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낙연 전 총리(오른쪽)와 이재명 경기지사. 사진=조선일보DB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호남 경선이 3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이재명 경기지사와 이낙연 전 대표 측이 '수박'이라는 표현을 두고 공방을 벌였다. '화천대유' 설전에 이어 '수박' 논란으로 '명낙대전'이 격화하고 있다.

이 지사는 지난 21일 페이스북 글을 통해 성남시장 시절 추진한 대장동 개발 사업 의혹을 반박하며 "저에게 공영 개발 포기하라고 넌지시 압력 가하던 우리 안의 수박 기득권자들"이라고 썼다. 해당 글에는 "수박은 일베(온라인 커뮤니티 이름) 용어", "호남 비하 발언"이라는 비난 댓글이 여럿 달렸다.

이에 이낙연 캠프 대변인인 이병훈 의원은 22일 논평을 내고 "사실관계도 맞지 않고 민주당 후보가 해선 안 될 혐오 표현"이라며 "(수박은) 호남을 비하하고 차별하기 위해 만든 일베의 언어"라고 했다. 이어 "이것은 정치의 문제가 아니다. 인간에 대한 예의의 문제고 민주당의 정체성과 연결된 문제"라고 했다. 

이 전 대표 측의 반발은 '수박'이 일베(일간베스트저장소) 등 특정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호남을 비하하는 용어라고 보기 때문이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진압군에 의해 머리에 총탄을 맞고 숨진 시민들을 일베 사용자들이 '수박'이라고 비하했다는 게 이 전 대표 측 설명이다. 

이 전 대표도 22일 연합뉴스TV에 출연해 "호남 비하 언어라고 지적되고 있다”며 “(이 지사는) 그게 아니라고 하는데 그럴 땐 받는 사람이 어떻게 느끼는가를 중심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호남인들이 싫어하는 말이라면 일부러 쓰지 않는 게 도리라고 생각해 쓰지 말아 달라고 했는데 굳이 썼다"며 "감수성의 결핍 아닌가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논란이 확산하자 이 지사는 이날 오후 서울 동작소방서를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겉과 속이 다르다는 일상 용어를 그렇게까지 해석하며 공격할 필요가 있나"라며 "문맥 보면 다 아는데 그걸 똑 떼어서 다른 의미인 것처럼 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대응했다. 

그는 이날 발표한 호남 특별기자회견문에서는 대장동 의혹을 '가짜 뉴스'라면서 "저 이재명도 언론의 가짜 뉴스에 속아 5·18을 폭도로 오인하고 억울한 피해자를 2차 가해했다"고 말했다. 이어 "5·18의 진실을 알게 되면서 수치심과 죄책감 때문에 개인적 영달을 꿈꾸던 저도 180도 인생을 바꾸었다"고 했다. 

이 지사 측 박찬대 수석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수박이라는 표현이 호남 관련성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고 계시는 분들이 없더라"라며 "왜 자꾸 호남 비하로 연결하는지, 이건 셀프 디스 아닌가 생각한다"고 했다.

이낙연 캠프도 정례 브리핑에서 다시 '수박' 발언을 비판했다. 이병훈 의원은 "대통령 예비 후보가 이런 (수박) 표현을 쓴 것에 놀랐다"며 "이것은 호남인의 자존심, 5·18 희생 영령에 대한 모독"이라고 말했다. 김종민 의원도 "본인들이 무슨 뜻으로 했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호남 시민들을 비하하는 용어로 쓰인다면 안 쓰면 된다"며 "조금 각성을 해야 된다. 이런 용어를 계속 써야겠나"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