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장동 개발’ 사업을 추진한 특수목적법인 ‘성남의뜰’에서 화천대유가 1% 지분으로 최근 3년간 배당금 577억 원을 받아갈 때, 6% 지분으로 3463억 원을 받아간 업체가 바로 ‘SK증권’이다. 정확히 말하면 SK증권을 투자 신탁사로 삼은 민간업체들이 수천억 원에 달하는 배당금을 가져갔다. 대장동 사업에 투자한 SK증권은 외피(外皮)만 증권사일 뿐, 사실 개인 투자자 7명이 각자 투자금을 모은 ‘특정금전신탁’으로 구성돼 있는 것이다.
《조선펍》이 17일 윤창현 의원실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특정금전신탁이란 ‘고객이 은행이나 증권사·보험사 등 금융기관에 주식·채권 등 투자 대상을 지정, 자금을 맡기면 해당 금융기관이 일정 기간 투자 후 원금과 수익을 돌려주는 상품’이다. SK증권에 3억 원 규모의 ‘특금 신탁’을 맡긴 사업체는 총 7곳. 세간에 알려진 이른바 ‘천화동인’ 1~7호다. ‘화천대유’와 ‘천화동인’이라는 사업체 명칭 모두 중국 고전인 《주역(周易)》에 나오는 성어(成語)로 ‘하늘의 도움으로 천하를 얻는다’ ‘마음먹은 일을 성취할 수 있다’는 의미다.

SK증권은 특정금전신탁... 증권사 베일 뒤의 7개社 ‘천화동인’
천화동인 1~7호는 대장동 사업 참여를 위해 2015년 2월부터 6월 사이 설립된 것으로 전해진다. 《월간조선》 2021년 10월호 보도에 따르면, “화천대유는 성남의뜰에 보통주 형식으로 4999만9999원을 출자했다. 또 ‘천화동인 1~7호’를 같은 해(2015년) 6월 10일 설립해 등기까지 마쳤다”고 한다. 이후 천화동인은 SK증권 특금 신탁을 통해 민간 사업자에게 배당된 보통주 중 85.72%를 매입했다. 나머지 14.28%는 화천대유 몫이 됐다.
지난 14일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천화동인 투자자 즉 주주(株主) 6명은 화천대유 소유주인 모 경제신문 기자 출신 김모씨가 유치했다고 한다. 이들은 천화동인 2~7호의 소유주로, 천화동인 경영진은 김씨의 친구 및 대학 동문(同門) 등 특수관계자들이라고 한다. 천화동인 1호의 경우, 김씨가 소유한 화천대유가 지분 100%을 갖고 있는 사실상 ‘화천대유 관계사’로 알려졌다. 2021년 4월 22일 화천대유 연결감사보고서의 연결재무제표(주식회사 화천대유자산관리와 그 종속기업)에는 천화동인 1호에 대한 설명이 다음과 같이 나와 있다.
〈주식회사 천화동인 1호는 2015년 6월에 설립되어 부동산 개발 및 공급업 등을 영위하고 있으며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서판교로 164(판교동, 훼미리프라자)에 소재하고 있습니다. 보고기간 종료일 현재 천화동인 1호의 자본금은 보통주 자본금 104,650천 원이며, 주식회사 화천대유자산관리가 발행주식 100%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당기순이익 400억 원대’ 천화동인 1호 지분은 화천대유가 100% 갖고 있어
《조선펍》이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검색 결과, 천화동인 명칭으로 확인되는 법인은 1호와 7호뿐이었다. 7호는 감사보고서가 없었고, 1호 감사보고서는 2020년 12월 기준뿐이었다. 해당 보고서 확인 결과, 1호는 2019년과 2020년 매출액은 없었으나 당기순이익은 각각 약 446억6613만 원, 401억5348만 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논란을 분석하고 있는 김경율 회계사는 지난 16일 ‘CBS 라디오 –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지금 현재 밝혀야 될 부분은 7분, 천화동인 1호부터 7호까지의 실제적인 주인이 누구냐인 것”이라며 “1호는 K기자(화천대유 김씨)인 거고 2호부터 6호까지는 누구냐. 심지어는 (한 사람은) 800만 원 투자하고 100억 원을 가져갔다”며 “이분들 명단 성남도시개발공사, 성남시는 가지고 있어야 된다. 어떤 사업의 계속성, 지속 가능성을 검토하기 위해서는 주주들의 자금 동원력들을 검토해야 된다”고 말했다. 김 회계사는 “그 7명이 누구인지 밝혀나가는 게, 이 사태의 핵심을 밝혀내는 데 첫 발짝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공적 개발인 대장동 사업의) 수익은 사유화됐다. 그리고 그 사유화의 실체는 K기자와 6명이 이렇게 가져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의 말이다.

“이게 (배당금) 4000억뿐만 아니라 아파트 분양 단계에서 또 수천 억... 제 생각에 이거를 두 개(배당금과 분양수익) 합하면 자칫 1조 넘어 특정 개인들한테 넘어간 건데. 이것의 실체를 밝히는 게 중요하다. 그리고 이제 자꾸 검찰과 경찰에서 이미 수사가 끝났다 하는데 지금 K기자 플러스 6명에 대한 문제의식이 나온 것은 불과 1, 2주 이전입니다. 그것에 대한 수사가 있어 왔던 것은 제가 들어본 바 없고요. 사실 6명의 실체는 이제까지 어디에서도 이야기된 바가 없습니다. 천화동인 1호부터 7호까지 문제의식은 전혀 없었습니다. 그 실체도 최근에 밝혀진 거고요. 감히 말씀드리면 제가 그거를 공론화시켰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TV조선’ 또한 같은 날 9시 뉴스 보도에서 “대장동 특혜 의혹, 신분 가려진 신탁자 정체 규명이 ‘핵심’”이라는 내용의 기사를 내보냈다. ‘TV조선’은 해당 기사에서 “특혜 의혹의 당사자인 화천대유의 지분을 100% 가지고 있는 건 전직 언론인 김모씨다. 김씨가 만든 자회사가 천화동인 1호, 또 김씨가 모은 투자자 6명이 세운 회사가 천화동인 2호부터 7호”라며 “회사가 많이 등장하지만 사실상 하나의 공동체라고 이해하면 된다. 김경율 회계사는 SK증권을 통해 투자한 실제 주주들이 ‘천화동인’이란 회사에 은폐돼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신탁 방식으로 투자한 것이기 때문에 투자자의 신원은 알 수가 없다. 자연스럽게 신분이 드러나지 않는 방식으로 투자를 한 이유가 뭘까라는 의문이 생긴다”며 “결국 실제 투자자가 누구인지, 또 어떻게 그들이 투자에 참여하게 됐는지를 밝히는 게 이번 의혹을 규명하는 핵심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출자금, 배당금, 경영진과 그리고 株主... 드러나는 ‘천화동인’의 실체
그렇다면 ‘SK증권 특금 신탁’으로 수천억 원의 배당금을 가져간 천화동인 1~7호의 경영진(대표 및 사내이사 등)과 실제 주인, 즉 주주(소유주)는 누구일까. 그리고 각사(各社)는 3억 원을 출자해 최근 3년간 성남의뜰 배당금 3463억 원을 어떻게 나눠 가졌을까.
《조선펍》이 김경율 회계사의 페이스북 자료와 감사보고서, 17일 저녁 ‘KBS’와 ‘SBS’, 각종 매체를 비롯해 18일 조간(朝刊) 보도 내용 등을 종합·정리한 결과 아래와 같은 구조로 추정된다. 경영진의 경우, 천화동인 특성상 대표 및 사내이사가 자주 변동되므로 특정하지 못한 점 양지(諒知)해주시기 바란다.

※ 천화동인 관련 정보 추정(액수는 대략 기준)
[천화동인 1호] 출자금: 1억465만 원 / 배당금: 1208억 원 / 경영진: 현 대표이사 이모씨 / 주주: 화천대유(김씨)
[천화동인 2호] 출자금: 872만 원 / 배당금: 100억6600만 원 / 경영진: 설립 초기 대표 및 사내이사는 현 화천대유 대표와 관리 이사가 돌아가면서 겸직 / 주주: 김씨 부인(김씨 동거인?) 등
[천화동인 3호] 출자금: 872만 원 / 배당금: 100억6600만 원 / 경영진: 설립 초기 대표 및 사내이사는 현 화천대유 대표와 관리 이사가 돌아가면서 겸직 / 주주: 김씨 누나 등
[천화동인 4호] 출자금: 8721만 원 / 배당금: 1006억7900만 원 / 경영진: 현 사내이사 남모 변호사 / 주주: 남씨 등
[천화동인 5호] 출자금: 5581만 원 / 배당금: 644억3500만 원 / 경영진: 설립 초기 대표 및 사내이사는 현 화천대유 대표와 관리 이사가 돌아가면서 겸직 / 주주: 회계사 정모씨 등
[천화동인 6호] 출자금: 2442만 원 / 배당금: 281억9100만 원 / 경영진: 현 사내이사 조모 변호사 / 주주: 조씨 등
[천화동인 7호] 출자금: 1046만 원 / 배당금: 120억8135만 원 / 설립 초기 대표 및 사내이사는 현 화천대유 대표와 관리 이사가 돌아가면서 겸직 / 주주: 전직 언론인(김씨와 같은 매체 출신) 배모씨 등
18일 ‘TV조선’ 보도에 따르면, 이중 4호, 5호, 6호 주주로 있는 변호사와 회계사는 지난 2009년 대장동 민간 개발 추진을 주장했던 사업체 소속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사업체 명칭은 ‘판교프로젝트금융투자’로 대장지구 공영 개발이 추진되기 전 해당 지역 개발을 맡은 자산관리회사(PEV)인 것으로 전해졌다. 보도의 핵심 내용은 이렇다.
〈대장동 개발 사업에 투자해 4000억 원대 배당금을 받은 민간 투자자 가운데 일부가 과거 LH공사의 공공 개발을 반대하고, 민간 개발을 추진했던 인물들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저희 ‘TV조선’이 이번 주 민간 개발 로비에 연루된 변호사가 포함됐다고 보도했는데 2명의 실체가 더 드러난 겁니다. 이들은 특정투자신탁이란 방식으로 정체를 감춘 채 한 증권사를 통해 1억6000여만 원을 투자했고, 전체 배당금 4000억 원 가운데 1930억 원가량을 배당받았습니다.〉

이처럼 천화동인 실체에 대한 보도가 이어지자, 야당 등 일각에서는 천화동인 등장인물들이 화천대유 측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점을 들어 ‘사실상 민간 사업자인 화천대유 일파가 공영 개발 사업에서 막대한 개발 이익을 거둔 게 아니냐’면서 ‘화천대유와 당시 사업을 추진한 이재명 성남시장 측과의 연계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소위 ‘화천대유 게이트’ ‘화천대유는 누구 겁니까’라는 표현이 등장하게 된 것이다.
실제 윤창현 의원실은 《조선펍》에 제공한 자료에서 등기부등본상 천화동인 7개 법인이 모두 화천대유와 같은 주소를 쓰고 있다는 점(판교동 495 훼미리프라자)을 들어 천화동인의 실체에 의문을 던진 바 있다. 또한 상기(上記)한 추정 표에 기재된 바와 같이, 각사 설립 초기 대표와 사내이사를 현 화천대유 대표와 관리 이사가 돌아가면서 맡은 것을 들어 ‘화천대유와 천화동인’의 연관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화천대유 소유주 김씨 “다른 투자자들, 나와 인연 있어... 부동산 올라 수익 많아졌을 뿐”
이에 대해 화천대유 소유주 김씨는 17일 ‘SBS’에 “화천대유는 자신의 것”이라며 “(천화동인 등) 다른 투자자들은 자신과 인연이 있는 사람들”이라고 전했다. 논란이 된 고액 배당금과 관련해서는 “공영 개발 이전에 자신이 투자한 돈만 70억 원이 넘는다”며 “부동산 가격이 올라 수익이 많아진 것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특혜 의혹에 대해서는 “오히려 이재명 경기지사가 공영 개발을 추진해 민간의 이득을 빼앗아 간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 매체는 “이 지사는 의혹 일체를 부인하며 수사를 자처한 상황, 김 씨의 말이 사실인지, 그리고 이 투자자들의 역할은 뭔지 입장을 들어보려 했지만, 투자자 모두 연락이 닿지 않았다”며 “언론인 배씨는 김씨를 통해 화천대유 지분을 받았으며 회사에 부담이 될 수 있어 최근 사표를 제출했다고 해당 언론사가 밝혔다”고 보도했다.
김씨 측은 13일 《조선일보》 통화에서 “애초 투자자를 10~20명 모으려 했으나 여의치 않아 6명만 투자에 참여했다”며 “김씨를 포함해 7명이 ‘천화동인 1~7호’ 등 법인 7개를 하나씩 만들었다”고 전했다. 《조선일보》는 “천화동인 1호는 김씨가 지분 100%를 보유한 화천대유 자회사고, 나머지 2~7호는 개인 투자자 6명이 하나씩 소유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김씨는 천화동인 1~7호에 친동생과 부동산 전문 변호사 자격을 가진 친구를 법인 등기 이사로 임명해 회사를 관리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관련 의혹을 받고 있는 이재명 지사 또한 16일 페이스북에 ‘대장동 수사를 공개의뢰합니다’라는 제하의 글을 올려 연루 의혹을 전면 반박했다. 이 지사는 “당초 대장동은 LH가 공영 개발하기로 되어 있던 것을 국민의힘(당시 새누리당) 국회의원이 압박하며 결국 민영 개발로 바뀌었었다. 그 과정에서 부동산 개발 업자의 로비가 있음이 밝혀지고 관계자들은 구속됐다”며 “제가 성남시장 취임 후 이를 공영 개발로 전환했고 ‘불로소득은 시민에게’라는 원칙에 따라 사업을 추진했다. 지분 선확보를 통해 추산액 4583억 원 규모의 이익을 얻었고, 이에 따른 사업 비용, 손해, 위험은 모두 사업자의 부담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지사는 “또한 개발을 하다보니 당초 예상보다 사업자의 이익이 크다고 판단해 추산액 920억 원 규모의 부담을 더 지도록 인가 조건을 변경했다. 당연히 사업자는 반발했지만 시민의 이익을 위해 끝내 추가 부담을 확정했다”며 “무죄 판결을 받은 대장동 개발 이익 환수 허위 사실 공표 재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사업자 이○○ 화천대유 대표는 당시 추가 부담 압박에 대해 ‘공산당’식이었다고 비난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이재명 지사 “목표는 ‘시민 몫의 사업 이익’ 우선 확보... 행정의 ‘모범 사례’일 뿐”
이 지사는 “당시 목표는 시민 몫의 사업 이익 우선 확보였다. 사업자의 손해나 이익, 지분 배당은 사업자가 알아서 할 일이고, 알 방법도 없다”며 “제가 금전적 이익을 볼 목적이었다면, 사업자에게 ‘공산당’ 소리 들어가며 추가로 920억 원을 부담시킬 이유가 없다. 즉, 아무런 문제가 없고, 오히려 행정의 ‘모범 사례’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의 말이다.
“대장동 공영 개발에 대한 수사를 공개 의뢰합니다. 제기되고 있는 모든 왜곡과 조작을 하나부터 열까지 샅샅이 수사해주십시오. 모든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수사 결과에 따라 책임질 일이 있다면 책임지겠습니다. 그러나, 명심해야할 것입니다. 책임져야 할 사람은 저뿐만은 아닙니다. 수사 결과에 따라 어떤 의혹도 발견되지 않는다면, 이 문제를 제기한 모든 주체들에게 책임을 물을 것입니다. 죄 없는 이를 무고한 죄, 무엇보다 민주주의를 유린하고 국민의 판단을 현혹한 죄를 철저히 물어 그에 합당한 대가를 치르게 할 것입니다. 수사 과정에서 이루어질 수많은 억측과 정략적 공격, 정보의 의도적 노출과 왜곡에 대한 우려가 있습니다. 그러나, 결국 거짓은 진실을 이길 수 없다는 역사의 교훈을 믿습니다. 당장 수사를 시작해 주십시오.”

주주는 虛像? 장막에 가려진 實勢 있나?
그렇다면 기존에 보도된 바와 같이, 천화동인의 주주는 곧 실제 배당금을 가져간 ‘실소유주’일까? 해당 사건을 추적하고 있는 정치권 핵심 관계자는 《조선펍》에 “소유주와 실소유주는 또 다를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주주 명단에 올라 있다고 해서, 그 사람들이 배당금 및 개발 이익을 얻은 ‘실제 수혜자’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종합하면, SK증권이라는 외피 아래 천화동인 7개사가 있고, 각사 대표 등 경영진 뒤에는 다시 주주가 있으며, 또 이름뿐인 주주들 뒤에 ‘진짜 주주’ 실소유주가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아직도 밝혀지지 않고 있는, 수천억 원대 대장동 사업 이익을 본 ‘진짜 투자자’들은 과연 누구일까? (4탄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