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의힘 대선주자 홍준표 의원이 최근 여론조사에서 야권 후보 2위에 오르며 1위를 고수하고 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바짝 추격하고 있는 가운데, 본인의 지지세가 친여(親與) 성향 응답자들의 이른바 ‘역선택(逆選擇)’에 따른 것이라는 정치권 일각의 주장을 일축하고 나섰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지난달 27~28일 실시한 ‘범(凡)보수권 차기 대선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홍 의원은 21.7%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25.9%인 윤 전 총장에 이어 2위에 올랐다. 홍 의원과 윤 전 총장의 지지율 격차는 4.2%p로 오차범위(표본오차 95%·신뢰수준 ±3.1%포인트(p)) 안쪽이다. 지난주 조사 대비 윤 전 총장은 2.5%p 떨어진 반면, 홍 의원은 1.2%p 올랐다. 해당 조사에서 3위는 12.1%를 받은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 4위는 5.3%를 기록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순이었다. 자세한 여론조사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凡보수 대선후보 적합도 조사, 윤석열 ‘25.9%’ 對 홍준표 ‘21.7%’
홍 의원은 지난달 30일 해당 여론조사 결과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리며 “그동안 부진했던 보수층에서 대폭 상승했다”며 “(윤 전 총장에 비해) 2~40대는 제가 조금 낫고, 50대는 붙었고 아직도 60대는 밀린다. 추석 전후로 골든크로스 갈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홍 의원의 약진이 주목받자 일각에서는 ‘본선 약체(弱體)인 홍 의원을 윤 전 총장 대신 야권의 최종 후보로 띄우기 위해, 각종 여론조사에서 여권 성향 응답자들이 일종의 역선택을 하는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지난달 31일 《한겨레》에 “여론조사 기법으로 봤을 때 국민의힘을 지지하지 않는 사람까지 포함해 범보수 후보 적합도를 조사하는 게 맞는지 논란의 소지가 있다”며 “여야 합친 조사에서는 윤 전 총장이 홍 의원을 큰 격차로 앞서는데 범보수권 조사에서만 좁혀지는 건 국민의힘 후보를 지지할 가능성이 없는 층에서 역선택 여지가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배종찬 인사이트K연구소장은 지난 1일 ‘뉴스1’에 “민주당 지지층의 선택이 전체 지지율 판세와 판이하게 다르기 때문에 (여론조사 시) 역선택이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며 “특히 여론조사 100%로 8명을 올리는 (국민의힘) 1차 컷오프는 민주당 지지층의 선택이 결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진단했다.

‘역선택 지적’ 전문가 “여론조사 100%인 국민의힘 1차 컷오프, 민주당 지지층 선택이 결정적 영향 끼칠 것”
‘역선택’ 우려에 따른 당내(黨內) 대권 경쟁자들의 직간접적 견제도 이어졌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 대선캠프의 이규양 언론특보는 지난달 30일 논평에서 “홍준표 후보는 이렇게 말했다”며 다음과 같이 전했다. ‘여론조사가 후보를 결정하는 상황이 되고 있는 판에 공정성이 의심스러운 여론조사가 횡행하게 되면 국민 여론을 호도하는 결과가 된다. 저는 2017년 5월 탄핵 대선 때부터 한국갤럽의 여론조사를 믿지 않았다.’ 이어 이 특보는 “역선택을 하는 민주당 지지자들을 배제하자고 본인 입으로 말하지 않았나”라고 지적했다. 최 전 원장은 지난 1일 ‘YTN 라디오 -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 인터뷰에서 “(당 경선에) 역선택 방지 조항을 두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상대 당을 지지한다고 이미 명백하게 밝힌 분들에게 선택권을 줘서 국민의힘 후보를 선정하는 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 대선캠프의 총괄실장을 맡고 있는 장제원 의원은 지난 1일 당 선거관리위원회가 주최한 후보자 대리인 의견 수렴 자리 참석 후 기자들과 만나 “최근 나온 다양한 여론조사를 보면 (당 경선에) 역선택 방지 조항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게 증명됐다. 예를 들어 국민의힘 후보 간 대결에서는 두 자릿수 이상 지지를 받는 분이 양자 대결로 가거나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들어간 다자(多者) 대결로 가면 한 자릿수로 떨어지는 결과가 나온다”고 말했다. 장 의원은 “공표된 여론조사만 봐도 정권 교체를 바라지 않는 분들의 의사가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결정 과정에 개입한다”며 “이는 정권 교체를 바라는 국민들의 의사를 무시하는 것이고 우리 지지자들의 열망을 받들지 못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尹·崔 ‘역선택 방지 조항’ 지지... 洪 “반쪽 경선 하자는 건가”
‘역선택 논란’이 일자 홍 의원은 ‘정면 돌파’를 택했다. 당 경선 여론조사에서도 ‘역선택 방지 조항’을 넣는 것에 적극적으로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 홍 의원은 지난 1일 《파이낸셜뉴스》 인터뷰에서 “(여론조사상 윤 전 총장을) 20, 30, 40대 계층에서 전부 다 제가 이기는데, 그걸 어떻게 역선택으로 이기는 것이라고 생각하나”라며 “영남 지방에서도 제가 본격적으로 활동을 아직 안 했다. 그런데도 이미 윤석열 후보하고 거의 (지지율이) 다 붙었는데, 그것도 역선택인가”라고 강조했다.
홍 의원은 2일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 “A당을 지지하면서 정작 투표에서는 B당 후보를 찍는 것은 역선택 투표가 아니고 교차 투표라고 한다”며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여론조사 경선할 때 민주당 지지층에서 오세훈 후보에게 21.7%, 나경원 후보에게 8.7%의 지지를 보내줬는데, 본선에 가서 오세훈 후보는 우리 당 지지율을 훌쩍 넘겨 득표율 57.5%로 압승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런 것을 역선택이라고 하지 않고 확장성이라고 한다”며 “1980년대 레이건도 공화당 후보였지만 민주당 지지층의 교차 지원을 대폭 이끌어 내 두 번이나 대통령에 수월하게 당선된 일도 있었다. 현실적으로 가능하지도 않는 역선택을 내세워 반쪽 국민 경선을 하자고 하는 시도는 어떤 형태로도 배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 의원은 페이스북에 쓴 다른 글에서도 “경선에서의 ‘역선택 방지 조항’ 포함 여부에 대한 의견 조사에서 찬성 3, 반대 8이 나왔다”며 “관례에도 없는 것을 일부 위원들이 특정 후보 편을 들어 무리하게 반쪽 경선을 추진하려고 하는 것은 지극히 잘못된 처사다. 더 이상 중재안이나 변형된 형태의 역선택 방지 조항 포함 시도도 하지 말기 바란다”고 밝혔다.

洪, 3년 前에는 역선택 방지 조항 찬성? 洪 캠프 측 “지금과 여건 달라”
한편 홍 의원이 역선택 문제와 관련해 ‘말 바꾸기’를 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과거에는 ‘역선택 방지 조항’에 대해 찬성하다가, 차기 대선을 앞두고 본인에게 유리한 지지율이 나오니까 이를 반대하고 나선 것이라는 지적이다. 지난달 29일 유튜브에 올라온 ‘홍준표 과거 역선택 (편집자註: 역선택 방지 조항) 찬성 발언’이라는 영상을 보면, 당시 홍 의원은 “민주당 지지층이랑 정의당 지지층 이런 사람에게 우리 당 후보 뽑는데 투표권 줄 수 없다. 그건 당연하다”고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영상 속 홍 의원은 “과거 여론조사는 그게 엉터리 중에 엉터리였다. 그래서 당헌을 요번에 바꿨다”며 “여론조사가 득표에 환산이 되기 때문에, 어차피 본선에 우리 안 찍을 사람이 역선택하는 경우 비일비재하다. 그래서 자유한국당이랑 무당층을 상대로만 여론조사를 하고”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홍 의원 대선캠프 관계자는 이날 ‘조선닷컴’에 “해당 영상은 2018년 3월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이었는데, 지금과는 여러 여건이 크게 다르다”며 “지방선거 자체가 투표율이 낮아 역선택이 효력을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인 데다, 당시엔 우리 당 지지율도 낮았다. 지금은 전 국민이 참여하는 대통령 선거인 데다, 당이 정상 궤도로 오른 상황이라 역선택이 별다른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