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달콤한 초콜릿에 고소한 헤이즐넛 향으로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은 잼 ‘누텔라(Nutella)’. 이렇게 맛있는 누텔라 잼이 때아닌 ‘환경 파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지난 22일(현지 시각)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이탈리아 환경 단체들과 누텔라 제조업체 ‘페레로(Ferrero)’의 갈등을 전했다. 이탈리아 로마 북부에서 농장을 운영 중인 자코모 안드레오치(Giacomo Andreocci)는 “수백만 명의 사랑을 받는 누텔라 때문에 일부 식물 품종이 죽어간다”고 호소했다.
과거 그의 농장 주변엔 올리브나무, 포도나무 등 다양한 작물이 자라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 페레로가 이 지역에 누텔라 주원료인 헤이즐넛나무를 많이 심으면서 목초지와 소규모 농장 대부분이 헤이즐넛 농장이 됐다. 사방이 온통 헤이즐넛 농지로 바뀌면서 생물 다양성이 사라지게 된 것이다.
이는 페레로가 이탈리아산 헤이즐넛 사용을 늘리려는 조치에서 시작됐다. 최근까지 페레로는 터키산 헤이즐넛을 주로 사용했다. 하지만 2018년 ‘이탈리아 너트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2025년까지 자국 헤이즐넛 사용 비율을 30% 증가 ▲이탈리아 헤이즐넛 농지를 9만 헥타르(㏊)까지 확대하는 목표를 세웠다.
환경 전문가들은 집중적인 헤이즐넛 농사는 지하수를 없애고, 기존 농지에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주장한다. 헤이즐넛나무를 심기 위해 토지를 무리하게 개간(開墾)하기 때문이다. 또한 주변에 다양한 식물종(種)이 없으면 농작물에 피해를 주는 질병과 해충이 쉽게 퍼질 수 있다. 이는 살충제·제초제의 남용으로도 이어진다고 밝혔다.
지난 5월 환경 전문지 ‘에콜로지스트’도 과도한 헤이즐넛 농사로 인해 이탈리아 투시아 지역의 환경이 파괴됐다고 보도했다. 이 지역의 ‘라고 디 비코’ 호수의 수질 검사 결과 헤이즐넛에서 유래한 화학 오염 물질, 세균 등이 물에 과다하게 포함돼 있었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페레로 측은 “이탈리아가 헤이즐넛을 재배한 역사는 아주 오래됐다”며 “헤이즐넛 농사가 환경에 피해를 주지 않는다”고 반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