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g)
이준석 당 대표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 간 갈등으로 시작된 국민의힘 내홍이 심화하고 있다. 토론회 문제부터 동영상 발언, 녹취 파문과 경선 룰 시비에 이르기까지 양측이 사사건건 부딪치고 있다. 원희룡, 홍준표 등 다른 대선 주자들도 패를 갈라 각기 지원사격에 나서면서 잡음이 더 커졌다. 초재선 의원들이 나서 당내 분열과 권력 투쟁을 우려하는 성명까지 발표했지만 파문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급기야 서병수 경선준비위원장이 사퇴하는 등 당의 중진들마저 당 지도부와 대선 후보의 갈등에 염증을 내며 등을 돌렸다.
특히 헌정사 최초 30대 원외 출신으로 제1야당 당수에 올라 정치권에 파란을 일으켰던 이준석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를 맞게 됐다. 대선 후보와의 갈등에다 국민의당과의 합당 무산으로 미숙한 정치력이 도마에 올랐다. 경솔한 언행과 편향성 의혹에 대한 지적도 받고 있다.
보다 본질적인 문제는 '이렇게 야권이 내부 투쟁에 골몰하다 정작 본선에서 참패해 정권 교체가 물건너가는 것 아니냐'는 세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박성민 정치컨설턴트는 《조선일보》 칼럼에서 "국민의힘은 힘도 잃고, 꿈도 잃고, 길도 잃었다. 비전도 없고, 리더십도 없고, 전략도 없다"며 "무엇보다 새로움이 없다. 변화도 혁신도 새 인물도 없다"고 질타했다. 이어 "권력욕만 있고 자존심은 없다. 정말로 국민의힘은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한 사람으로 이겨도 정권 교체라고 믿는 걸까"라며 "국민의힘 정치인들은 윤석열·최재형이 중도를 향한 변화는커녕 국민의힘보다 더 보수적으로 움직여도 권력을 좇아 줄서기 바쁘다. 이러고도 정권 교체를 할 수 있을까"라고 비판했다.
류근일 전 《조선일보》 주필도 칼럼에서 "김영삼·김대중이 언제 야당을 깨고 야당 지도자 됐나? 그들은 2중대 야당 민한당을 깨고, 선명 야당 신한당을 만들었을 뿐"이라며 "이준석 현상이 초래한 난맥상을 김어준은 '내가 바라던 콩가루 집안'이라고 반겼다. 정권 교체를 바라는 기준에선 이준석 현상은 '잘못했다' 평을 들어야 맞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류 전 주필은 "정권 교체 국민 연합이냐, 정권 연장 통일 전선이냐 하는 숨 가쁜 결전을 앞두고, 전자(前者)를 선도해야 할 제1야당 대표가 '딴생각'에 더 바쁜 셈"이라며 "이럴 땐 당내 걱정하는 마음들이 일어나 외쳐야 한다. '더는 그 꼴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월간조선》 칼럼에서 "일각에선 당 대표가 정권 교체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면서 '이준석 리스크'를 거론하기도 한다"며 "이준석 대표는 국민의힘 유력 대권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기 싸움을 벌일 때가 아니다. 자기 중심의 정치에서 벗어나 모두에게 봉사하는 '서번트 리더십'을 펼쳐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최고의 상황이 아니라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는 것이 전략이다"라며 "어떤 상황이 오면 정권 교체할 수 없는지 치밀하게 분석하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부연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천지일보》 칼럼에서 "국민의힘은 지금 이 시간에도 자중지란의 혼선이 반복되고 있다. 당 지도부를 중심으로 힘을 합치고 지지층의 외연을 넓히지 못하면 승산이 없다"며 "그러나 힘을 합치기는커녕 크고 작은 이슈로 연일 난타전이다. 지지층 외연 확대는커녕 그나마 관심을 갖던 지지자들도 등을 돌릴 지경"이라고 꼬집었다.
서병수 의원은 21일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 "국민께서는 분명히 새로운 국민의힘을 요구하셨다. 문재인 정권을 심판하고 교체할 수 있다면 서른여섯 나이의 대표를 뽑아서라도 바꿔놓겠다는 국민의 절박함으로 거듭난 국민의힘"이라며 "벌써 누구의 캠프네 또 다른 누구의 캠프네 하면서 패거리를 지어서야 되겠나. 특정 후보자의 이해관계를 좇아 당을 흔들고 싸움박질이나 일삼아서야 어찌 국민을 뵐 수 있겠나"라고 일갈했다.
서 의원은 "싸움을 말려야 할 당 대표가 진실 공방에 나서며 오히려 싸움판을 키우는 것 또한 낯 뜨거운 일"이라며 "불과 두어 달 만에 초심을 잊어서야 되겠나, 이래서야 결코 정권을 교체할 수 없다. 국민께서는 국민의힘이 새로운 시대정신을 붙들고 대한민국을 바르게 세워낼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