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위 ‘대장동 논란’의 핵심은 개발 사업 시행 주체인 ‘성남의뜰’ 컨소시엄 구성에서 3억5000만 원 출자로 7%의 지분밖에 보유하지 못한 화천대유자산관리(이하 화천대유)와 SK증권이, 어떻게 수십%의 지분을 갖고 있는 성남도시개발공사(이하 도공) 등보다 더 많은 배당금을 받아갈 수 있었냐는 것이다. 더욱이 지분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도공 및 금융회사들은 사업 이익을 우선적으로 배당받는 ‘우선주주’이고, 화천대유와 SK증권은 후순위 분배권을 지닌 ‘보통주주’다. 주식 배당금은 어떤 비율로 나눠진 것일까.
《조선펍》이 17일 ‘대장동 게이트 진상조사 TF 위원’을 맡고 있는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2018년, 2019년, 2020년)간 성남의뜰 주식 배당금 현황은 도공이 1830억 원, 하나은행 10억5000만 원, 국민은행 6억 원, IBK기업은행 6억 원, 동양생명보험 6억 원, 하나자산신탁 3억7500만 원 순이다. 이상이 우선주 기준 배당금이고, 민간 사업자 보통주 기준을 보면 화천대유가 약 577억 원, SK증권이 약 3463억 원이다. 화천대유와 SK증권의 배당금을 합하면 약 4000억 원으로, 성남의뜰 지분 50%를 차지한 도공 배당금의 2배를 뛰어넘는 액수다.

윤창현 의원실 측은 해당 자료에서 ‘화천대유는 원금 5000만 원으로 577억 원의 배당금을, SK증권은 원금 3억 원으로 3463억 원의 배당금을 받은 셈’이라며 ‘각 수익률이 눈으로 봐도 믿기 힘든 11만5345%에 달한다’는 식으로 지적하고 있다.
막대한 수익을 올린 두 사업체는 어떤 곳일까. 먼저 화천대유부터 보자. 화천대유는 2015년 2월 13일 도공의 대장동 개발 민간 사업자 공모 공고가 나기 일주일 전인 2월 6일 자본금 5000만 원으로 설립된 신생 업체다. 화천대유는 해당 사업 민간 사업자로 확정된 이후 포스코건설, 대우건설 등과 관련 용지에 대한 시공 계약을 체결했다.
NICE 기업정보에 따르면, ‘주거용 건물 공사 등 단독 및 연립주택 건설업체’로 등록돼 현재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판교로 164 훼미리프라자 2층 사무실 4곳을 쓰고 있다. 현재 직원은 16명으로 부동산 경매 전문 변호사로 알려진 이○○씨가 대표로 있다.
화천대유는 구직 사이트 ‘사람인’에서 자사(自社)의 기업 비전을 이렇게 밝히고 있다. “당사는 성남 대장동, 제1공단 결합도시개발사업을 진행하는 자산관리회사(AMC)이며 성남도시개발공사, 하나은행 등이 주주로 참여한 상기 도시개발사업은 사업시행자 지정, 지장물조사 등의 도시개발사업 절차를 순차적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화천대유의 소유주는 지분 100%를 갖고 있는 김○○씨다. 기자 출신인 김씨는 한 경제신문에서 법조팀장을 지냈고 지난 3월까지 부국장으로 일하다 최근 퇴직한 것으로 전해졌다. 관리 이사로는 김○○씨가 재직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김○○씨와 김○○씨가 형제 관계가 아니냐’고 추측하고 있다. 기자 출신 김○○씨는 법조팀장 시절인 2014년 7월 28일 당시 재선에 성공한 이재명 성남시장을 인터뷰했다. “법률가에서 정치가로... 정치하겠다 마음먹은 날짜도 기억”이라는 제하의 기사는 이렇게 시작한다.
〈인구 100만 명에 육박하는 거대도시 성남시. 그중 분당구는 서울의 강남 3구와 더불어 유권자들의 보수 성향이 강한 걸로 유명하다. 지난 6·4 지방선거에서 이재명 성남시장은 정치활동을 시작한 지 10년 만에 분당에서도 여당 후보와 8%의 격차를 벌리며 재선에 성공했다. (중략) 이 시장은 지난 2010년 시장으로 임명되자마자 ‘모라토리엄’을 선언한 걸로 유명하다. 당시 성남시 부채는 5000억 원에 달했다. 성남시가 모라토리엄 졸업을 선언하기까지는 4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그는 “공정한 예산집행 하나만으로 생각보다 빠른 시일 내에 부채를 갚을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이런 성과가 자신의 재선에 가장 큰 이유라고 분석했다.〉
《조선펍》이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나와 있는 화천대유의 감사보고서 5년치(2016, 2017, 2018, 2019, 2020)를 분석한 결과, 2015~2020년 화천대유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다음(사진)과 같다. 특히 2019년과 2020년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을 볼 때, 당시 받은 배당금과 분양수익으로 큰 이익을 거둔 것으로 관측된다.

[화천대유 최근 6년간(2015~2020) 매출액 및 영업이익]
(출처: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감사보고서 5년치(2016~2020) 분석)
1기(2015) (2015년 2월 6일부터 2015년 12월 31일까지)
매출액: 20억 원(영업수익 용역매출) / 영업이익: 2억6134만7070원
2기(2016) (2016년 1월 1일부터 2016년 12월 31일까지)
매출액: 19억5000만 원(영업수익 용역매출) / 영업이익: (손실)8억85만2431원
3기(2017) (2017년 1월 1일부터 2017년 12월 31일까지)
매출액: 18억 원(영업수익 용역매출(기타매출)) / 영업이익: (영업손실)16억3789만2973원
4기(2018) (2018년 1월 1일부터 2018년 12월 31일까지)
매출액: 16억5000만 원(매출액(기타매출(용역매출))) / 영업이익: (손실)75억2133만3922원
5기(2019) (2019년 1월 1일부터 2019년 12월 31일까지)
매출액: 4047억2384만6416원(용역매출 18억 원, 분양매출 4029억2384만6416원) / 영업이익: 659억4964만5152원
6기(2020) (2020년 1월 1일부터 2020년 12월 31일까지)
매출액: 6970억6368만4734원(용역매출 18억 원, 분양매출 6952억6368만4734원) / 영업이익: 1479억7683만6533원
일각에서는 ‘화천대유가 적은 지분으로 많은 배당금을 받고, 소규모 투자로 막대한 개발 이익을 얻을 수 있었던 건, 당시 대장동 개발 사업을 추진한 이재명 성남시장으로부터 모종의 특혜를 받았기 때문이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한다. 소유주인 김○○씨의 상기(上記) 인터뷰 기사를 문제 삼기도 한다.
이에 대해 화천대유는 해당 의혹 제기에 적극 반박하고 나선 상태다. 화천대유 핵심 관계자는 《월간조선》 2021년 10월호 인터뷰에서 “화천대유가 사업을 좌지우지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다. 대장동 개발을 주도하는 성남의뜰은 주식회사”라며 “당연히 주식회사라는 범위 안에서 의사(議事)를 결정한다. 다만 외부로 표현되는, 즉 결정된 의사를 집행하는 것은 AMC(자산관리회사)이기 때문에 그런 억측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화천대유가 ‘신생 회사다. 사업 실적이 전무하다’며 큰 수익을 올린 게 이상하다고 하는데, 그것 역시 억측에 불과하다. 화천대유가 신생 회사인 것은 맞지만 화천대유 임직원들은 택지 개발 사업 분야에서 10~20년 경력은 물론 관련 전문 자격도 소지하고 있는 등 택지 개발 사업의 전문가들로 구성돼 있다”며 “그렇기에 하나은행 컨소시엄(성남의뜰)에 참여할 수 있었고, AMC의 역할도 맡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의 말이다.
“우리도 처음에는 그 정도로 수익이 나올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수익이 커진 건 지가(地價) 상승분이 반영됐기 때문입니다. 당초 이 사업을 처음 시작했을 때에는 부동산 경기(景氣)가 그리 좋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 시절, 최경환 당시 경제부총리가 부동산 활성화 정책을 내놓은 뒤 갑자기 대장동 일대 땅값이 뛰었습니다. 그 바람에 당초 기대수익보다 더 많은 수익이 난 겁니다. 하지만 대장동 일대 SOC(Social Overhead Capital·사회간접자본) 사업도 같이 떠맡아 성남의뜰 차원에서 부담한 비용도 상당합니다.”

관련 의혹으로 인해 파문이 커지자 이재명 경기지사 또한 지난 1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반박에 나섰다. 이 지사는 “대장동 개발은 민간 개발 특혜 사업을 막고 수천억 원을 환수한 모범적인 공익 사업이었다”며 “(대장동 개발이) 1조5000억 원 투자된 사업이고, 그중 5000억 원을 우리(성남시)에 줘야 한다. 우리 입장에선 확정개발이익을 최우선 배당하기로 약정했기 때문에 손해가 나면 그들(민간 투자자들)이 부담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3탄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