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선택 방지 조항’ 적용 여부를 놓고 당내 갈등이 고조됐던 국민의힘 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 정홍원)이 5일 경선 룰을 확정했다. 경선 여론조사에 역선택 방지 조항을 넣지 않는 대신, 당심(黨心) 반영 강화를 위해 당원 투표 비율을 높이고 본선 경쟁력을 측정하는 문항을 도입하기로 했다. 정가(政家)에서는 선관위가 역선택 방지 조항 도입을 요구했던 윤석열 전 검찰총장 측과 이에 반발해온 홍준표 의원 및 유승민 전 의원 측 모두의 입장을 고려해 일종의 절충안을 마련한 것으로 보고 있다.
선관위는 일반 여론조사 100%로 진행되는 1차 컷오프 경선 룰을 여론조사 80%에 당원 투표 20%로 개정했다. 4명의 후보를 선출하는 2차 경선은 여론조사 70%에 당원 투표 30%로 진행된다. 본경선에서는 기존 당헌당규(黨憲黨規)에 따라 여론조사 50%에 당원 투표 50%으로 진행하되, 여권 후보를 제압할 수 있는 이른바 ‘1대 1’ 경쟁력을 추가 조사한다.
선관위는 이날 7시간이 넘는 장시간 논의 끝에 해당 경선 룰을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정홍원 선관위원장은 회의 직후 “역선택을 놓고 찬반이 자꾸 엇갈려 발상의 전환을 해보자고 해 본선 경쟁력이 있느냐에 초점을 맞춰 1차 경선에는 당원 의견을 넣어 20%를 반영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정 위원장은 “가장 중요한 것은 마지막 최종 결정 단계인데, 누가 가장 본선에서 경쟁력이 있는가를 측정해 득점한 비율에 의해 산출하는 방식을 택했다”며 “본선 경쟁력을 측정하는 구체적인 문항은 향후 논의하기로 했다. 예를 들어 여권 본선 진출 후보와 우리 후보를 1대 1로 놓았을 때 어떻게 나오느냐를 측정하는 걸 말한다”고 밝혔다.
김연주 상근부대변인은 해당 경선 룰에 대해 “역선택에 함몰되는 경향이 있어서 전체 대선을 보고자 했다”며 “우리 후보가 여당 후보에 최종 승리할 수 있을지에 목표를 두고, 대승적 차원에서 보다 큰 스케일의 결론을 내렸다”고 평가했다.
선관위의 이번 경선 룰 확정에 대해 예비후보들은 대체로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윤석열 전 총장은 6일 새벽 페이스북에 “선관위 결정을 존중한다. 최종 결정을 이끌어내기까지 애써주신 정홍원 선관위원장님을 비롯한 선관위원 여러분께 감사드린다”며 “경선 후보들과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정책대결로 선의의 경쟁을 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 국민이 우리 당을 믿고, 반드시 국민의힘 후보로 정권을 교체해야겠다는 확신을 드리겠다”고 밝혔다. 유승민 전 의원도 페이스북에 “본인은 오늘 선관위의 결정을 수용하겠다”고 썼고, 홍준표 의원도 입장문을 통해 “또 다른 불씨를 안고 있기는 하지만, 선관위원 전원의 합의는 존중하겠다”고 답했다.
지도부도 선관위의 경선 룰을 환영했다. 이준석 대표는 6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정홍원 위원장과 선관위원 노고에 감사하고 신뢰를 보낸다”며 “만장일치로 도출한 안인 만큼 이견 없이 룰을 따라 우리 당 대선 후보 경선이 순탄히 치러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