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양철학자인 최진석 서강대 철학과 명예교수가 현 정권의 외교 노선에 대해 역사적 사례를 들어 비판했다.
최 교수는 20일 《한국경제》 인터뷰에서 “오늘날 대한민국 지도층도 (과거 조선시대처럼) 명분과 이념에 갇혀 있어 현실을 읽지 못하고 있다. 주자학(朱子學) 이념에 사로잡혀 명청(明淸) 교체기에 현실을 외면한 사대부와 현재 정부의 모습이 똑같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한국 지도층의 가장 큰 문제’로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지 않고 보고 싶은 대로, 혹은 봐야 하는 대로만 본다는 점”을 꼽으며 “모든 실책이나 실패는 현실을 제대로 읽어내지 못하는 데에서 비롯한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한국 지도층의 현실 오판(誤判)이 “외교 문제에서 자주 발생한다. 한국은 지정학적(地政學的)으로 항상 여러 패권 사이에 끼어 있었다”며 “그 패권들 사이에서 잘못된 판단을 많이 했다. 임진왜란 직전 일본에 파견된 조선통신사 황윤길과 김성일이 같은 모습을 보고 정반대로 보고하는 바람에 조선이 제때 전쟁을 준비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명청 교체기에 주자학이란 이념에 갇혀 명을 따르다가 청에 의해 국토가 유린된 경험도 마찬가지”라며 “미국과 중국을 대하는 (오늘날) 한국의 모습을 보면 명청 교체기 조선과 별반 다르지 않다. 현 집권세력은 미국과 중국 사이의 현실적인 국력 차이는 고려하지 않고 이념적 지향성에 의해 친중(親中) 노선을 따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경제력으로 보나 군사력으로 보나 자유의 수준으로 보나 중국은 아직 미국에 훨씬 뒤처져 있다. 이성적으로 보면 어디가 강국(强國)인지 명확한데도, 우리는 민족주의, 사회주의, 북한과의 동포주의와 같은 이념에 의해 친중 노선을 타고 있다”며 “이렇게 현실보다 이념에 따라 외교 관계를 가져간다는 점에서 오늘날 한국과 명청 교체기의 조선이 같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최 교수는 “우리는 그동안 남들이 생각한 결과를 받아들이는 데 급급했다. 특히 진영논리에 갇혀 스스로 생각하기를 거부했다”며 “진영에 갇히면 생각할 필요가 없다. 국민 모두가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것이 오늘날 대한민국의 시대적 과제”라고 진단했다.
최 교수는 “국가 레벨의 사유라는 것은 이성적 사유다. 국가는 실체적인 조직이고 법률에 의해 작동되기 때문”이라며 “반면 민족은 감정적인, 상상의 공동체다. 한국 정부는 국가보다 민족을 우선시하려고 하니, 국가 레벨의 이성적 사유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이번 정부 주중대사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신임장을 받는 자리에서 방명록에 ‘만절필동(萬折必東)’이라고 썼다. 이 말에는 제후국 조선이 천자국 명나라를 받들어 모시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며 “이처럼 독립의 정신을 선택적으로 사용하면서 어떻게 제대로 된 친일 청산을 할 수 있겠나”라고 질타하기도 했다.
최 교수는 국가 지도자가 “대한민국의 국익(國益)을 위해 움직인다는 입장을 분명히 해야 한다”며 “생각하는 능력이 거세된 이들에겐 국익보다 중요한 것이 이념과 진영이다. 국익이라는 기준 아래 대한민국을 독립적으로 우뚝 세우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