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장동 논란’에는 정치·법조계 유력 인사들의 이름이 등장한다. 소규모 지분으로 막대한 개발 이익을 얻어 특혜 의혹이 불거지고 있는 민간 사업체 ‘화천대유’ ‘천화동인’과 주로 관련돼 있다.
박근혜 정부 ‘최순실 사건’ 수사를 지휘한 박영수 전 특별검사는 화천대유가 설립된 2015년부터 2016년 특검 임명 전까지 고문 변호사로 활동했다. 박 전 특검의 딸도 2016년부터 이달 초까지 화천대유에서 보상 업무를 담당했다고 한다. 박 전 특검이 속했던 모 법무법인의 일부 변호사들은 천화동인 경영진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외환은행 부행장을 지낸 이현주 KTB투자증권 사외이사도 2017년부터 작년 3월까지 화천대유에서 상임고문으로 활동했다. 화천대유 대표 이모씨는 지난 14일 《주간조선》에 “박영수 전 특검에겐 법률 자문을 구한 것으로 특검 시작 전에 그만뒀고 이상할 것도 없다. 이현주 전 부행장은 은행에 오래 계셨기 때문에 금융 쪽으로 자문 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찬우 전 수원지검장도 작년까지 화천대유 자문 변호사로 일했다. 약 2년 동안 재직한 뒤 작년 말 물러났다. 강 전 지검장은 이재명 경기지사가 ‘친형 강제 입원 사건’ 등 관련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2018년 성남지청에서 수사를 받을 당시 이 지사의 변호인으로 활동했다. 이 지사 측은 언론에 강 전 지검장은 이 지사 1심 변호인으로 잠시 이름만 올렸을 뿐 관계가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권순일 전 대법관도 작년 11월 화천대유 고문을 맡았다. 같은 해 10월 중앙선거관리위원장직에서 퇴임한 뒤 한 달 만에 화천대유로 자리를 옮긴 것이다. 권 전 대법관은 작년 7월 이재명 지사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에서 무죄 취지 의견을 낸 인물이다. 최선임 대법관이었던 그는 당시 5대 5로 의견이 갈린 재판에서 무죄 의견을 더했고, 이어 김명수 대법원장이 다수 의견에 서면서 ‘7대 5’ 무죄 취지로 사건은 파기환송됐다.
한편 지난 18일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당시 재판 자료에 화천대유와 성남시의 계약 관계 등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신문은 “지난해 7월 대법원 전합은 이 지사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서 쟁점 중 하나로 이 지사의 ‘대장동 개발 업적 과장’ 의혹을 심리했다. 앞서 검찰은 2018년 5월 지방선거 기간 동안 이 지사가 대장동 개발 사업과 관련해 ‘성남시가 개발이익금 5503억 원을 고스란히 시민의 몫으로 환수했다’는 내용의 선거공보물을 배포한 것을 허위사실 공표로 보고,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권 전 대법관은 신문에 “그 회사와 관련된 최근 언론 보도에 대해서는 내용을 전혀 알지 못한다”며 “(이 지사와 관련이 있는지) 모르는 사실이고 알았다면 고문을 수락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전했다. 권 전 대법관은 지난 16일 발표한 입장문에서 “모든 공직을 마치고 쉬고 있는 중에 법조기자단 대표로 친분이 있던 김씨(화천대유 소유주)로부터 회사 고문으로 위촉하겠다는 제안이 와서 공직자윤리법이나 김영란법 등에 문제가 없는지 확인한 후에 받아들였다”며 “그 회사와 관련된 최근 언론 보도에 대해서는 해당 내용을 전혀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권 전 대법관은 다음날인 지난 17일 화천대유에 사의를 통보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태균 전 부산지법 부장판사는 지난 18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법리를 바꾸면서 ‘예상 밖의 판결’을 하게 되는 순간이고 이재명이라는 거물 정치인의 정치 생명이 걸린 일이었다”며 “이런 상황에서 단지 내(권 전 대법관)가 주심이 아니라서 대강 요약보고서만 봤고 그래서 내가 ‘대장동’이든 ‘화천대유’든 모른다고 말하는 것이 납득이 되나. 잘 믿기지 않는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화천대유 논란에는 야권 인사들의 이름도 거론됐다. 최근 5선 의원을 지낸 원유철 전 미래한국당 대표가 대표직에서 사퇴한 직후인 작년 6월부터 화천대유 고문으로 재직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원 전 대표는 지난 7월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1년 6개월 실형이 확정돼 수감 중이다. 박근혜 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낸 곽상도 국민의힘 의원 아들이 수년간 화천대유 직원으로 근무한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곽 의원 아들은 2015년 6월 화천대유에 입사한 뒤 2021년 3월 퇴사했다. 곽 의원 측은 입장문에서 “입사해서 겨우 (평균) 250만 원 월급 받은 제 아들은 (일반적인) 회사 직원일 뿐”이라며 “화천대유의 대장동 개발 사업은 저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해명했다. (5탄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