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의 한 기초의회 의장이 공직자윤리법상 재산신고와 관련해 '직무 관련성 있음' 판정을 받은 자신 소유의 주식을 이종사촌 동생의 처(妻)에게 증여한 것에 대해 ‘편법적 처분’이라는 논란이 제기됐다. 해당 의장은 “편법이 아닌 적법한 절차에 따른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공직자윤리법에 따르면, 지방의회 의원을 포함한 공직자는 보유한 일정 가액(價額) 이상의 주식에 대해 인사혁신처 주식백지신탁심사위원회로부터 ‘직무 관련성 있음’ 결정을 통지받은 경우 '매각' 또는 '백지신탁'해야 한다. 이에 따라 해당 의장이 주식을 매각·백지신탁하지 않고 '증여'한 것을 ‘적법한 처분’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 강서구의회 이(李)모 의장은 강서구의회 도시교통위원으로 활동하던 지난 2019년 9월, 인사혁신처 주식백지신탁심사위원회로부터 자신이 보유한 주식에 대해 ‘직무 관련성 있음’을 통지받았다. 당시 이 의장과 그의 처자(妻子)가 보유한 주식 지분은 이종사촌 동생과 공동대표로 있는 전기공사 회사의 주식 50%였다.
위원회는 ‘직무 관련성 결정 통지에 따른 안내문’에서 “직무 관련성 ‘있음’으로 결정·통지된 해당 주식들의 총 가액이 3000만 원을 초과한 경우 매각 또는 백지신탁을 하거나 직위 변경 후 1개월 이내 재심사를 청구해야 한다”고 적시(摘示)했다. 해당 통지는 인사혁신처 심사위원회에서 서울시 감사위원회, 강서구청 감사담당관실을 거쳐 강서구의회로 전달됐다.
이 의장, ‘직무 관련성 있음’ 결정 통보받은 주식 일부 이종사촌 동생 처에 증여
이 의장은 주식백지신탁심사위원회로부터 '직무 관련성 있음' 처분을 통보받자, 그해 10월 소속 상임위원회를 도시교통위원회에서 행정재무위원회로 바꿨다. 이어 강서구의회도 구청 감사담당관실에 ‘주식 직무 관련성 심사 결과에 따른 후속 조치 제출’ 문건를 제출하면서 '해당 의원의 소속 상임위 변경 완료'와 더불어 '주식 직무 관련성 여부에 대한 심사 재청구 예정'이라는 취지의 뜻을 밝혔다.
그러나 이 의장 가족이 그해 11월 해당 주식의 6%만 보유하고 나머지를 이종사촌 동생 처에게 증여함에 따라 재심사 청구는 이뤄지지 않았다. 인사혁신처 측이 기한으로 제시한 ‘1개월 이내’에 주식 소유권이 변동된 데 따른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 의장은 매각이나 백지신탁이 아닌 '증여'로 '주식 논란'을 잠재웠다.
이 의장 주장에 따르면, 증여세는 주식을 인도받은 쪽에서 납부했다고 한다. 구의회 측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 의장 측) 주식 총액이 (증여로 인해) 3000만 원 미만으로 내려감에 따라 별도의 (직무 관련성) 심사 청구는 없었다”며 관계기관에서 추가 조치 등 “따로 저희한테 온 내용 또한 없었다”고 전했다.
이 의장은 주식을 증여한 그해 12월 해당 회사의 대표이사 및 사내이사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 의장에 따르면, 이종사촌 동생과 동업한 A 회사는 수억 원대 연매출을 올리는 전기공사 업체로 알려졌다.
서울시 감사위원회 “직계존비속 外 증여는 심사 대상 아냐... 인사혁신처에도 확인”
그렇다면 매각이나 백지신탁이 아닌 증여를 통한 이 의장의 주식 처분 행위와 관련해 법적 문제는 없을까. 소관 기관인 서울시 감사위원회의 조사담당관 윤리사무팀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등록대상자(공직자)의 주식이 직무와 관련성이 있을 경우, 인사혁신처에서 본인에게 통보하기 전에 우리 부서를 거쳐 내려온다”며 “이 의장의 경우, 주식을 실질적으로 증여했기 때문에 (증여한 만큼은) 본인 주식이 아니게 된다. 본인 소유에서 벗어나는 경우는 심사 대상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등록대상자의 재산 심사 범위는 직계존비속으로 한정을 둔다. 직계존비속 재산의 총합을 보는 것”이라며 “(이 의장이 증여한) 이종사촌 처는 직계존비속이 아니기 때문에 상관이 없다. 만약 이 의장이 직계존비속에게 증여했다면 문제가 됐겠지만, 이런 경우는 굳이 재심사할 필요가 없다”고 부연했다. 그는 “해당 문제를 최종 판단하는 인사혁신처 윤리정책과에도 확인한 내용”이라고 덧붙였다.
왜 문제의 주식을 매각도, 백지신탁도, 재심사 청구도 아닌 하필 ‘증여’로 처리했나?
그러나 이런 판단이 나왔다 해도 제기된 모든 의혹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법률상으로는 매각과 백지신탁이 원칙인데, 왜 '증여'라는 방법을 썼는지에 대한 의문이 남기 마련이다. 일각에서는 이 의장이 임기 만료 등 추후 관련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시기에 주식을 되돌려받기 위해 동업자인 친인척에게 잠시 맡겨둔 게 아니냐고 추측하기도 한다. 재산 심사 대상인 직계존비속에 해당되지 않는 믿을 만한 친척에게 증여함으로써 법망을 피해간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본지는 사실관계 확인 및 반론권 보장 차원에서 강서구의회 이모 의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을 취했다. 이 의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해당 사업체를 운영하고 주식을 갖게 된 배경, 처분하게 된 경위 등을 소상히 설명했다. 이 의장은 “사람마다 어떤 안경을 쓰고 보느냐에 따라 입장이 다르겠지만, 그렇게 (의혹의 눈빛으로) 볼 수 있는 시각도 있다고 본다”면서도 “그러나 제가 어떤 비리와 연관돼서 무언가를 감추려고 하는 것도 아니고, 나머지 (주식) 6%도 내가 (가족들에게) 빨리 처분하자고 한 상황이다. 이번 주나 다음 주에 수속을 밟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장 “매각, 백지신탁 바로 하기 힘들어 상임위부터 변경 후 증여... 증여나 매각이나 법적 효력 똑같아”
이 의장은 “회사 주식 50%를 가져온 것도, 원래는 아들이 ‘사람 일이라는 게 모르는 건데 (이종사촌과 동업을 하면서 그쪽에) 주식을 다 맡겨버리면 어떻게 하느냐’고 얘기했기 때문”이라며 “그래서 (이종)동생에게 50%를 넘겨주라고 했고, 제 앞으로 10%, 집사람 앞으로 10%, 아들 앞으로 30%를 배분한 것이다. 그러다 보니 (총 가액이) 3000만 원이 넘어버리니까 문제가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말이다.
“(직무 관련성 있음 통보를 받고) 여기 (구의회) 직원에게 물어보니까 ‘백지신탁 하시든가 상임위를 옮겨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매각이나 백지신탁은 바로 하기도 힘드니까 일단 (당시) 의장한테 얘기해서 상임위부터 바꿨습니다. 그리고 주식 50%를 3000만 원 미만으로 만들기 위해 제 앞으로 2%, 집사람 앞으로 2%, 아들 앞으로 2%씩 6%만 남기고 증여로 넘겼어요. 다음 해(2020년)에 의장 선거도 있고 해서, 의장이 되면 어느 상임위든 다 연결이 되는 거니까 (상임위만 변경하면 또) 문제가 될 것 같아서 아예 증여를 한 거죠. 또 증여가 일반 매각보다 세금이 조금 더 쌌고...(매각을 통해) 사촌 간에 돈이 오가는 것도 좀 그래서 증여를 한 거예요. 당초 (회사를 세울 때) 동생이 자본금을 더 많이 댔고, 그래서 다 (주식을 넘기고) 일임을 한 거죠.”
이 의장은 자신의 주식 처분 방식에 대해 “증여나 매각이나 똑같다. 내가 (다른 이에게 주식을) 주는 것 아닌가”라며 “똑같은 효력이 발생하는 것이다. 저한테는 없어져 버리니까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주식 대부분을 증여하면서 지분 '6%'는 남겨둔 데 대해 그는 “나중에 (투자한 자본금 회수 등을 위해) 배당금 신청할 때 필요해서 한 것”이라며 “(아직) 정산을 다 안 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이 의장은 “제가 30년 동안 전기 만진 사람"이라며 "제 밥줄이 그거다. 내년에 선거가 있긴 하지만 저도 만약에 의원직 그만두게 되면 독립해서 면허를 따로 내고 일을 할 생각”이라고 했다. 이어 “‘동생과 다시 동업하는 거 아니냐’고 하는데, 누구나 동업하면 알겠지만 해보니까 알겠다. 누가 100% 양보 안 하면 힘들고, 돈 문제도 있어서 그게 쉬운 게 아니더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