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가 10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SK올림픽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선출을 위한 서울 합동연설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조선일보DB

10일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최종 후보’ 자리를 이재명 경기지사에게 넘겨준 2위 이낙연 전 대표 측의 ‘경선 불복’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경선 결과 발표 직후 ‘승복 여부’를 묻는 취재진 질문에 아무 답도 하지 않은 채 지지자들을 향해 “저의 마음은 정리되는 대로 말할 것이다. 차분한 마음으로 책임이 있는 마음으로 기다려 주길 바란다”며 “오늘은 여기서 여러분과 헤어진다. 끝까지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 측은 이 지사의 최종 득표율이 과반을 간신히 달성한 50.29%가 아닌 49.32%라고 주장한다. 중도 사퇴한 정세균 전 총리(2만3731표)와 김두관 의원(4411표) 득표를 무효가 아닌 ‘유효 처리’하게 될 경우, 총 투표 수 자체가 늘어남에 따라 이 지사의 득표율이 깎이게 된다는 계산이다. 따라서 이 지사가 과반을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에 다시 ‘결선투표’를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 

이 같은 주장의 배경에는 3차 선거인단 투표에서 이 지사를 압도한 이 전 대표 측의 자신감이 깔려있다. 이 전 대표는 일반 국민 및 당원들이 참여하는 3차 선거인단 투표에서 62.37%를 차지, 28.3%에 그친 이 지사와 더블 스코어가 넘는 격차를 보였다. 이 지사가 낙승(樂勝)을 하지 못하고 가까스로 과반을 충족해 결선투표 없이 겨우 선출된 것도 이 때문이다.

《조선일보》는 11일 관계기사에서 “정치권에선 ‘이 후보(이재명 지사)가 성남시장 시절 추진한 대장동 쇼크가 뒤늦게 반영된 결과’라는 말이 나왔다. ‘수퍼위크’는 일반 당원과 국민이 사전에 신청만 하면 누구나 선거인단으로 참여할 수 있다”며 “권리당원과 대의원이 참여하는 지역 순회 경선이 ‘당심’을 반영한다면 수퍼위크는 ‘민심’에 보다 가깝다. 대장동 게이트로 민심이 크게 흔들렸다는 방증”이라고 보도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조선일보》에 “1·2차 수퍼위크에선 대장동 이슈가 투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지 않았지만, 3차는 달랐다”며 “선거 기간이 조금만 더 길었다면 경선 결과가 달라졌을 수 있다”고 전했다.

홍영표 이낙연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 기자회견에서 “10일 민주당 선관위와 지도부의 경선 결과 발표는 명백히 당헌·당규에 위배된다. 특별당규에 대한 지도부 판단에 착오가 있었다”며 “당헌·당규를 오독(誤讀)해서 잘못 적용하면 선거의 정통성이 근본적으로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홍 위원장은 특별당규 조항을 들어 “9월 13일 이전에 정(세균) 후보에게 투표한 2만3731표와 9월 27일 이전에 김(두관) 후보에게 투표한 4411표는 사퇴하지 않은 후보에게 투표한 것이므로 당연히 유효 투표”라며 “이들이 얻은 표는 이미 순회 경선에서 선관위가 개표 결과를 발표할 때 유효 투표로 공표한 것이며, 이후 무효라고 별도 공표나 의결도 없었다. 당연히 어제 최종 결과 발표 때 ‘단순 합산’에 포함하는 것이 당헌·당규에 맞다”고 주장했다. 

홍 위원장은 “선관위원장이 개표 결과를 공표한 순간 유효 투표로 확정되는 것이어서 후보자가 사퇴했다고 소급해서 무효로 할 수는 없다”며 “잘못된 무효표 처리를 바로 잡아야 한다. 이재명 후보의 득표율은 49.32%로 과반에 미달해 결선투표를 반드시 진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종민 이낙연 캠프 정치개혁비전위원장은 “지금 송영길 대표나 당 최고위원 일부는 당헌 당규상 이론의 여지가 없다고 확신하는데 그것은 착오다. 송 대표 주장대로 무효가 되려면 ‘사퇴한 때에는 사퇴한 후보자의 모든 투표는 무효가 돼야 한다’는 규정이 있어야 한다”며 “선관위는 이미 유효 투표라고 당시에 발표했는데 나중에 갑자기 두 후보의 유효표를 빼버렸다. 의도했다면 부정선거이고 의도하지 않았다면 실수이자 착오다”라고 강조했다. 박광온 이낙연 캠프 총괄본부장은 “경선 불복을 운운하는데, 이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축구, 야구 경기에서 심판 판정에 문제가 생기면 영상판독장치로 다시 판독한다”며 “이의를 신청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의를 신청했다고 경기 불복이라고 이야기하느냐”고 반발했다.

반면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같은 날 이 지사와 대전현충원을 방문한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 당은 어제 이재명 후보를 20대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확정 발표했고, 제가 추천서를 전달했다. 대한민국이 헌법에 따라 운영되는 것처럼 대한민국 집권여당 민주당은 당헌 당규에 따라 운영된다”고 사실상 이 전 대표 측의 이의 제기를 일축했다. 송 대표는 ‘이의 제기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받아들여도 되느냐’는 질문에 “그렇게 표현하기보다는, 저희는 어제 이재명 후보를 20대 대통령 후보자로 선포했고, 추천장을 공식적으로 수여했다는 말씀을 드리겠다”며 “여러 이의 제기된 것들은 선관위나 당 기구의 공식 절차를 통해 처리할 것”이라고 답했다.

송 대표와 동행한 이 지사는 이 전 대표 측 이의 제기와 관련한 입장을 묻는 취재진에 “상식과 원칙, 그리고 당헌 당규에 따라 당에서 잘 처리할 것으로 믿는다”며 ‘원팀 구축’에 대해서는 “국민과 당원이 길을 제시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박주민 이재명 캠프 총괄본부장은 ‘KBS 라디오 – 최경영의 최강시사’ 인터뷰에서 “사실 어제 청와대에서도 입장이 나왔지만 경선 과정이 원만하게 진행된 부분에 대해서 특별히 언급을 하고 있다. 절차와 과정을 봐서도 어떤 절차에 위배됐다든지 하는 게 없었다”며 “지금의 이 결과에 대해서 이낙연 후보 측이 좀 승복을 해주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라고 밝혔다.

무효표 논란에 관련된 정세균 전 총리, 김두관 의원은 이 전 대표 측 이의 제기에 ‘원칙을 지키라’고 조언하며 사실상 이 지사 편을 들었다. 정 전 총리는 이날 페이스북에 “경선이 끝나고 본선이 시작됐다. 이재명 후보에게 축하를, 다른 후보들께는 격려와 깊은 위로를 보낸다”며 “원칙을 지키는 일이 승리의 시작”이라고 썼다. 김 의원은 “승리를 축하하고 패자를 격려하는 민주당의 잔치가 되어야 할 축제의 자리가 이상하게 변질되고 있다”며 “경선 도중 사퇴한 당사자로서 이 문제가 이의 제기의 핵심으로 등장하고 있어 좌불안석(坐不安席)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리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민주당은 이미 특별당규에서 사퇴한 후보의 득표는 무효로 처리하기로 합의된 룰을 가지고 있었다. 경선을 마치고 나서 그 룰 자체를 문제 삼고자 하는 일은 오로지 민주당의 분란을 낳는 일”이라며 “우리가 정한 룰대로 계산했을 때 이재명 후보가 최종 승자로 정해졌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다. 이 원칙을 훼손하려는 어떤 세력도 민주당의 역사에 큰 죄를 짓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