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이 여성 시위대를 취재하던 기자들을 끌고가 폭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연합뉴스TV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이 여성 시위대를 취재하던 기자들을 끌고가 폭행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며 언론 탄압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9일(현지 시각) 영국 BBC, 가디언 등은 아프간 현지 매체 기자들이 수도 카불에서 벌어진 여성 시위를 취재하던 도중 탈레반에게 끌려가 폭행당했다고 보도했다. 이와 함께 구타로 인해 몸 곳곳이 멍든 기자들의 사진도 공개했다.

폭행을 당한 기자들은 경찰서로 연행돼 곤봉, 전선, 채찍 등으로 맞았다고 증언했다. 몇 시간 후 그들은 아무런 설명도 듣지 못한 채로 풀려났다. 붙잡힌 기자들은 4시간 만에 풀려나 병원으로 이송됐다.

한 기자는 BBC에 "여성들의 시위 현장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경찰서에 강제로 끌려가 폭행을 당했다"며 "두 손에 수갑을 채운채 방망이와 전선으로 무자비하게 때렸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나중에는 거의 걷기 힘들 정도로 상태가 안 좋았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기자는 "사진을 찍고 있는데 탈레반이 카메라를 빼앗고 내 머리를 발로 찼다"며 "그들이 우리를 죽이려 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어 "나중에 그들에게 왜 나를 폭행하는지 물어보니 그들은 '처형당하지 않은 것을 운 좋게 생각하라'라고 답변했다"고 말했다.

미국 기자도 채찍을 휘두르려고 준비하는 탈레반 조직원들에게 둘러싸여 위협을 받았으나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구타는 피했다. 영국 BBC와 함께 일하는 기자들을 포함해 여러 언론인은 시위 현장 촬영을 금지 당했다.

국제언론단체 언론인보호위원회(CPJ)는 "아프간에서 지난 2일간 최소 14명의 언론인들이 구금된 후 풀려났다"며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겠다는 탈레반의 당초 약속이 허황된 말이었다는 것이 증명됐다"고 밝혔다.

아프간의 한 원로 언론인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기자들이 현지 탈레반 대원들로부터 점점 큰 위협을 느끼고 있다"고 우려하며 "아프간에서 언론 자유는 끝났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언론에서 탈레반을 비판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