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채널A 캡처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이 정국을 강타하고 있는 가운데 핵심 인물로 꼽히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이하 성남도공) 기획본부장(사장 직무 대리)이 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당직판사 이동희)은 3일 밤 9시경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유 전 본부장 측은 “방어권 보장을 위해 불구속 수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수용하지 않았다. 검찰 압수수색 당시 유 전 본부장이 휴대폰을 집 밖으로 던지는 등 여러 상황을 고려해 법원이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인정한 것으로 관측된다.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차장검사)은 앞서 유 전 본부장에게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의 배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의 뇌물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영장 발부 직후 유 전 본부장은 지난 1일 체포된 뒤 유치돼 있던 서울구치소에 구속 수감됐다.

유 전 본부장이 받고 있는 혐의는 수뢰(收賂)와 배임이다. 《조선일보》 등 조간(朝刊) 보도에 따르면, 유 전 본부장은 지난 1월 대장동 개발 사업에 참여한 자산관리업체 화천대유자산관리(이하 화천대유)의 실소유주인 김만배 전 《머니투데이》 부국장으로부터 5억 원을, 2013년 위례신도시 개발 사업자인 정모씨로부터 3억 원을 받은 혐의가 적용됐다. 또한 유 전 본부장이 2015년 성남도공 내부 실무진의 반대에도 개발 시행사 컨소시엄인 특수목적법인 ‘성남의뜰’ 주주(株主) 협약서에 ‘민간 초과 이익 환수’ 조항을 넣지 않고 대장동 사업을 추진해 공사 측에 수천억 원대의 손해를 끼친 혐의도 적용됐다. 성남도공에 개발 이익 수령 한도가 있는 ‘우선주’를 갖게 하고, 화천대유와 SK증권의 특정금전신탁 형태로 참여한 천화동인 1~7호에는 한도가 없는 ‘보통주’를 받게 해 ‘민간 사업체가 막대한 개발 이익을 가져가게끔’ 수익 배분 구조를 설계한 것이 배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이밖에 천화동인 5호 소유주인 정영학 회계사가 검찰에 제출한 녹취 파일 등 대장동 사업 관련 증거 자료에는 유 전 본부장의 이른바 ‘700억 약정설’ 정황이 담겨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 전 본부장이 화천대유 등 민간 사업체들이 거둔 개발 이익 중 25%인 700억 원을 달라고 요구했고, 이중 5억 원을 먼저 화천대유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것이다. 유 전 본부장이 거액을 원활하게 넘겨받기 위해 자금 세탁용으로 별도의 법인을 설립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또한 유 전 본부장이 화천대유의 자회사 격인 천화동인 1호의 실소유주라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유 전 본부장은 2일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서 700억 약정설 등 제기된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유 전 본부장 측 김국일 변호사는 구속영장 발부 전 취재진에 700억 약정설은 “농담처럼 이야기한 것이 녹취된 것”이라며 “실제로 약속한 적도 없고 받은 적도 없다”고 말했다.

유 전 본부장은 현 여권의 대선주자 이재명 경기지사의 측근으로 꼽혀 삼국지(三國志) 속 맹장(猛將)인 장비, ‘이재명의 장비’로까지 불린 인물이다. 과거 정보통신업체와 건축사무소 등에서 일했던 유 전 본부장은 2008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의 모 아파트단지 리모델링 조합장을 지내며 당시 변호사였던 이 지사와 알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2009년에는 수도권 1기 신도시 리모델링 추진연합회 회장으로 활동했고, 이 지사가 2010년 성남시장에 출마했을 당시 조합장 신분으로 지지에 나섰다. 이 지사가 시장에 취임하자 인수위 도시건설분과 간사를 거쳐 성남도공의 전신(前身)인 성남시설관리공단 기획본부장에 임명됐다. 2013년 성남도공 설립을 주도한 유 전 본부장은 이 지사가 성남시장 재선에 성공하자 성남도공 기획본부장을 맡았다. 2015년에는 성남도공 사장 직무 대리로 대장동 사업을 이끌었다. 2018년에는 대장동 개발 등의 공로로 행정안전부 장관 표창을 받기도 했다. 유 전 본부장은 그해 이 지사가 경기지사에 당선되자 경기관광공사 사장을 지냈고, 작년 12월 임기 9개월을 앞두고 물러났다. 

《월간조선》 ‘TV조선’ 보도에 따르면, 유 전 본부장은 평소 주변에 이 지사가 차기 대통령이 되면 ‘누구는 장관직에 어울리고, 자신이 미리 면접을 보겠다’ ‘국정원 기획실장을 맡아서 조직을 확 뒤집어놓겠다’는 등 이른바 ‘실세 행세’를 하겠다는 식의 호언(豪言)을 했다고 한다. 실제 그의 위세를 믿고 줄을 대려는 사람들도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유 전 본부장과 이 지사는 서로 “측근이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유 전 본부장은 《미디어오늘》 인터뷰에서 ‘이 지사 캠프에 합류했었나’라는 기자의 질문에 “캠프 주변 폐쇄회로(CC)TV나 내 통화기록을 찾아보면 이재명 캠프 근처 어디에도 잡히지 않을 것이다. 가본 적도 없다”며 “언론에서 측근을 만들어줬다. 예산도 못 따는 측근이 어디 있나 모르겠다”고 답했다. 이 지사는 3일 경기도 출입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유 전 본부장이 측근이라면 “비서실에서 지근거리에서 보좌를 하든지 그래야 하는 것 아닌가. 측근이냐, 아니냐는 더티한(지저분한) 논쟁”이라며 “사전에 나온 개념도 아니고, 측근 그룹은 아니다. 거기에 못 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