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조선일보DB

국민의힘 대선주자 경선 1차 컷오프가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 오는 15일 예비후보 12명 중 하위 4명이 탈락한다. 국민의힘 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 정홍원)는 지난 5일 경선 룰을 확정했다. 쟁점거리였던 ‘역선택 방지 조항’ 적용 대신, 1차 경선의 여론조사 비율을 100%에서 80%로 낮추고 당원 투표 20%를 더해 당심(黨心) 반영을 강화했다. 본 경선에서는 여권 후보와의 1:1 대결 경쟁력을 추가로 조사한다. 후보들은 대체로 수용한다는 입장이지만, 이달 들어 경선이 본격적으로 시작됨에 따라 각자 유불리를 따질 수밖에 없다. 특히 최근 상승세를 탄 홍준표 의원과 각종 악재(惡材)가 겹쳐 수세에 몰린 윤석열 전 검찰총장 등 유력 후보들의 지지율이 어떻게 변화할지가 관심사다.

야권 경선이 이렇듯 요동치는 가운데 지지율 정체에 빠진 후보들은 전략 수립에 더욱 바쁠 수밖에 없다. 한때 ‘윤석열 대항마’로 불렸던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대표적이다. 최 전 원장은 윤 전 총장의 아킬레스건인 ‘탄핵의 강’ 논란에서 비교적 자유로웠기 때문에 주로 전통보수 진영의 지지를 받아왔다. 가족사에서 드러난 훌륭한 인품과 가풍(家風), 탈원전 감사에서 보여준 대쪽 같은 소신 등도 인기 요인이었다. 그런데도 최 전 원장은 근래 여론조사에서 고전(苦戰)을 면치 못하고 있다. 6일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TBS’ 의뢰로 지난 3~4일 전국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최 전 원장은 범(凡)보수권 대권 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윤 전 총장(28.2%), 홍 의원(26.3%), 유승민 전 의원(10.1%),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5.0%)에 이어 4.6%를 기록해 5위에 머물렀다. 

홍준표는 약진, 최재형은 정체... 박스권 돌파 동력은?

지난 5일 발표된 알앤써치 여론조사(《경기신문》 의뢰로 지난 3일부터 이틀간 전국 성인남녀 1017명을 대상으로 야권 대선 후보 지지율 조사,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에서는 4.1%를 얻으며 4위에 그쳤다. 특히 일부 여론조사에서 부동의 1위였던 윤 전 총장을 제치고 야권 후보 적임자로 올라선 홍 의원과 대비되는 모양새다. 홍 의원은 이른바 ‘정치 초년생의 준비 부족’ ‘문(文) 정권 출신의 배신자론(論)’을 내세워 최 전 원장을 견제한다. 최 전 원장은 2018년 지방선거 참패(慘敗)를 초래하고 박근혜 전 대통령 출당(黜黨)을 주도했다는 점을 들어 홍 의원을 비판하고 있다. 두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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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0월 15일 최재형 감사원장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감사원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조선일보DB

최 전 원장은 지난 6월 27일 감사원장직 사퇴 후 다음 달 15일 국민의힘에 입당(入黨), 지난달 4일 대선출마(大選出馬)를 공식 선언했다. 같은 문재인 정부 출신 인사인 윤 전 총장에 비해 한발 늦은 감이 없지 않았지만, 그의 대권 도전은 순조롭게 수순을 밟아왔다. 전국 단위의 외곽 지원 조직 ‘별을 품은 사람들’이 발족하고, 대선캠프 역시 ‘여의도 명당(明堂)’으로 불리는 대하빌딩에 입주해 눈길을 끌었다. 별도 기자실을 마련하는 등 ‘열린캠프’를 지향, 언론들과의 접촉면을 넓혀오기도 했다. 도중에 부친상(父親喪)을 겪을 때는 수많은 정계 거물들이 직접 문상을 오기도 하는 등 남다른 정치적 존재감으로 정가(政街)의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훌륭한 인품, 반듯한 소신... 그러나 부족했던 한 방

그러나 ‘강력한 한 방’이 부족했다. 차별화된 정책이 아닌 반문(反文) 이미지만 부각됐다. 출마 선언식에서 국정(國政)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모습을 그대로 노출시켰다는 비판도 받았다. 윤 전 총장이나 원희룡 전 제주지사 등 경쟁 후보들에 비해 눈에 띄는 대외 활동이나 확실한 메시지가 부족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우려가 짙어지자 내부 조직이 흔들린다는 얘기까지 돌았다. 지난 3일 《헤럴드경제》 보도에 따르면, 최 전 원장을 최전방에서 도운 간부급의 인사 세 사람이 최근 캠프에 줄사표를 냈다고 한다. 캠프 측의 만류를 받아들인 사람은 1명뿐이고, 나머지 두 사람은 이를 뿌리치고 떠났다고 한다. 이 신문은 “다른 주자의 캠프들도 어수선한 분위기의 최 전 원장 캠프에 주목하는 모습”이라며 “일부 캠프는 최 전 원장 캠프의 인사들에게 일찌감치 ‘러브콜’을 보낸 것으로도 파악됐다”고 보도했다. 앞서 또 다른 한 매체는 자금난, 지지율 정체로 인한 ‘중도 사퇴설’을 보도했다. 일각에서는 후보와 캠프의 변화가 없을 경우, 1차 경선 통과도 쉽지 않을 수 있다는 비관론까지 제기하고 있다. 윤태곤 의제와전략그룹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지난 3일 《한겨레》에 “국민의힘에는 현 정부와 가장 첨예하게 대립한 윤석열, 정통 보수 홍준표, 개혁 보수 유승민·원희룡이 있다”며 “이들의 지지율이 다 빠져야 최 전 원장에게 기회가 올 수 있는데 아무래도 훈훈한 미담만으로는 부족하지 않겠나”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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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7월 12일 오전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대전 유성구 현충원로 국립대전현충원을 찾아 천안함 전사자 묘역을 참배 후 제2연평해전 전사자 묘역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조선일보DB

추석 전까지 가시적 성과 만들겠다는 최재형, 새로운 정치의 모습 보여줄 수 있나

최 전 원장 측은 위기감을 느끼고 있을까. 최 전 원장은 지난 3일 ‘MBC 라디오 – 표창원의 뉴스하이킥’ 인터뷰에서 본인의 지지율 하락은 “국민들이 원하는 모습을 제가 보여드리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 정부에 좀 더 각을 세워라, 아니면 강한 모습을 보여라, 이런 요구들이 있으신 것 같다”며 “제가 겉으로 보긴 부드럽지만, 안에 강인함이 있다는 것을 국민들에게 보여드리면 서서히 반등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최 전 원장은 “저는 정치에 익숙하지 않다. 그건 인정한다”며 “그렇지만 우리 국민의힘 후보를 놓고 본다면, (저는) 법원과 감사원에서 사법부, 행정부 등 다른 후보들보다 다양한 경험을 했다. 국민을 등에 업고 새로운 정치의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다면, 그게 저의 강점이 아닌가 그렇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최 전 원장은 지난 2일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경선 과정에서 다른 후보와의 단일화 가능성도 열어놨나’라는 질문에 “본선에서 가장 안정적이고 경쟁력 있는 후보가 나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끝까지 독자적으로 완주하겠다. 적어도 1차 예비경선 이후 추석 연휴 전까지는 가시적인 성과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지난달 말 캠프 총괄본부장으로 선임된 김선동 전 의원은 지난 1일 《중앙일보》에 “청년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청년 캠프’를 가동하고, 외곽에서 조언을 해주는 인사들로 ‘클라우드 캠프’도 꾸릴 예정”이라며 “최 전 원장의 강점은 법치주의, 헌법 수호 등인데 이를 부각할 메시지를 어떻게 던질 수 있을까 생각 중”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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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8월 4일 오후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경기도 파주 미라클 스튜디오에서 대선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사진=조선일보DB

김영우 상황실장, 조대환 대외협력위원장이 털어놓은 최재형 반등 전략

《조선펍》은 6일 최 전 원장 캠프 측 좌장(座長) 격인 상황실장 김영우 전 의원과 대외협력위원회 공동위원장 조대환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게 지지율 반등 전략에 대해 물었다. 김 전 의원은 “그에 대해 내부적으로 얘기도 하고 그랬다. 사실 여태까지는 짧은 시간에 캠프가 구성이 됐고, 규모가 갑자기 커지다 보니까 내부적으로 혼선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라며 “하지만 지금 김선동 총괄본부장도 새로 오시고, (캠프가) 체계적으로 운영되기 시작했다. 후보님도 거의 모든 (캠프) 회의에 참석하시면서 대화를 많이 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전 의원은 “이제 전체적으로 중요한 것은 후보가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받아야 된다는 점이다. 그런 측면에서 (국민들에게) 강점을 잘 보이는 게 중요하다”며 “신뢰라고 하는 것은 두 가지”라고 말했다. 그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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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형 캠프 상황실장을 맡고 있는 김영우 전 국민의힘 의원. 사진=조선일보DB

신뢰라는 것은 두 가진데, 하나는 후보의 도덕성 검증이에요. 이런 것에서의 신뢰, 이는 우리가 우위성이 있다고 보이고요. 또 하나는 정책 비전을 우리가 제대로 잘 발표를 하자, 그래서 내일(7일)도 정책 발표가 있는데 저희도 준비를 많이 하고 있어요. 대한민국을 어떻게 재설계할 것인가 고민하고 있죠. 그리고 여태까지 인터뷰를 능동적으로 좀 많이 해오진 않았는데, 언론 인터뷰와 유튜브 참여를 많이 하면서 후보가 가지고 있는 철학이나 비전 이런 것들을 적극적으로 제시해나갈 계획입니다.

도덕성 검증, 제대로 된 정책 비전 발표, 다양한 목소리 수렴과 통할이 관건

김 전 의원은 ‘5일 발표된 당 선관위의 경선 룰 결정에 대해 수용하는 입장인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그렇다. 우리는 당의 결정, 선관위의 결정은 따라야 된다는 대전제(大前提)가 늘 있었다”며 “후보의 유불리를 떠나 ‘정권 교체’라는 대의가 중요하다는 차원에서 (선관위의 결정을) 우리는 수용한다”고 밝혔다. ‘중도 사퇴설, 내부 갈등설’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는 “그런 거는 잘 정리가 됐다. 그래서 이제 전열(戰列)을 잘 가다듬었고, 캠프가 내부적으로 그런 문제는 없고 소통 잘 하고 있다”고 답했다.

조 전 수석은 “(후보의 지지율 정체에 캠프 차원에서) 위기의식을 가지고 있다. 그동안에는 후보에게만 집중되는, 후보 일변도의 유세를 하다 보니까 외연 확장이 상당히 어려웠다”며 “그 다음에 ‘우리가 합의되지 않은 목소리는 내지 말자’고 하다 보니까, 목소리가 정제되는 합의 과정에서 (되레 메시지가) 약해지는 측면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측면을 우리가 자체 반성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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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형 캠프 대외협력위원장을 맡고 있는 조대환 전 청와대 민정수석. 사진=조선일보DB

지금은 충전이 아닌 폭발의 시기... 위기를 기회로 만들까

조 전 수석은 “캠프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 다양한 목소리를 대변할 필요도 있다”며 “지역 구도, 지지 기반 등 ‘정치 구도’의 목표를 확실하게 설정하고, 그것을 대변하는 캠프 인사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활용할 계획”이라며 “스피커를 다양하게 하고, 그 위 상급 단계에 후보가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할 예정이다. 후보가 그 목소리들을 통할하는 구도로 나아가 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어 “후보가 충전을 너무 오래 한 측면이 있기는 하다”며 “지금부터는 충전이 아닌 폭발해야 할 시기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