며 "한국 전쟁은 승리가 아닌 휴전이라는 교착상태로 끝났다"고 지적했다.
이어 "70여 년이 지났지만 아주 발전된 한국군조차 단독으로 북한을 억지하지 못해 미군 2만8000여 명이 (한국에) 주둔한다"며 "(대신) 우린 한반도의 안정적인 균형과 남한이라는 귀중한 동맹, 인도 태평양에서 강력한 존재감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프간이 한국은 아니다"라면서도 "아프간에서 (한국에서보다) 훨씬 적은 공헌으로 합리적인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라이스 전 장관은 7세기 동안 이어진 탈레반의 지배와 30년간 내전을 끝내고 아프간에 안정적인 정부를 수립하는 데 20년은 불충분했다고 주장했다. 또 테러리즘 대응 성과를 굳히고 미국의 안전을 확고히 하는 데도 20년은 부족했다면서 아프간에 시간이 더 필요했다고 주장했다.
라이스 전 장관은 "카불이 함락되면서 지극히 부당한 설명들이 나온다"며 "조 바이든 대통령이 16일 연설에서 마치 아프간인들이 탈레반을 선택한 양 '그들이 스스로 미래를 선택하도록 모든 기회를 줬다'라고 말했는데 아프간인들은 탈레반을 선택하지 않았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아프간인은 우리와 함께 싸우고 죽으며 알카에다 격퇴를 도왔다"며 "우리는 아프간 및 동맹국과 협동해 미국과 세계 곳곳에 테러리즘에 맞서는 영향력을 구축할 시간을 벌었고 이는 우리의 안전을 지켰다"고 말했다.
라이스 전 장관은 "우리는 스스로나 아프간인에게 시간을 더 주길 원치 않았고 이는 이해할 만한 일"이라면서도 "전투가 벌어지는 시기에 급히 떠나온 것은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겨울이 되면 탈레반이 물러날 것을 우린 알았고 그때까지 기다렸어야 한다"며 "아프간인들이 카불의 함락을 막을 전략을 수립할 시간을 더 줄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라고 했다.
이어 아프간인들에게 시간을 더 주는 방식이 꼭 '전투병 파병'일 필요는 없고 '훈련을 위한 핵심 인력 상주'와 공군력 지원, 정보 제공이면 됐다고 덧붙였다.
라이스 전 장관은 "우리가 사이공(현 베트남 호찌민) 함락을 재연하면서 유일하게 반복할 가치가 있다고 할 부분은 우리를 돕다가 위험에 처한 남베트남인 수천 명을 구한 것"이라며 "우리를 믿은 아프간인들에게 피난처를 긴급히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