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의힘 대권(大權) 잠룡(潛龍)이 한자리에 모였다. 25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국민 약속 비전 발표회’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것. 이날 행사에는 윤석열·최재형·박찬주·안상수·장성민·원희룡·하태경·황교안·박진·장기표·유승민·홍준표 예비 후보가 참석했다. 부친의 부동산 의혹으로 같은 날 의원직 사퇴와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윤희숙 의원은 불참했다. 후보들은 각자 인사를 나누며 대기했고 이준석 당 대표의 인사말 이후 사전에 정해진 순번에 따라 비전 발표를 시작했다. 이 대표는 “이번 20대 대통령 선거는 절대 질 수 없는 선거”라며 “어느 때보다도 강한 결기로 저희 지도부도 이번 대선 경선이 공정하면서 동시에 흥행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정권 교체를 이루기 위해서는 먼저 당의 단합과 통합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갈등의 경선이 아닌 통합과 정책의 경선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문을 열었다. 윤 전 총장은 “국민들께서 제게 대임(大任)을 맡겨 주신다면, 정부가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분명히 구별하겠다”며 “시장의 생리를 외면한 정부 개입으로 국민을 실험 대상으로 삼는 짓은 절대 하지 않겠다. 무분별한 국가 주도 산업정책과 미래 청년 세대에 빚만 떠넘기는 재정 포퓰리즘도 즉각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코로나 취약계층 지원을 위해 “긴급 구조 프로그램을 취임 100일 안에 확실하게 가동하겠다. 채무 조정 등 금융 지원, 손실 규모에 따른 충분한 보상 지원과 조세 감면 등 세제 지원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은 “수출과 일자리, 특히 청년 일자리 창출을 가로막는 규제는 ‘규제 영향 분석’ 전담기구를 만들어 제로베이스에서 검토하겠다. 청년 모두가 공정한 과정을 거쳐 부모 찬스가 아닌 본인 찬스로 대학에 가고 마음껏 일할 수 있도록 공정한 입시와 채용 시스템을 마련해 기회의 세습을 막겠다”며 “원가 주택을 통해 무주택 서민들이 싼값에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하겠다. 100세 시대에 맞는 건강보장시스템 구축을 통해 든든한 복지를 구현하겠다”고 말했다. 나아가 “정치 권력이 불법과 비리를 은폐하기 위해 사법기관에 압력을 가하고 흔드는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 청와대가 선거에 개입하고, 대통령 측근이 여론조작에 관여하는 일도 없을 것”이라며 “윤석열 정부에선 조국도, 드루킹도, 김경수도, 추미애도 없을 것임을 약속드린다”고 밝혔다.
윤 전 총장은 “정권에 경고한다. 언론 자유를 말살하는 언론중재법안을 여당이 다수의 힘으로 끝내 처리한다면 엄청난 국민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며 “저는 국민과 함께 이 악법의 무효화를 위해 투쟁하고 관철할 것”이라고도 했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저의 첫 번째 비전은 바로 ‘정치가 부끄럽지 않은 나라’다. 우리나라가 정상적인 국가로 다시 서기 위해서는 정치가 새로워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정치는 결국 사람이다.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아온 사람,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정치인, 국민들이 자랑스러워 하는 대통령이 이 나라와 정치를 이끌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최 전 원장은 “청년의 일자리가 늘어날 수 있도록 각종 규제,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며 “노동개혁 반드시 시행하고, 연금개혁 해야 한다. 공정한 경쟁을 통해 실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기회의 장을 열어주어야 한다”고 밝혔다.
최 전 원장은 “그러기 위해, 교육제도를 개혁해 누구나 원하는 교육을 받고 자기의 꿈을 펼칠 수 있게 해야 한다. 국가가 미래의 산업을 육성하는 데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며 “새로운 혁신에 우리 청년들이 마음껏 도전할 수 있도록 창업과 연구 개발의 디딤돌을 마련해주어야 한다. 더 나은 삶을 향한 청년들의 열망이 현실이 되도록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저 최재형이 무너진 희망의 사다리를 복원하겠다. 그래서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이 기다려지는 나라를 만들겠다”며 “지금과 같은 정치로는 희망이 없다. 정권 교체를 넘어 정치 교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준표 의원은 “정치 개혁, 강성 귀족 노조 척결과 같은 해묵은 과제들을 정리하겠다. 현 정권이 만든 공수처, 탈원전 등 적폐를 청산해야 한다”며 “오늘만 살 것처럼 퍼주기에만 집중하는 분배 포퓰리즘의 유혹도 막아야 한다. 선진국 시대의 길을 열어야 한다”고 밝혔다.
홍 의원은 이를 위해 “행정 시스템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 2024년 총선에서 대통령 4년 중임제와 지방 행정구조 2단계 개편을 포함하는 헌법 개정을 추진하겠다”며 “인공지능, 블록체인을 행정 시스템에 도입해 공무원과 공공부문을 구조조정해 국정 효율을 높이겠다. 경상남도에서 행정과 재정 개혁만으로 채무 제로를 달성했던 경험을 거울 삼아 국가 채무 1000조의 파탄 난 나라 재정을 균형 재정으로 정상화시키겠다”고 밝혔다.
홍 의원은 “도심 고밀도 개발과 민간 공급확대, 공공부문 ‘쿼터 아파트’ 도입으로 집값을 안정시키겠다. 왜곡된 부동산 세제를 개편하고 꽉 막힌 금융지원을 완화해 더 쉽게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북한과는 상호불간섭주의를 토대로 체제 경쟁을 하겠다. 북한의 핵 위협은 한미 간 NATO(북대서양조약기구)식 핵 공유 협정을 통해 능동적으로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홍 의원은 “이것이 국가 정상화의 기초다. 여기서부터 진정한 선진국 시대가 시작된다고 감히 말씀드린다”며 “우리나라의 도약에 발목을 잡는 그 어떤 것에도 당당히 맞서겠다. 저는 우리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위협하는 그 어떤 도전에도 결코 물러서지 않고 단호하게 맞서겠다”고 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