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연합뉴스TV 캡처

최근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해 난민(難民)이 속출하는 가운데, 국제사회가 ‘난민 문제’를 어떻게 대해야 할 것인지를 논한 소논문(小論文)이 눈길을 끌고 있다. ㈔한국정치학회(KPSA)가 지난달 30일 발간한 《한국정치학회소식》 제45권 제3호에 실린 이병하 서울시립대 국제관계학과 교수의 〈아프가니스탄 사태로 인한 난민 위기의 가능성과 국제난민레짐의 변화〉가 바로 그것이다.

이 교수는 해당 논문에서 “현재 아프가니스탄 사태로 인한 난민 위기에 대한 전망은 다소 엇갈린다. 향후 약 100만 명 이상의 강제 이주민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하는 전문가가 있는 반면, 독일 내무부 장관은 약 500만 명이 아프가니스탄을 떠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며 “그러나 현재 여러 상황을 고려할 때 난민 위기가 아프가니스탄 인근 지역은 물론 유럽에까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된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아프가니스탄을 탈출한 강제 이주민들이 궁극적으로 피난처를 구하고 싶은 곳은 유럽일 것이다. 하지만 시리아 난민 위기로 인해 홍역을 치른 유럽은 아프가니스탄 주변국들에 경제적 지원을 제공함으로써 아프가니스탄 강제 이주민들을 제3국에 재정착시킬 계획이지, 직접적으로 이들을 수용할 생각이 별로 없다”며 “오스트리아, 폴란드, 스위스 등은 이미 이들을 수용하지 않겠다고 했고, 독일과 프랑스는 구체적인 수용 인원을 밝히고 있지 않다. 물리적 장벽 및 경제적 비용 그리고 좁아진 선택지 등을 감안하면 아프가니스탄인들이 국경을 넘어 피난처를 찾을 수 있는 가능성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현재까지 아프가니스탄에서 육로를 통해 주변국으로 이동하는 경로는 합법적인 여행 서류와 비자를 갖춘 경우를 제외하고는 거의 제한되어 있고, 예년 수준 이상의 비호 신청자 증가도 보고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대규모 난민 위기로 비화될 수 있는 불씨는 존재한다”며 “대규모 난민 위기의 여부는 아프가니스탄을 재장악한 탈레반 세력이 인권, 여성의 교육권 및 노동권 등을 존중하면서 변화된 모습을 보여달라는 국제사회의 요구에 얼마나 부응할지 그리고 국제사회가 탈레반 세력의 변화를 얼마나 추동할 수 있을지에 달려 있다”고 지적했다. 이하 논문 중 핵심 내용을 발췌해 정리·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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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학회지 캡처

〈2021년 아프가니스탄 사태는 다시 한번 국제정치에서 난민 문제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있다. 특히 시리아 난민 위기 이후 국제사회는 국제난민레짐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난민 글로벌 컴팩트(GCR)’를 출범시킨 바 있다. GCR은 난민 수용국의 부담 완화, 난민의 자립 지원, 난민의 제3국 정착 기회 확대, 난민의 안전하고 자발적인 귀환 지원이라는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GCR은 국제사회의 책임 분담 메커니즘을 강화하고, 난민 문제를 국제개발협력과 연계시킴으로써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 협력을 위한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사태에 따른 강제 이주 그리고 인도주의적 위기 상황은 변화한 국제난민레짐이 선진국과 후진국 간 책임의 불균형이라는 한계를 극복하고, 실효성 있는 난민 보호를 실행할 수 있을지를 가늠해보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전 세계 난민 중 장기화된 난민 상황에 처한 비율은 2012년 61%였다가 2015년 41.5%까지 감소하였으나, 2016년 다시 67.4%로 증가하였고, 2019년에는 전 세계 난민 77%에 달하는 1570만 명이 장기화된 난민 상황에 놓여 있다. 현재까지 아프가니스탄 사태에 따른 난민 문제와 인도주의적 위기 상황에 난민 글로벌 컴팩트가 어떻게 기능할 것인지 예측하기는 어렵다. 탈레반 정권의 변화 여부에 따라 국제사회의 대응이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적어도 책임 분담 메커니즘의 한계를 극복하고, 인도주의-개발 연계에 기반을 둔 대안적 접근을 모색하는 국제사회의 노력이 가시화되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역사적으로 난민은 냉정 시기 체제 경쟁의 상징이기도 했고, 테러리즘에 동원되거나 전염병을 확산시켜 수용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존재이기도 했다. 난민 이슈는 박해와 분쟁으로부터 어떻게 하면 난민의 생존을 보장하고, 이들의 권리를 증진시킬 수 있는가에 있기 때문에 한편으로는 인권의 문제이다. 하지만 난민 수용국은 강제적으로 국경을 넘어 자신들의 영토 안으로 들어온 사람들을 주권의 논리로 거부할 수도 있다. 이런 이유에서 난민 이슈는 인권 이상의 문제로 주권과 인권의 대립 속에 놓인 국제정치적 문제이다. 2021년 아프가니스탄 사태로부터 촉발된 난민 문제는 국제사회에 주권의 논리를 넘어 난민의 인권과 생존을 위해 해결책을 제시하는 정치적 의지를 보여줄 수 있는지를 실험해볼 수 있는 사례가 될 것이다.〉