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연합뉴스TV 캡처

탈레반이 장악한 ‘암흑의 땅’ 아프가니스탄에 또 하나의 거대한 그림자가 드리웠다. 보급품 배급이 어려워지면서 다음 달부터 심각한 식량 부족 사태에 직면할 것이라는 국제사회의 경고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영양실조에 걸린 어린이 100만 명가량이 목숨을 잃을 수 있다는 비극적인 전망도 나온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아프간 카불 공항의 일반 비행이 전면 중단되면서 배급품과 같은 주요 물품의 운송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난 23일(현지 시각) 밝혔다. 구호품의 아프간 현지 배분을 담당하는 세계식량계획(WFP)은 현재 아프간 인접국 4개의 육로를 통해 식량 공급을 이어가고 있지만, 이마저도 오는 9월이면 고갈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앤드루 패터슨(Andrew Patterson) WFP 아프간 담당 부국장은 “아프간 식량 공급의 50%가 파키스탄과 우즈베키스탄 등 인접국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며 “12월 말까지 총 식량 5만4000미터톤이 추가로 필요한데, 현재 상태라면 9월에 식량이 떨어지기 시작할 것”이라고 했다. 아프간은 최근 3년간 심각한 가뭄을 겪었다. 현지 식량 생산 자체가 어려운 실정이다.

아프간은 탈레반 점령 이전부터 인구의 절반인 1850만 명이 원조(援助)에 의존해왔다. 특히 어린이 영양실조 문제가 심각하다. 5세 미만 아동의 절반은 영양실조에 시달리는 것으로 추정된다. 헨리에타 포레 유니세프(UNICEF) 전무이사는 “아프간 전역에 인도적 지원을 기다리는 어린이가 1000만 명에 달한다”며 “치료가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 최소 100만 명이 목숨을 잃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우리 정부는 아프간 난민 중 과거 한국 정부에 협력한 이들에게 국내 피란처를 제공하기로 했다. 오늘 입국한 아프간 협력자 380여 명은 충북 진천 소재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에서 6주 동안 임시 생활하게 된다. 또 정부는 국내에 체류 중인 아프간인들에게 현지 정세가 안정될 때까지 한국에 머물게 하는 ‘인도적 특별체류 조치’를 시행하기로 했다. 이번 조치 대상은 국내 장·단기 체류 중인 아프간인 434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