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7년 6월 29일 '6·29 선언'을 환영하는 의미에서 '1일 차 값 무료'를 선언한 가화 커피숍. 사진=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오픈 아카이브

국제 사회에서 한국 민주주의의 위치와 민주주의 원조를 위한 과제에 관해 밝힌 자료가 나왔다. 동아시아연구원(EAI)이 지난 13일 발행한 '한국 민주주의 지원 경험의 글로벌 서사로서의 함의' 이슈브리핑 보고서.

김태균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보고서에서 "국제사회는 한국이 이룬 경제적 기적 못지않게 민주화 기적에도 주목한다"며 "많은 개발도상국가들은 민주화 과정과 민주주의 제도의 안착에 대한 한국의 경험을 공유해 자국의 민주화와 제도 개선에 도움을 받고자 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전 세계 국가들 중에 상대적으로 단기간 내에 정치 발전과 민주주의 측면에서 개도국에서 선진국으로 전환한 사례는 한국이 유일할 것"이라며 "이런 이유로 국제 사회는 선진국과 개도국 그룹 사이에 중재자 역할을 한국에게 주문하고 있으며, 개도국들도 정치 체제 개혁을 견인할 수 있는 노하우를 한국으로부터 배우려고 요청하고 있다" 말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민주주의 원조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을 중심으로 동맹국과 우방국의 정치 제도를 민주주의로 전환시키려는 해외 원조 정책의 하나로 자리 잡았다. 

한국은 민주주의 원조에 있어 수원국에서 공여국으로 전환, 개도국에서 선진국으로 전환, 그리고 권위주의에서 민주주의로 전환을 짧은 기간 내에 경험하면서 이러한 제도 정비와 관련된 지식 공유와 연수 사업 등 개발 협력 콘텐츠에 강점을 보여 왔다. 

실제로 지금까지의 한국이 기여한 민주주의 원조 범주에 해당하는 콘텐츠는 대부분 도구적인 제도 정비와 개선, 그리고 이를 유지·관리할 수 있는 역량 강화에 집중해 왔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한국의 민주주의 원조는 공적개발원조(ODA) 주무 기관인 한국국제협력단(KOICA) 중심으로 이뤄져 왔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한국행정연구원, 사법연수원, 지방자치단체 등도 역할을 해왔다.

KOICA의 ODA 사업 중 민주주의 원조에 해당하는 평화·거버넌스 분야에 대한 4개년(2016-2019) 지원 규모는 2016년 996억 원, 2017년 1017억 원, 2018년 1237억 원, 2019년 1274억 원으로 매년 증가해왔다. 

이는 협력국으로부터의 지속적인 사업 수요가 발생함을 의미하고, 개인의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삶의 보장을 위해 평화·거버넌스 부문이 갖는 중요성 또한 높음을 알 수 있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끝으로 김태균 교수는 한국 민주주의 원조의 한계와 대응 전략에 관해 정리하며 "한국의 민주주의 원조 경험이 갖는 글로벌 서사로서의 함의가 거시적 수준에서 한국 민주주의가 지향하는 바에 중요한 방향타를 제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현재의 동아시아는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강대국의 현실주의적 국익 중심의 정치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으며, 북핵 문제, 영토 문제, 과거사 문제 등으로 평화와 민주적 거버넌스에 대한 논의가 자국의 국익 보호로 쉽게 상쇄된다"며 " 한국은 민주적 거버넌스의 역사적 경험을 토대로 '동아시아의 북유럽'의 역할을 도모할 때가 됐으며, 동아시아 평화와 민주주의 상징으로 한국이 인정을 받을 수 있도록 민주주의 원조를 소프트파워의 자산으로 활용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