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대권(大權) 도전 88일 만에 13일 예비후보직을 사퇴했다. 정 전 총리는 이날 대선캠프 긴급회의 직후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정 전 총리는 국회 소통관에서 사퇴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문을 발표했다. 그는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민주당 당원동지 여러분, 부족한 저를 오랫동안 성원해주신 많은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린다”며 “저는 이제 평당원으로 돌아가 하나 되는 민주당,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해 백의종군(白衣從軍)하겠다”고 밝혔다. 정 전 총리는 “나라와 국민과 당으로부터 받은 은혜를 갚겠다. 함께 뛰던 동료들께 응원을, 저를 돕던 동지들께 감사의 인사를 보낸다”며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라고 덧붙였다.
정 전 총리는 지난 6월 17일 ‘강한 대한민국, 경제 대통령’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장관, 당 대표, 국회의장, 국무총리 등 내각과 의회를 두루 경험한 중진 정치인인 그는 친노(親盧) 적통(嫡統)으로 꼽히는 이광재 민주당 의원과 단일화를 이뤄내며 대선 레이스에 신호탄을 쏘았다. 이후 이재명 경기지사, 이낙연 전 총리와 ‘3각 구도’를 형성하며 토론 등으로 지지율 추격에 힘써왔다. 그러나 경선은 초반부터 이 지사 독주(獨走) 체제로 흘러간 데다, 12일 발표된 1차 슈퍼위크 국민·일반 당원 선거인단 개표에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에 밀려 4위로 처지면서 동력을 잃었다. 더 이상 대선 완주의 의미가 없을 것으로 판단, 오늘 캠프 회의를 거쳐 중도 사퇴를 속결(速決)한 것으로 관측된다.

정 전 총리는 사퇴 배경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순회 경선을 하면서 고심해왔던 내용이다. 저와 함께하는 의원들과 장시간 토론 끝에 결심했다”고 답했다. 다른 후보 지지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저는 일관되게 민주당을 지지한다”고만 밝혔다.
12일 발표된 여권의 1차 슈퍼위크 결과, 대전·충남, 세종·충북, 대구·경북, 강원 지역 순회 경선 및 1차 선거인단(국민·일반 당원) 누적 득표율 1위는 51.41%로 과반을 차지한 이재명 지사였다. 2위는 31.08%를 기록한 이낙연 전 총리, 3위는 11.35%를 차지한 추미애 전 장관이었다. 이어 4.27%에 머무른 정 전 총리, 1.25% 박용진 의원, 0.63% 김두관 의원 순이었다.
당내에선 오는 25~26일 예정된 호남 순회 경선을 앞두고 전북 진안 출신인 정 전 총리의 지지세를 흡수하기 위해 후보들 간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전남 영광 출신인 이 전 총리를 배려해 정 전 총리가 호남 경선 이전에 후보 사퇴를 한 것이 아니냐고 추측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