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미 사다트 장군. 사진=연합뉴스 유튜브 캡처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점령한 가운데 아프간 정부군 사령관이 "우리는 배신당했다"고 주장했다.

아프간 남부 헬만드주에서 육군 부대를 지휘하다 카불 함락 직전 특수부대 사령관으로 임명된 3성 장군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사미 사다트는 25일(현지 시각) 뉴욕타임스(NYT) 기고문에서 "난 지쳤고, 좌절했고, 화가 난다"며 이같이 말했다. 

사다트 장군은 "전쟁 마지막 날은 아주 이상했다. 우리가 탈레반과 대항해 지상에서 격렬한 총격전을 벌일 때 미군 전투기는 우리 위에서 선회했다. 사실상 관중이었다"며 "우리가 배신당하고 버림받았다는 것은 미국 조종사들이 느꼈고, 우리에게 우리를 도울 수 없다고 전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최근 연설에서 "아프간군조차 자신을 위해 싸우려 하지 않는 전쟁에서 미군이 죽을 수도, 죽어서도 안 된다"고 한 것을 강하게 반박했다. 사디트 장군은 "아프간 육군이 싸울 의지를 잃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이는 미국 동맹으로부터 버려졌다는 느낌과 지난 몇 달간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에서 드러난 우리에 대한 무시가 점점 커졌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아프간군이 싸우려 하지 않았다'는 지적에 관해 지난 20년간 전체 병력의 5분의 1인 6만6000명이 전사한 사실을 거론한 사다트 장군은 "아프간군이 무너진 이유는 3가지"라며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평화협정 ▲군수지원과 정비지원 중단 ▲아프간 정부의 만연한 부패 등을 이유로 꼽았다.

지난해 2월 카타르 도하에서 체결된 미국과 탈레반의 협정으로 미군 철수가 기정사실화하면서 그전까지 별다른 승리를 거두지 못하던 탈레반이 기사회생할 수 있었다는 주장이다.

그는 "우리는 계속 싸웠으나 바이든 대통령이 4월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계획을 고수하겠다고 확인하면서 모든 것이 내리막길로 치닫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또 군수업체들이 먼저 철수하면서 기술적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됐고, 이들 업체가 소프트웨어를 가져가는 바람에 첨단 무기를 제대로 쓸 수 없었다고 했다.

사디트 장군은 "우리는 정치와 대통령에게 배신당했다"며 "이것은 단순한 아프간 전쟁이 아니라 많은 군인이 참여한 국제 전쟁이었다. 우리 혼자서 재개하고 싸우는 것은 불가능했다. 군사적 패배였지만 정치적 실패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