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조선일보DB

'제3지대 잠룡(潛龍)'으로 거론돼온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가 20일 자신의 고향 충북 음성에서 차기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김 전 부총리는 이날 음성읍 행정복지센터에서 기자 간담회를 갖고 "내년 대선에 출마하겠다. 기존 정치권에 숟가락 얹지 않고 완주하겠다"며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거대 양당이 아닌 새로운 길을 개척하며 출마한 것처럼 소박하게 고향인 음성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하는 것이다. 최선을 다해 제 길을 뚜벅뚜벅 가겠다"고 밝혔다.

김 전 부총리는 "민생이 매우 어렵지만 정치권은 기득권 유지를 위한 싸움만 한다. (국민의) 삶의 전쟁, 정치 전쟁을 끝내기 위해 대선에 출마하는 것"이라며 "중앙 집권적이고 비민주적인 의사 결정 과정, 주민 참여 없이 기득권 유지를 위해 자기들만의 리그를 벌이는 거대 양당 정치로는 묵은 문제를 해결하고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디지털과 메타버스를 기반으로 국민이 즐겁게 참여하고 즐길 수 있는 정치 플랫폼을 만들겠다"고 역설했다.

김 전 부총리는 "민생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미래를 개척하기 위해서는 기존 정치 관행이나 문법으로 하면 안 된다. 기존 정치 세력에 숟가락 얹을 생각이 없다"며 "정치판을 바꾸고 대한민국 미래를 설계하기 위해 엉터리 진보와 보수의 기득권 싸움 종식을 위해 여도 야도 아닌 아래로부터의 반란을 일으키는 무리, 즉 '아반떼'를 결집해 새로운 정치를 실현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전 부총리는 "지금은 세도 없이 미미하고 돈도 조직도 없는 스타트업 기업이지만 새로운 정치세력을 규합해 대선을 완주하겠다. 당차게 나가겠다"고 했다. 이어 '제3지대 빅 텐트' 형성을 위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만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그럴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김 전 부총리는 '충청대망론'을 언급하며, 같은 충청 출신인 야권의 대선 경쟁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겨냥하기도 했다. 그는 "(이곳) 음성은 태어나서 자라고 조상의 뼈가 묻힌 곳이자 사무관 초임지로 발령받아 공직생활을 시작한 곳이다. 충청권 대망론은 편협한 지역주의가 아니라 통합과 상생의 정치와 역할을 말하는 것"이라며 "(윤 전 총장은) 태어나거나 자라지도 않았는데도 고향이라고 하고, 정치적으로 활용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윤 전 총장은 서울 태생이지만, 그의 부친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의 고향이 충남 공주여서 충청대망론을 실현할 주자로 거론돼왔다.

김 전 부총리의 출마 공식화가 야권 대선판에 미치는 영향은 어느 정도일까. 신율 명지대 교수는 '뉴스1'에 "대선 막바지에는 1% 지지율이 아쉬운 초접전 양상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안(철수) 대표나 김 전 부총리가 유의미한 지지율을 확보한다면 제3지대가 상당히 주목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유창선 시사평론가는 《주간한국》에 "김동연은 '정권 교체'보다 '정치 세력 교체'에 방점을 찍고 있지만 결국은 '세력 교체를 동반하는 정권 교체'로 수렴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김동연은 일단은 제3지대에서 새로운 세력을 표방하는 위치에 서겠지만, 결국 윤석열이나 최재형 등과 경쟁하는 범야권 주자로서의 정체성을 갖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유 평론가는 "이미 대선 후보 경선 한복판에 있는 여권 쪽에는 김동연이 들어갈 공간도 없고, 이제 와서 굳이 김동연을 받으려 할 이유도 없을 것"이라며 "그런 김동연 또한 야권의 잠재적 다크호스다. 정치 세력의 교체라는 그의 화두는 사실 여야 불문하고 국민의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는 우리 정치의 과제다"라고 진단했다.

유 평론가는 "김동연이 내건 세력 교체의 기치는 분명 국민 다수의 요구에 부응하는 것이기는 하다. 김종인이 그에 대해 '대선판의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며 우호적 관심을 표했던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김동연에게도 여러 한계들이 존재한다. 그가 내세우는 가치가 시대에 부합되는 것이고, 국민의 최대 관심사인 경제에 대한 정책능력 또한 돋보이지만 그에게는 세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유 평론가는 "자신의 말대로 뜻을 같이하는 새 세력을 만들어야 하는데 녹녹한 일은 분명 아니다. 이미 대선 구도가 진영 간의 대결로 가고 있는 한복판에서 제3지대에서의 세력화를 모색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여야 진영 간의 대결 구도가 강화되고 있는 작금의 흐름 또한 김동연의 입지를 제약하는 환경이 될 수 있다. 야권의 유력 주자인 윤석열, 최재형 등과 경쟁하며 겨룰 만한 인물의 반열로 인정받는 일이 급선무다"라고 분석했다.

장예찬 시사평론가는 '채널A' 방송에서 "어쨌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양자 대결 구도에서 제3지대가 여럿일 수는 없다. 제4지대, 제5지대로 갈 수는 없다"며 "국민의힘의 최종 대선 후보가 11월에 결정나기 때문에, 11월 이전에는 (김 전 부총리와 안 대표가) 어떤 식으로든 만나서 하나의 연대 세력을 구축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장 평론가는 김 전 부총리가 "9월이나 10월쯤에는 안철수 대표와 연대할 수 있는 점을 도모한 이후에, 제3지대를 구축해서 11월쯤에는 야권인 국민의힘의 최종 후보와 정권 교체를 위한 플랫폼 연대 등을 추구해 나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